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엔솔, 독일서 中에 특허소송 승소…한·중 배터리 특허전쟁 ‘첫 승리’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전경.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전경.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독일에서 진행된 중국 배터리 업체 선워다(Sunwoda) 그룹과의 특허 소송에서 승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4월 ‘특허 무임승차’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뒤 나온 첫 성과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특허를 무기로 중국의 해외 시장 팽창을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독일 뮌헨 지방법원은 특허관리전문회사(NPE) 튤립 이노베이션이 중국 선워다 그룹을 상대로 낸 배터리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튤립 이노베이션 측의 손을 들었다. 튤립 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등 후발주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특허침해 대응을 맡긴 NPE로, 헝가리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선워다 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10위를 기록한 업체다. 재판부는 선워다 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의 분리막 기술 특허 2개를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이 기술을 적용한 선워다 배터리에 대해 독일 내 판매 금지를 결정했다. 또한 잔여 배터리를 회수·폐기하고, 튤립 이노베이션에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분리막은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과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핵심 요소다.

튤립 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이 판결은 독일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한 최초의 판매 금지 명령이다. 이번 판결은 한·중 간 배터리 특허 분쟁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워다 그룹 측은 항소할 전망이며, 이와 별도로 해당 특허 2건에 대한 무효 소송을 독일에서 제기한 상태다. 튤립 이노베이션 측은 “이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SNE리서치]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SNE리서치]

 
최근 배터리 업계에서는 특허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한·중 간 글로벌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한국 배터리 제조 3사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총 45.1%로, 중국 업체들(합계 49.7%)에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국내 업체들은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들이 특허 무단 사용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하자 지식재산권(IP)을 무기로 대응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선워다 그룹 외에도 다양한 중국 업체들이 배터리 소재·공정·배터리관리시스템(BMS) 기술 등의 특허를 침해한 정황을 확보했다. 이에 해당 업체들에 경고장을 보내고, 라이선스료를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특허 중 경쟁사가 침해하거나 침해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략특허’는 1000여 개다. 이 가운데 실제 침해한 것으로 확인된 것만 580건에 달한다.

LG화학 역시 중국 배터리 소재 기업 룽바이와 국내에서 양극재 특허 침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룽바이의 한국 자회사(재세능원)가 자사 삼원계 양극재 특허를 침해했다며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에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을 앞두고 최근 중국 당국이 해당 소송에 휘말린 특허와 유사한 중국 내 특허에 대해 무효 결정을 내리는 등 양국 업체 간 신경전은 고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특허 무단 사용으로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고, 국내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쪼그라들고 있으니 강경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는 특허를 활용해 배터리 라이선스 시장을 키우면 미래 수익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누적 특허 4만546건을, 삼성SDI는 2만2025건을 보유하고 있다. 로열티로 매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반도체 업계의 퀄컴처럼,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독일 법원의 판매 금지 판결로 다른 중국 업체들과 LG에너지솔루션의 라이선스료 협상이 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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