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초보자가 그림책을 실제로 만들려면 어떤 준비와 과정이 필요할까요. 이 궁금증에 답하는 책 『그림책 작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만들기 7단계』(이하 『그림책 만들기 7단계』)가 지난 3월 출간됐어요. 그림책의 내용을 구상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실물 책으로 제작하기까지의 7단계를 단계를 실용적인 팁과 실제적인 예시를 들어 친절하게 설명하는 책입니다. 현재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인 윤나라 작가와 이서연 작가가 함께 집필했죠.

그림책·시에 관심이 많은 전서진(오른쪽) 학생기자와 웹툰·만화에 관심이 많은 이서준 학생기자.
책에서 제시하는 7단계를 먼저 간략히 살펴볼까요. 1단계 그림책 산책은 그림책이란 장르의 특성을 이해하는 단계이며, 2단계 아이디어 심기는 이야기를 위한 소재 탐색, 3단계 한 장면 싹 틔우기는 자신만의 그림 그리는 방식 찾기, 4단계 이야기 가꾸기는 이야기 뼈대 구성을 다루죠. 5단계 스토리보드 줄기 잡기는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전에 전체적인 흐름을 시각화해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스토리보드의 역할 유형과 유의점을, 6단계 그림 꽃피우기는 스케치와 채색 방법, 7단계 열매 맺기는 책을 인쇄하고 제작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웹툰·만화 그리기에 관심이 많은 이서준 학생기자와 그림책·시에 관심이 많은 전서진 학생기자가 이서연 작가와 함께 『그림책 만들기 7단계』를 살피며 그림책의 특성과 제작 과정을 알아봤어요.

이서연(맨 오른쪽) 작가가 이서준(맨 왼쪽)·전서진 학생기자와 만나 그림책 만들기에 대해 설명했다.
서준: 『그림책 만들기 7단계』를 집필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해요.
그간 20~30여 곳의 학교나 도서관에서 200명이 넘는 학생들과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어요. 어떤 학생은 그림을 잘 그리고, 어떤 학생은 글쓰기에 강점이 있더라고요. 학생들의 개별적 특성에 맞춰서 수업하면 더 좋은 작업물이 나올 텐데 한정된 시간과 예산 때문에 효율성을 위해서 점점 지도하는 방법이 획일화되더라고요. 게다가 그림책은 한 가지 방법으로만 만드는 게 아니에요. 흔히 그림책은 이야기를 쓰고, 거기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넣는다고 여기는데 그렇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캐릭터 중심의 서사를 구축할 수도 있고, 두 개의 페이지가 대칭적인 구조로 펼쳐지는 책의 물질적 특성을 살려 기획할 수도 있죠. 또 글쓰기로 이야기를 먼저 전개할 수도 있고, 텍스트 없이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어요. 이러한 그림책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그림책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싶어서 이 책을 만들었죠.
서진: 책은 그림책의 특성을 이해하는 첫 단계부터 책을 인쇄하고 제작하는 마지막 단계까지 그림책 만들기를 총 7단계로 구분했어요. 특히 단계별로 이서연 작가님과 윤나라 작가님의 대화가 실린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맞아요. 저희는 단계별로 그림책 작가의 입장에서 영감을 얻는 순간과 작업을 실제로 진행하며 느끼는 어려움과 즐거움 등 그림책을 제작할 때 겪는 현실을 솔직하게 담고 싶었어요. 요즘 그림책 제작 관련 강좌가 늘어나면서 '4주 안에 만드는 그림책' 같은 속성 과정도 생겼는데, 사실 작가의 입장에서는 1년에 한 권 나오기 어려운 경우도 많거든요.

그림책에서는 그림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자신이 선호하는 그림 그리기 방식을 찾는 과정도 중요하다.
서준: 작가님은 7세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셨는데요. 연령대별로 수업 내용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기본적인 수업 내용은 거의 같아요. 그런데 연령대별로 수강생들이 많이 택하는 소재는 차이가 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처럼 10대 이하는 자신이 만든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거나, 가족이 소재인 경우가 많아요. 10대 청소년은 학업이나 친구에 관한 고민이 담길 때가 많고, 20대 이상은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탐구하는 내용이 많아요. 또 50대 이상은 노후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그림책의 소재로 택하는 경우가 많죠.
서진: 나이별로 소재 변화가 흥미롭네요. 작가님은 왜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으셨나요. 또 어떤 순간에 그림책 작가로서 행복을 느끼나요.
저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영화·소설 등 어떤 매체라도 괜찮았지만, 저는 그림을 전공했기 때문에 그림책을 만들게 됐죠. 서준 학생기자도 그런 마음이 있어서 웹툰이나 만화를 그리는 게 아닐까 싶네요. 그림책 작가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독자가 저의 책을 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예요. 그림책은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매체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때?'라고 질문하는 매체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독자들이 책을 읽고 자신이 받아들인 저의 질문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제 이야기가 새롭게 태어났다고 느끼죠.

자신만의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의 시작점은 다양한 형태의 그림책을 접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이다.
서준: 작가님이 생각하는 그림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여러 번 봐야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상징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림책은 소설이나 다른 장르의 책보다 두께가 얇은 경우가 많고, 텍스트의 분량도 적죠. 그래서 쉽게 넘기며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만큼 작가가 의도한 여러 상징이 곳곳에 압축돼 있어서 여러 번 들여다봐야 해요. 또 그림책은 초점이 텍스트에만 집중된 게 아니라, 페이지 전체에 색과 선으로 퍼져 있어요. 독자의 시선도 한 곳에만 집중되지 않고 여러 곳에 퍼져나가게 되죠. 때문에 독자가 작가의 의도를 발견하는 만큼 느끼는 의미가 달라져요.
서준: 『그림책 만들기 7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1단계 그림책 산책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만의 그림책을 만들기 전에 다양한 그림책을 충분히 보는 게 중요하거든요. 머릿속에 들어있는 레퍼런스가 많아야 좋은 작품도 만들 수 있는 거죠. 많은 사람이 예술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작 활동이라 오해하지만, 창작은 이미 기존의 예술가들이 이뤄온 토대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쉽게 말해서 유명한 화가도 누군가의 그림을 모작하다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전시키는 경우가 많죠. 다양한 장르의 여러 그림책을 읽다 보면 자기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나 취향을 담고 있는 그림책을 발견하게 될 텐데요. 그런 그림책은 결국 내가 만들고 싶은 그림책의 청사진, 혹은 롤모델이 될 겁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이서연 작가와 함께 제목을 짓는 법부터 그림책의 매력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진: 학교에서 시를 쓴 적이 있는데, 저만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제목을 짓기가 어려웠어요. 그림책을 완성한 뒤 적절한 제목을 짓는 방법이 있을까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민하면 좋은 제목을 지을 수 있어요. 중요한 키워드를 담은 제목을 일단 짓고 해당 제목에 수식어를 넣어서 길게 늘려보거나, 주인공의 이야기를 요약해서 제목에 넣을 수도 있죠. 이런 식으로 여러 제목을 지어서 리스트를 만든 뒤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골라보세요. 개인적으로는 중요한 결말을 누설하지 않으면서 독자의 궁금증을 적절히 자극하는 제목이 좋다고 생각해요.
서진: 덕분에 그림책 제작에 대한 다양한 사실을 알게 됐어요. 작가님의 신작은 또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지네요.
생과 사를 주제로 한 그림책을 준비 중이에요. 소재는 숲입니다.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 말고도 한겨울에 잎을 달고 있는 나무들이 있잖아요. 그런 나무 중에는 죽은 것처럼 보이는 나뭇잎이 나뭇가지에 달려있는 경우도 있어요. 그걸 보면서 신기하다고 느꼈죠. 좀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죽었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존재에 관한 그림책을 만들고 있어요.
동행취재=이서준(경기도 평촌중 1)·전서진(서울 반원초 5)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어렸을 때 그림책을 정말 좋아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점점 그림책과 멀어지게 됐어요. 그런데 이번에 그림책에 관한 관심을 다시 갖는 계기가 될 『그림책 만들기 7단계』의 저자 이서연 작가님을 인터뷰했죠. 사전조사를 위해 『그림책 만들기 7단계』를 읽었을 때는 ‘그림책 만들기’라는 게 너무 막연한 주제인 데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다소 어렵다고 느껴졌어요. 하지만 이서연 작가님을 만나 여러 가지 그림책에 대한 설명도 듣고 대화도 나누다 보니 점점 그림책 만들기의 특징, 장점, 그리고 의미가 제 머릿속에서 뚜렷해져 갔어요. 이서연 작가님은 그림책은 작가의 철학과 가치관이 명확히 드러나는 소설책이나 만화와 달리, 짧은 이야기 속에 많은 상징을 넣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매체라고 설명하셨어요. 그림책은 여러 번 읽어봐야 비로소 숨어있는 상징들과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터뷰 전에는 ‘그림책은 어린이들이 보는 거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그림책이 얼마나 깊이 있고 매력적인 장르인지 알게 되었어요. 작가님을 취재하며 그림책에 대한 것들도 많이 알게 되었으니, 이제는 그림책을 즐기고 만들어 볼 차례 같아요.
이서준(경기도 평촌중 1) 학생기자
모든 어린이들이 처음으로 접하는 책인 그림책!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심오했고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그림책 만들기 7단계』를 쓴 이서연 작가님과의 만남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생각이 깊어야 하고, 짧은 길이의 글 속에 철학을 담아야 하고, 그림 실력 또한 필요한데 이것을 철저한 계획 아래에서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소중 학생기자단의 작은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림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대단하신 작가님의 죽음과 삶을 주제로 한 차기작이 무척 기대돼요. 꽃이 아름다웠던 봄날의 인터뷰를 그림책의 한 장면으로 만든다면 따뜻하고 화사한 분위기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싶어요.
전서진(서울 반원초 5) 학생기자
이서준(경기도 평촌중 1) 학생기자
모든 어린이들이 처음으로 접하는 책인 그림책!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심오했고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그림책 만들기 7단계』를 쓴 이서연 작가님과의 만남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생각이 깊어야 하고, 짧은 길이의 글 속에 철학을 담아야 하고, 그림 실력 또한 필요한데 이것을 철저한 계획 아래에서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소중 학생기자단의 작은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림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대단하신 작가님의 죽음과 삶을 주제로 한 차기작이 무척 기대돼요. 꽃이 아름다웠던 봄날의 인터뷰를 그림책의 한 장면으로 만든다면 따뜻하고 화사한 분위기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싶어요.
전서진(서울 반원초 5)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