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맞춤복 접목… 미국 최고급 남성복의 기준을 만들다 [더 하이엔드]

랄프 로렌 이름 앞에 그저 ‘패션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건 부족할지 모른다. 그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지향하는 꿈과 라이프스타일을 전 세계에 시각화한 인물이다. 1967년 넥타이 판매원으로 출발한 그는 폴로 셔츠를 비롯해 미국의 전통적인 클래식 아이템들을 재해석함으로써 자신의 브랜드를 하나의 문화 코드로 만들었다. 그 결과 랄프 로렌은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대명사가 됐다. 

랄프 로렌 퍼플 라벨의 2025 스프링 컬렉션 '랄프의 리비에라'. [사진 랄프 로렌]

랄프 로렌 퍼플 라벨의 2025 스프링 컬렉션 '랄프의 리비에라'. [사진 랄프 로렌]

 
이를 증명하듯, 지난 1월에는 미국 최고 민간 훈장인 ‘대통령 자유의 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받은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회색 트위드 재킷에 니트 넥타이, 편안한 스니커즈 차림으로 백악관에 등장한 85세의 디자이너가 패션을 넘어 미국 역사를 이끈 인물로 기록된 순간이었다.

대통령 자유의 메달은 의회 명예 황금 훈장과 함께 미국에서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로 꼽힌다. 미국의 번영, 가치 또는 안보, 세계 평화와 기타 중요한 사회적·공공적 노력에 모범적인 기여를 한 인물이 수훈자로 선정된다. 올해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투자가 조지 소로스 등 19명이 훈장을 받았는데, 그중 패션계 인사는 랄프 로렌과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가 선정됐다. 

백악관 측은 그를 소개하는 연설에서 “고전적이면서도 창의적이고, 시대를 초월하면서도 혁신적인 인물”이라며 “미국이 꿈꾸고 행동하는 나라임을 우리에게 상기시킨 디자이너”라고 칭송했다. 뉴욕타임즈 역시 그의 수훈을 “패션이라는 경계를 넘어 미국 정체성을 형성한 인물에 대한 경의”라 치켜세웠다. 실제로 그는 브랜드 랄프 로렌을 통해 백악관부터 올림픽 국가대표 유니폼, 흑인 명문대학 모어하우스 컬리지와의 협업 등 다양한 방면에서 미국의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랄프 로렌 퍼플 라벨의 2025 스프링 컬렉션 '랄프의 리비에라'. [사진 랄프 로렌]

랄프 로렌 퍼플 라벨의 2025 스프링 컬렉션 '랄프의 리비에라'. [사진 랄프 로렌]

 


미국 고급 남성복의 상징

그런 그가 남성의 스타일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패션을 만들었으니, 바로 ‘랄프 로렌 퍼플 라벨’이다. 1994년 처음 선보인 퍼플 라벨은 남성복의 고급화를 선언한 라인이다. 하여 단순한 고급 남성복을 넘어, 정통성과 품격을 가장 정교하게 구현한 남성복으로 봐야 한다.  

퍼플 라벨은 디자이너 랄프 로렌 자신이 입고 싶은 수트를 만든 것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 격식 있는 자리에서 종종 수트 대신 청바지 위에 턱시도 재킷이나 비슷한 느낌이 재킷을 입곤 했다. 후에 그는 “어느 날 부츠에 청바지, 트위드 재킷이나 블레이저를 함께 입는 사람들의 모습을 봤다”며 “미국인의 수트 선호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보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고, 내가 직접 입고 싶은 수트를 만들었다”는 회고했다.

새로운 고급 라인을 만들기 위해 그는 맞춤 양복으로 유명한 런던의 사빌 로 지역의 한 재단사에게 자신의 몸에 잘 맞는 수트를 주문해 뉴욕에 가져왔다. 그리고는 “이것이 바로 내가 다음에 만들려고 하는 옷”이라고 공표한 뒤, 퍼플 라벨을 구축했다. 유럽식 맞춤복의 미학을 뉴욕에 가져와 미국식 럭셔리 수트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럭셔리‘ '정교함’ ‘우아함’은 지금까지도 퍼플 라벨의 철학을 대변하는 말이 됐다.

정제된 남성미의 정점

퍼플 라벨은 랄프 로렌 브랜드 체계에서 최고의 상징성과 품질을 자랑하는 라인이다. 유럽식 맞춤 테일러링 방식을 기반으로 장인의 핸드메이드 제작 방식, 캐시미어와 실크, 리넨 등의 고급 소재, 그리고 클래식한 실루엣은 ‘고급 남성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해석에 가깝다.

퍼플 라벨은 단단한 전통에 뿌리를 두고, 그 안에서 매 시즌 영감을 달리하며 재해석된다. 어떤 시즌이든 그 바탕에는 고전적 미학과 정제된 남성미, 시대를 초월한 품격이 깔려 있다. 입는 이에게 단지 스타일을 넘어, 세련됨과 지적 감각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런 미학은 성과로도 연결됐다. 브랜드 랄프 로렌은 퍼플 라벨과 폴로 컬렉션에 대한 투자 효과로 북미 젊은 부유층 고객층을 강하게 끌어들이고 있다. 랄프 로렌의 2025년 연간 매출 전망은 상향 조정됐고, 주가는 이에 따라 15%나 상승했다.

올봄 퍼플 라벨은 한결 여유롭고 정제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다. 지난해 밀란 패션위크에서 공개한 스프링 컬렉션은 프랑스 칸의 햇살과 해변에서 영감을 받아 소박함과 고급스러움이라는 상반된 가치의 조화를 시도했다. 화이트·네이비·탠 컬러로 구성된 차분한 컬러 팔레트와 캐시미어·실크·리넨이 만들어낸 조화는 퍼플 라벨 특유의 낙천적 품격을 표현했다.  

주요 룩은 정통 테일러링과 스포츠웨어의 결합을 통해 탄생했다. 실크 숄 칼라를 단 유틸리티 스타일의 디너 재킷 등 이브닝 웨어에는 프랑스 리비에라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에서 영감 받은 프린트를 입혔다. 테니스복과 수영복도 선보였는데, 여기엔 해변을 오가며 테니스를 치거나 칵테일 파티를 즐겼던 할리우드 스타들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 받았다. 

랄프 로렌, 부산에 퍼플 라벨& 더블알엘 첫 스토어

지난 4월 랄프 로렌은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 5층에 랄프 로렌 퍼플 라벨 & 더블알엘 스토어의 문을 열고, 그간 부산에서 볼 수 없었던 제품들을 처음 선보인다. 매장은 전통적인 남성 수트 부티크에서 영감을 받아 아늑하고 고급스러움을 살린 것이 특징. 마호가니 나무로 정교하게 제작한 가구를 사용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브라스와 브론즈 소재 장식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또 퍼플 라벨의 스포츠 코트와 타이, 더블알엘의 데님, 빈티지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이 배치돼 있다. 브랜드의 독보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파인 주얼리를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이곳만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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