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노 벤베누티가 지난 2010년 8월 25일(현지시간) 로마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올림픽 50주년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전쟁 발발 16주년이던 1966년 6월 25일, 그날 오후 9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 미들급 세계타이틀전이 열렸다. 챔피언은 이탈리아의 니노 벤베누티였고, 도전자는 한국의 김기수였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직접 관전했다. 경기 전 모두 벤베누티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오후 10시가 넘은 15라운드까지 승부가 나지 않았다. 한국 부심은 김기수, 이탈리아 부심은 벤베누티의 손을 들어줬다. 마지막 미국 주심의 점수에 승패가 달렸다. 모두 숨죽인 가운데 “벤베누티 68, 김기수 74.” 한국 최초의 세계챔피언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당시 김기수(1939∼1997)와 맞붙었던 벤베누티가 20일 세상을 떠났다고 로이터통신이 이탈리아 올림픽위원회(CONI)를 인용해 보도했다. 87세.
고인은 1938년 당시 이탈리아에 속했던 슬로베니아 이졸라에서 태어났다.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웰터급 금메달을 따낸 뒤 120승 무패의 아마추어 전적으로 1961년 1월 프로로 전향했다.
1965년 6월 WBA 주니어 미들급 챔피언 산드로 마징기를 15회 판정승으로 꺾고 세계챔피언이 됐지만 다음 해 김기수에게 판정패해 타이틀을 빼앗겼다.
고인은 이후 미들급으로 체급을 올려 1967년 4월 에밀 그리피스를 꺾고 세계복싱평의회(WBC) 세계 미들급 챔피언이 됐다. 그는 1971년 은퇴했다. 프로 통산전적은 82승(35KO) 7패 1무.

1966년 6월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임택근 아나운서(왼쪽)가 이탈리아의 니노 벤베누티를 판정승으로 꺾고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 미들급 세계 챔피언에 올른 김기수 선수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김기수는 1969년 은퇴했다. 김기수의 아마추어 전적 87승 1패 중 단 한 번의 패가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벤베누티에게 진 것이었다.
벤베누티는 은퇴 후 사업가·TV 해설자·정치인으로 활동하며, 1992년 국제 복싱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