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경호처 비화폰 서버, 尹 업무폰' 확보…"체포 저지 혐의"

 
경찰이 12·3 비상계엄 뒤 처음으로 대통령경호처 내 보안 휴대전화(비화폰) 서버 기록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업무용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에 자신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라고 지시한 혐의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달 16일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대통령실과 공관촌에 대한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수사관들이 대통령실을 나서는 모습. 사진 대통령실기자단

지난달 16일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대통령실과 공관촌에 대한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수사관들이 대통령실을 나서는 모습. 사진 대통령실기자단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박종준 전 경호처장, 김성훈 차장 등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와 관련해 비화폰 서버 기록을 임의 제출 받았다”고 23일 밝혔다. 이와 함께 경찰은 윤 전 대통령의 비화폰과 업무폰도 넘겨받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경찰은 지난달 말부터 약 3주 동안 경호처와 합동으로 포렌식을 진행했다. 비화폰은 통화 내용을 암호화해 도·감청 및 녹음을 방지하는 기능을 갖춘 전화다. 이틀에 한 번씩 자동으로 삭제되기 때문에 포렌식 작업이 필요했다고 한다. 경찰은 “통화 기록과 문자 수·발신 내역 등을 대부분 복구했다”고 밝혔다.

포렌식 대상 기간은 비상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부터 올해 1월 22일까지였다. 다만 자료는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에 체포 저지와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관련 내용으로 한정됐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은 지난 1월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같은 달 15일 2차 체포영장 집행에 응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이미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명시되지 않았던 다른 범죄 혐의 관련 내용은 제출받지 않은 것이다. 비화폰 서버 기록이 내란 혐의 재판에서 증거로 쓰이려면 검찰이 증거보전 신청을 하거나 법원이 직권 명령을 해 따로 확보해야 한다.


김성훈(왼쪽)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연합뉴스

김성훈(왼쪽)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연합뉴스

 
이번 자료 확보로 윤 전 대통령과 경호처 지휘부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비화폰 서버 기록은 윤 전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지시한 혐의를 입증할 핵심 자료로 꼽혔다. 경찰은 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김 차장과 이 본부장 등을 추가로 소환할 방침이다. 필요할 경우 윤 전 대통령 소환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훈 차장 사퇴 표명하자 압수 가능해져 

앞서 경찰은 비화폰 서버를 확보하기 위해 여섯 차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김 차장 등 지휘부가 막아서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경호처는 군사상 비밀을 필요로 하는 장소와 공무상 비밀에 관한 물건에 대해 압수수색할 땐 책임자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110조·111조를 근거로 경찰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경호처는 지난달 16일 압수수색 당시 “비화폰 서버 등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최대한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경찰에 전달했다. 김 차장의 사퇴 표명 다음 날, 경찰이 경호처·대통령실·한남동 공관촌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 10시간 넘게 대치한 끝에 이뤄진 협의였다.  

경호처가 입장을 바꿔 경찰 수사에 협조하게 된 배경에는 이른바 ‘연판장 사태’가 있었다고 한다. 김 차장이 윤 전 대통령 파면 사흘 뒤인 지난달 7일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히자, 경호처 직원들 사이에선 내부 반발이 커졌다. 이후 ‘경호차장 등의 권한 행사 중지 청원의 건’이라는 제목의 연판장이 돌았고, 김 차장은 지난 15일 사의를 표명하고 휴가를 냈다. 김 차장은 현재 대기 명령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