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 타스=연합뉴스
러시아 외무부가 이처럼 한국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면담 내용을 상세히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간 러시아 외무부는 한국 대사와 면담 내용을 짧은 보도자료 형식으로만 발표해왔다.
한·러가 전날 7년 만에 영사협의회를 재개하고 루덴코 차관이 윤주석 외교부 영사안전국장과 만나는 등 양국 관계 개선을 강조하던 상황에서 나온 발표이기도 하다. 전문가 사이에선 “러시아가 북한을 의식해 한국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일부러 공개한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또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외교적 고립이 심화하자, 이를 차단하고 감싸기에 나서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1만 명 이상을 파병해 러시아 내 쿠르스크 전선 등지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교전해왔다.

지난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전승절 80주년 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영복 북한 인민군 부총참모장과 포옹하고 있다. 김영복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지휘관이다. EPA=연합뉴스
“우크라 의회 ‘북 침략국’ 결의안 추진중”
이런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 지역에 ‘완충지대’(buffer zone)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완충지대의 구체적인 규모와 장소는 언급되지 않았다. 완충지대는 우크라이나 영토 내 러시아 접경지, 이를테면 수미나 하르키우 등의 지역을 비무장지대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 전쟁연구소(ISW)는 “(최근 탈환한) 쿠르스크와 인접한 수미주(州)를 러시아가 불법 점령하거나 합병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반발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국제사회의 휴전 확보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이런 공격적인 발언은 평화구상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가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받았다. AP=연합뉴스
이날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지난 20일부터 캐나다 밴프에서 진행된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계속되는 잔인한 전쟁을 규탄하며 우크라이나 국민과 경제의 회복력을 지지한다”며 “평화 진전이 없으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