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 아동이 성장호르몬 주사 많이 맞는다…14.8%는 또래보다 커

주사약과 주사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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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키 크는 주사'로 알려진 성장호르몬 주사제 사용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이용한 아동의 절반 이상은 질병 치료가 아니라 단순한 키 성장 목적이었다. 평균보다 키가 큰데도 주사를 맞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30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성장호르몬 주사제 공급액은 4840억 원이다. 2019년(1960억 원)과 비교해 2.5배로 증가했다. 

성장호르몬 주사제가 공급되는 의료기관 수도 같은 기간 1000곳 넘게 늘었다. 의원급이 주사제 처방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특히, 서울 시내 주사제 공급 의료기관을 들여다보면 강남구(22.5%), 서초구(10.2%), 송파구(7.1%) 등 강남 3구가 나란히 1~3위였다(2023년). 이 지역 아동들이 성장호르몬 주사를 많이 맞는 것으로 풀이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주사제 처방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2023년 성장호르몬 주사제로 건보 급여를 청구한 환자 수는 3만 7017명, 청구액은 144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대비 해당 환자 수는 8배 가까이 불어났다.

절반 이상이 "키 성장" 목적…14.8%는 또래보다 커 

성장호르몬 주사 사용이 활발해지는 배경엔 아이 키를 몇㎝라도 늘리려는 부모의 권유가 깔려있다. 최근 5년 이내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써본 적 있는 아동 보호자 991명에게 온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 54.7%는 주된 사용 목적이 '단순 키 성장 치료'라고 밝혔다. 


특발성 저신장증 치료라는 응답은 23.3%에 그쳤다. 실제로 주사제 사용을 시작할 당시 아동 신장을 보면 또래 평균보다 큰 경우(표준신장 백분위의 50% 이상)가 14.8%로 적지 않았다. 오남용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주사제에 들어가는 월 평균 비용은 '50만~80만 원'이 37.8%로 가장 많았다. 그 밖에도 종합비타민제 섭취, 키 성장 보조제 섭취, 한약 복용 등 추가적인 키 성장 관리에 나서는 경우가 흔했다. 이러한 추가 관리 비용으로만 한 달 19만 2000원을 지출했다. 부모들이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자녀 키를 높이려 애쓰는 걸 보여준다.

이처럼 성장호르몬제 사용이 늘다 보니 부작용 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2014년 27건이던 중대한 이상 사례 보고 건수는 2023년 106건이 됐다. 병원에 입원하거나 입원 기간이 길어지는 유형이 가장 많았다. 

이번 분석을 진행한 윤지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외 문헌 검토 결과, 정상 아동에게 키 성장 목적으로 사용하는 성장호르몬제의 안전·효과성을 연구한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성장호르몬 치료는 성장 장애 아동에게 적절히 사용해야 이점이 있는 만큼 단순 키 성장을 위해 사용하는 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