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흉기난동' 최원종·부모에 소송, 피해배상 받을 수 있을까

'분당 흉기 난동 사건' 최원종이 지난 2023년 8월 10일 오전 경기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분당 흉기 난동 사건' 최원종이 지난 2023년 8월 10일 오전 경기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분당 흉기 난동범’ 최원종(24)과 그의 부모를 상대로 피해자 고(故) 김혜빈(사망 당시 20세)씨 유족이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로 했다. 법조계에선 살인범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는 판례에 비춰 유족의 승소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실제 배상까지 이뤄지진 않는 ‘깡통 소송’에 그칠 수 있단 우려도 뒤따른다.

혜빈씨의 부모는 지난 3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최원종과 그의 부모 등 3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혜빈씨는 지난 2023년 8월 3일 오후 5시56분쯤 성남 분당 서현역 앞에서 최씨가 돌진하듯 몰던 차에 치였다. 이후 25일간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외상성 뇌 손상으로 끝내 숨졌다.

혜빈씨 유족은 불법 행위자인 최원종에겐 손해를 배상할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신질환자인 최원종이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도록 감독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그의 부모 또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혜빈씨 어머니는 “하나뿐인 딸을 잃었고, 부모의 삶은 외동딸을 입관하는 그 날 끝났다”며 “오늘을 살지 못하고 내일도 기대하지 못한 채 매일을 2023년 8월 3일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최원종에게 희생된 고 김혜빈(사망 당시 20세)씨의 아버지(왼쪽)와 어머니(오른쪽)가 경기 성남시 야탑동 분당메모리얼파크 봉안당에서 딸의 영정 앞에 생전 즐겼던 커피와 쿠키를 놓아주고 있다. 손성배 기자

최원종에게 희생된 고 김혜빈(사망 당시 20세)씨의 아버지(왼쪽)와 어머니(오른쪽)가 경기 성남시 야탑동 분당메모리얼파크 봉안당에서 딸의 영정 앞에 생전 즐겼던 커피와 쿠키를 놓아주고 있다. 손성배 기자

 
최원종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살인 등 혐의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판결문을 보면 최원종은 2020년 2월 조현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 유족 측은 최원종이 2020년 12월부터 본가에서 나왔으나 부모의 관리 감독 아래 있었다고 주장한다. 최원종은 어머니 소유 차량을 범행 도구로 사용했는데, 부모가 자동차 키를 방치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단 게 유족 측 주장이다.

살인범을 상대로 한 피해자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5년 10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수원·안산·용인 등 경기 남부 일대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연쇄 납치·살인 사건을 벌인 강호순 사례가 대표적이다. 강호순은 사형을 선고받았는데, 그의 피해자 유족 21명은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강호순은 민사 재판에 응하지 않았고, 법원은 2009년 11월 “유족에게 13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강호순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같은 해 12월 15일 이 판결은 확정됐다.


그러나 피해자 유족들은 그 어떤 배상도 받지 못했다. 경매 처분이 이뤄지면 약 5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 강호순 소유 상가 건물은 유찰을 거듭하다가 1억원대에 겨우 낙찰됐다. 이마저도 국세청과 대부업체 등이 선순위로 강호순 재산을 압류하면서 유족은 배상금을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장 출신 한 변호사는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이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사례는 많지만, 범죄자의 보유 재산이 별로 없다는 등의 이유로 실질적인 배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혜빈씨 부모를 대리하는 오지원 법률사무소 법과치유 변호사는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원종 등은 배상 능력이 있다고 보고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2009년 1월 경기도 화성시 자안리 39번 국도 인근 현장검증에서 군포 노래방 도우미를 살해한 뒤 암매장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중앙DB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2009년 1월 경기도 화성시 자안리 39번 국도 인근 현장검증에서 군포 노래방 도우미를 살해한 뒤 암매장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중앙DB

 
다만 소송을 통해서 유족의 피해 배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러 방안도 있다. 강호순 사건 피해자 유족의 민사소송을 대리한 양진영 법무법인 온누리 대표변호사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추심이나 압류, 강제 경매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며 “범죄 피해 유족의 능동적인 자구책이 될 수 있는 만큼 소송 제기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채권 추심을 전문으로 하는 임용묵 법무법인 한림 대표변호사는 “소송 준비 과정에 거래 계좌 및 부동산 등을 가압류해서 재산을 보전토록 해야 한다”며 “법인의 경우와 달리 범죄자는 개인이어서 판결 전에 재산 조회를 할 수 없기에 불법행위가 명백한 사람에 대해선 소 제기 전 재산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법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2023년 9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최원종에 대한 형사 공판 이후 고 김혜빈씨 아버지와 이모(사망 당시 64세)씨의 남편이 취재진 앞에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손성배 기자

지난 2023년 9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최원종에 대한 형사 공판 이후 고 김혜빈씨 아버지와 이모(사망 당시 64세)씨의 남편이 취재진 앞에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손성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