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묻는게 더 편해"…몰락하는 위키피디아·네이버지식인[팩플]

위키피디아, 지식인 등 인터넷 시대 집단 지성을 활용한 정보 공유 창구로 각광받았던 온라인 지식 공유 플랫폼의 입지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챗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AI)과 채팅에서 정보를 얻는 이용자가 늘어난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

무슨 일이야

29일 미국 개발자 전용 플랫폼 스택오버플로우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6일까지 이 플랫폼에 올라온 게시글 수는 1만 6207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월평균 게시글 수(6만 5787개)와 비교해보면 4분의 1토막 수준이다. 2008년 9월 설립된 스택오버플로우는 코딩 관련 실전 노하우를 담은 질문과 답변이 공유돼 개발자들에게는 ‘성지’로 불리는 플랫폼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2022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온라인 커뮤니티는) 이곳만 한다”고 소개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곳엔 2022년까지 매달 평균 20만개 안팎의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하지만,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 GPT를 공개한 이후 사람들 발길이 줄었고, 월 평균 게시글 수는 1년 뒤 9만 9202개로 급감했다.

다른 곳은 어때

‘현대인의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위키피디아도 직격탄을 맞았다. 리서치업체 데이터리포탈에 따르면 2022년부터 3년간 위키피디아의 총 트래픽은 10억 건 이상 감소했다. 일 방문자 수도 2022년 3월 1억 6500만 명에서 올해 3월 1억 2800만 명으로 줄었다. 미국 교육 정보 공유 플랫폼인 체그(Chegg)는 2022년 이후 방문자 수가 51% 줄었다.(트래픽 업체 셈러시) 댄 로젠스바이그 전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 5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챗GPT가 신규 유입을 막고 있다”고 토로했으나, 실적 악화를 막지 못하고 해고됐다.

국내는?

국내 대표 지식 공유 플랫폼인 ‘네이버 지식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네이버에 따르면 2022년 2459만개였던 총 질문 수는 지난해 1548만개로 줄었다.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 한달간 125만 개였던 질문은 지난달 93만개로 쪼그라들었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자동 답변하는 AI를 지식인 서비스에 도입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이게 왜 중요해

전문가들은 AI 서비스의 편의성을 지식 공유 플랫폼이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한다. 플랫폼에 질문하면 다른 이용자가 답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AI는 바로 답해주기 때문이다. 김주호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플랫폼과 달리 AI는 질문 의도까지 파악해 답한다”며 “수도꼭지 틀면 물이 나오듯 지식을 쉽게 얻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온라인 생태계의 변화는 이른바 '제로클릭'(Zero-Click)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존 검색의 경우 검색 결과를 보고 해당 사이트에 클릭해 들어가는 행위가 있었지만, 이젠 AI가 알아서 원하는 답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중간 과정이 생략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검색 및 사이트 비교 과정에서 발생했던 트래픽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온라인 생태계에 지각변동이 올 수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지난 2월 펴낸 리포트 '굿바이 클릭, 헬로 AI'에서 “지난해 검색 사이트 이용자 중 60%가 AI의 대답에 만족했고, 이 때문에 다른 사이트를 클릭하는 트래픽이 최대 25%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는?

지식 공유 플랫폼 몰락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보를 찾아보고 비교하는 과정 없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면, 정보 편향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김주호 교수는 “AI는 통계학에 기반해 답변을 생성하다 보니, 다수 의견을 답한다”며 “정치, 사회정책 등 옳고 그름을 논해야 하는 영역에선 AI 대신 사람의 대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