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전면 파업을 유보하기로 결정한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버스환승센터로 버스가 도착하고 있다. 파업이 유보됨에 따라 이날 첫차부터 파업 예정이었던 서울 시내버스는 정상 운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파업 얘기 듣고 걱정돼 평소보다 20분 먼저 나왔어요”
28일 오전 7시40분쯤 서울 동작구 사당역 인근 버스정류장에 서 있던 직장인 김모(38)씨는 “버스가 파업을 안 해 평소처럼 버스를 타고 출근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삼성역으로 출근하는 양모(30)씨는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던 중 버스 파업 얘기가 생각나 급하게 나왔다”고 했다.
이날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은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결렬됐지만, 예고했던 파업은 미루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려됐던 ‘출근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당역뿐만 아니라 서울 여의도 환승센터, 종각역 등 서울 도심 곳곳의 버스 정류장은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였다.
버스 파업에 대비해 일찍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은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목동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 류모(29)씨는 “평소에도 출퇴근길에 지하철 대신 버스를 이용한다”라며 “노조에서 파업하지 않겠다고 하니 다행이며 (협상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종각으로 출근하는 김미경(55)씨는 “오전 일찍 파업하지 않는다는 알림 문자를 받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버스가 파업하면 출퇴근길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붐비기 때문에 불편하기 때문”이라며 안도했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결렬됐지만 예고한 파업을 미루기로 한 28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위로 버스가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노조의 파업 결정이 전면 철회가 아닌 유보된 것인 만큼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 일부 시민도 있었다. 노원구에서 종각으로 출근한다는 이모(45)씨는 “출근할 때 반드시 버스를 타야 하는데 버스 파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해서 한동안 ‘따릉이(공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걸 연습하기도 했다”며 “비가 많이 오거나 할 때 버스 파업이 된다고 하면 출근길이 고생스러울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성북구 거주 직장인 신모(28)씨는 “오늘 휴무인데, 만약 출근길에 버스 파업이 있었다면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다”며 “서울은 평소에도 사람이 많아서 버스나 지하철이 파업한다고 하면 불편이 크다. 출퇴근 시간에 지장이 안 가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노총 산하 서울시 버스노조는 이날 오전 2시쯤 서울 용산구 소재 노조 사무실에서 지부장 총회를 열고 총파업 여부를 논의했다. 재적인원 63명 가운데 49명이 ‘파업 유보’에 투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은 11명, 기권은 3명이다.
노조 내부에선 6‧3 대선을 앞두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빚어질 수 있는 점, 청소노동자 등 새벽 시간대 출근 근로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점 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서울시는 파업 유보 결정에 따라 지하철 증회 운영 및 무료 셔틀버스 운행 등 파업 대비 비상수송대책을 취소할 계획이다.
다만 부산과 경남 창원 시내버스는 이날 첫 차부터 파업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