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한 영화관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돈 PD, 윤 전 대통령,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 연합뉴스
윤 전 대통령은 21일 오전 서울 한 영화관을 찾아 이영돈 PD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이날 관람은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윤 전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했고, 윤 전 대통령이 흔쾌히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 중 하나로 “부정 선거 팩트 확인”을 들어왔다.
상영이 종료된 뒤 윤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에 응대하지 않고 영화관을 빠져나갔다. 대신 전씨는 “(윤 전 대통령 메시지는) 특별히 없었다”며, ‘영화 관람이, 오는 6ㆍ3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을 시사하는 것이냐’는 물음에도 “그런 의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영화 관람 일정이 알려진 직후부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거세게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인천 유세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계속 꺼내는 게 선거 불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그 선거 시스템으로 본인이 (지난 대선에서) 이겼는데 부정선거라고 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을 더 강력하게 부인하겠지만 여전히 일심동체로 보인다”며 국민의힘도 겨냥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에도 페이스북에 ‘...’라는 메시지와 함께 윤 전 대통령이 관람석에서 웃고 있는 사진을 첨부했다.
한민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도 이날 오전 브리핑을 청해 “파면된 내란 수괴 윤석열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도 모자라 부정선거 망상을 유포하는 다큐멘터리를 공개 관람하며 대선에 직접 개입하려 나섰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 고양시 유세 뒤 기자들과 만나 “영화 본 것까지 제가 말하기는 적합지 않다”며 “윤 전 대통령이 이미 탈당했고, 재판이 잘돼서 본인 억울한 점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영화도 많이 보시고, 사람도 많이 만나시고 그러는 게 좋은 것 아니냐”며 “‘이런 영화 보시면 표 떨어진다’ 이런 말씀 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김 후보는 오전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윤 전 대통령 영화 관람이 선거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부정선거 의혹을 완전하게 일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고만 답했다.
다만 김 후보의 입장과 달리 국민의힘 내부는 악재(惡材)로 보는 분위기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해서 저희 당과 관계없는 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개인적 입장에서 봤을 때 윤 전 대통령께서 반성과 자중을 할 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전 선대위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은 이미 탈당한 자연인”이라며 “드릴 말씀 없다”고만 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자통당, 우공당,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손잡으면 안 된다”고 적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는 “(윤 전 대통령을) 간곡하게 만류했으면 좋겠다”“자중하셨으면” 등의 얘기가 오갔다.
겉으로는 날을 세운 민주당에서는 선거에 호재(好材)란 물밑 분위기가 감지됐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 대변인은 “부정선거 의혹을 일소하겠다”는 김 후보의 발언이 공개되자 바로 브리핑을 열고 “김문수 후보가 내란 수괴와 한마음 한뜻임을 인증했다”고 받아쳤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선거에서 내란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못 벗고 있는데 윤 전 대통령이 영화까지 봤다”며 “민주당 선거에 나쁠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