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현대 문학 거장 케냐 작가 응구기 별세

 

케냐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 AP=연합뉴스

케냐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 AP=연합뉴스

동아프리카 문학의 거장으로 노벨문학상 후보로 여러 차례 거론됐던 케냐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가 별세했다. 87세.

응구기의 딸 완지쿠 와 응구기는 28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저희 아버지가 오늘 아침 돌아가셨다. 충만한 삶을 사셨고, 훌륭한 투쟁을 하셨다"고 밝혔다.

응구기는 아프리카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아프리카 탈식민주의 문학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특히 케냐 토착어 '기쿠유어'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면서 아프리카인의 시각과 언어로써 아프리카를 전 세계에 알렸다.


소설 '피의 꽃잎들', '까마귀의 마법사', 비평 에세이집 '마음의 탈식민지화' 등 걸출한 작품에서 지배층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언어가 민족의 생명력을 어떻게 좌우하는지를 증명했다.

한국과 인연도 각별하다.

그가 영어 집필 활동을 중단하고 '제임스 티옹오'라는 영어식 이름까지 버린 뒤 기쿠유어로 돌아와 처음 집필한 작품 '십자가 위의 악마'는 한국의 시인 고(故) 김지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응구기는 1976년 일본에서 우연히 김지하의 책 '민중의 외침' 영어판을 접하고 김지하의 시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는 1977년 '결혼은 하고 싶을 때 할게요'라는 희곡에서 케냐 지배층의 탐욕과 부패를 맹렬하게 풍자했다가 지배층의 분노를 사 아무런 혐의 없이 투옥됐었다.

이때 감옥에서 휴지 위에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소설이 바로 '십자가 위의 악마'다. 이 소설은 기쿠유어로 쓰인 최초의 현대 소설이 됐다.

응구기는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석방 요구에 1년 만에 풀려났다.

2016년 한국을 방문한 응구기는 연세대 강연에서 이 소설의 줄거리가 김지하의 풍자시 '오적'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를 통해 만났을 뿐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김지하의 정신이 케냐에서 가장 큰 감옥인 카미티 교도소의 6번 독방에서 나와 함께했다"고 회상했었다.

응구기는 2016년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미국도서비평가협회상 후보에 올랐고 2009년에는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