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지난 21일 새구축함 진수식을 진행하던 중 사고가 난 동해 청진조선소의 22일 모습. 진수 과정에서 옆으로 쓰러진 함정이 위장막으로 덮여있다. 사진 Open Source Centre X 계정 캡처
노동신문 23일 "구축함 진수 사고조사 그루빠(그룹)가 청진조선소에서 발생한 중대 사고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사고조사 그룹에는 검찰기관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신문은 "함에 대한 구체적인 수중 및 내부검사를 진행한 결과 초기발표와 달리 선저(배의 밑바닥) 파공은 없으며 선체 우현이 긁히고 선미 부분의 구조 통로로 일정한 양의 해수가 침수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침수 격실의 해수를 양수하고 함수 부분을 이탈시켜 함의 균형성을 회복하는데 2~3일, 현측 복구에 10여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문가들이 판단했다고 전했다.

2018년 7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북도 청진조선소를 시찰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그러나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당중앙군사위원회는 22일 함의 복구와 별개로 사고 원인과 그 책임을 확인해야 한다면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한 원인과 그에 책임 있는 당사자들을 조사 적발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법기관은 사고조사 그룹의 조사자료를 근거로 책임자에 대한 구속·조사 절차에 들어갔으며, 가장 먼저 홍길호 청진조선소 지배인이 소환됐다.
또 당중앙군사위는 "아무리 함의 상태가 양호하다고 해도 이번 사고가 용납될 수 없는 범죄적 행위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며 책임 있는 자들은 절대로 자기들의 죄과를 무마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25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5000t급 신형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이 남포조선소에서 진행됐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사고 처리 과정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복구 가능성을 강조한 건 기술적 실패로 인한 대외적인 이미지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신속한 사고 복구와 품질 관리 능력은 군사기술 협력의 신뢰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사고를 은폐하지 않고 투명히 공개하면서 복구 일정까지 구체화한 것은 러시아를 측에 자신들의 기술적 회복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달 초 군수품 생산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군수기업소들을 현지지도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에 김정은은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고 평가하고, 6월 하순에 열릴 예정인 당중앙위 제8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전까지 복원을 "무조건 완결"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당분간 이번 사고와 관련한 간부들에게 책임을 물으면서 내부 기강 잡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김정은은 지난해 7월 11~12일 백두산 인근 삼지연시 개발 현장을 찾아 간부들의 '직무태만'을 강하게 질책하면서 이순철 국가건설감독상과 관련 간부들에 대한 처벌과 인사 조치를 지시했다. 이어 7월 말에는 압록강 일대의 홍수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한국의 경찰청장 격인 이태섭 사회안전상과 강봉훈 자강도당 책임비서를 해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