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치안감)이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간부가 12·3 비상계엄 당일 국군 방첩사령부로부터 받은 체포조 지원 요청이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차례로 보고됐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 지귀연)는 21일 조 청장 등 경찰 지휘부 4인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사건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은 이현일 전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이 증인석에 섰다. 이 전 계장은 계엄 당일 밤 구민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중령)으로부터 체포조 지원 요청 전화를 받은 인물이다.
이 전 계장은 지난해 12월 3일 밤 11시32분쯤부터 두 차례에 걸쳐 “방첩사에서 국회에 체포조를 보낼 건데 인솔하고 같이 움직일 인력을 5명 국수본에서 지원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구 중령과의 통화에 대해 “굉장히 당당했다”며 “우리(경찰)는 당연히 방첩사가 요구하면 해줘야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화를 끊은 뒤 이 전 계장은 박창균 영등포경찰서 형사1과장에게 전화해 요청받은 내용을 전달했다고 했다. 이때 “형사 5명 명단 좀 짜 줘. 내가 먼저 전화한 거고 국장님께 바로 전화할 거야”라고 박 과장에게 전화하는 통화 녹음 파일이 법정에서 재생됐다.
이 전 계장은 이같은 내용을 윤승영 전 조정관에게 전화 보고했다고 말했다. 증언에 따르면 이 전 계장이 “국수본에는 인력이 없으니 영등포 형사로 하겠다”고 했고, 윤 전 조정관은 “우리(경찰)는 지원만 하면 되는 거냐”라고 말했다. 이후 윤 전 조정관이 다시 자신에게 전화해 “청장님 보고 드렸다. 영등포서 형사를 사복으로 보내주라”고 말했다고 이 전 계장은 증언했다.
‘청장님 보고 드렸다’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는 “보고드리고 명단을 주라고 하셨으면, 그건 당연히 청장님이 승인하신 거라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는 방첩사의 체포 지원 요청이 이 전 계장을 거쳐 윤 전 조정관, 조 청장에게 차례로 보고됐고 승인을 거쳤다는 검찰 주장과 부합하는 대목이다. 이후 이 전 계장은 형사 5명의 연락처가 포함된 명단을 구 중령에게 넘겨줬다.
체포 대상에 대해 이 전 계장은 “국회에 출동하니 국회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국회의원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답했다. 다만 “현장을 인솔해달라니까 저희는 이동을 안내하는 개념으로 이해했다”며 체포 계획 관여는 부인했다.
이재명·한동훈 등 구체적 명단은 들은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재명, 한동훈 등을 들었다면 당일날 국수본이 이렇게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조 청장이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 출석해 체포 대상 14명의 명단을 받았다고 밝힌 데 대해 “좀 당황했었다. 이런 일이 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전 계장(경정)에 이어 증인으로 나온 전창훈 전 국수본 수사기획담당관(총경) 역시 윤 전 조정관에게 방첩사 요청사항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전 담당관은 “‘계엄법 시행령에 따라서 의무적으로 해야 할 상황 같다. 이 사항은 경찰법에 따라 경찰청장 승인 사항이다’라고 보고했다”며 “(윤 조정관이 청장 주재) 회의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그때 이현일 계장이 옆에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장님(윤 조정관)도 난처해 했다. 얼굴 표정은 기억이 난다”고 했다.
이날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는 ‘룸살롱 접대 의혹’에 대해서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지 부장판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4차 공판을 시작하며 “그런 데 가서 접대받는 건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9일이다. 재판부는 전 담당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무리한 뒤 방첩사 신동걸 소령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