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버린 금호타이어 공장, 이전 놓고 '1조4000억 먹튀' 논란

지난 17일 오후 광주 광산구 송정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연기가 나오는 가운데 한 시민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오후 광주 광산구 송정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연기가 나오는 가운데 한 시민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주요 생산시설이 불에 타면서 ‘특혜 논란’을 빚어온 광주공장 이전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화재 후 1만7000건이 넘는 건강·재산상 피해가 접수된 것도 공장 이전 논의에 힘을 더하는 분위기다.

30일 광주광역시와 광주 광산구 등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가 발생 14일째로 접어든 현재까지 잔불 감시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소방당국은 지난 17일 오전 7시 11분쯤 시작된 불이 사흘 뒤 완전히 진화됐다고 발표했지만, 잔불이 다시 살아나 완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주민 1만명 “두통·어지럼증” 호소

지난 17일 오후 전남 나주시 산포면 한 주택에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로 인한 검은 연기가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7시11분께 발생한 화재가 11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분진 피해 등 공장 일대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7일 오후 전남 나주시 산포면 한 주택에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로 인한 검은 연기가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7시11분께 발생한 화재가 11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분진 피해 등 공장 일대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뉴시스

공장 인근 주민 1만 1436명은 이번 화재로 1만7965건의 피해를 봤다고 신고했다. 이 중 1만 832명이 두통·어지럼증 등 인적 피해를 호소했고, 분진·그을음 등 물적 피해도 5410건에 달했다. 주변 상인들의 영업 손실 등 기타 피해는 1723건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이번 불로 2공장동 24만㎡ 중 50% 이상인 14만955㎡가 소실된 것으로 잠정 추산했다. 타이어 주요 생산시설도 상당 부분 불에 타면서 2019년부터 추진해 온 공장 이전 논의가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공장 용도변경해달라” VS “1조4000억 특혜”

지난 1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장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뒤덮고 있다. 뉴스1

지난 1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장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뒤덮고 있다. 뉴스1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은 도심 팽창과 시설 노후화, 주민 민원 등에 따라 2019년부터 추진됐다. 회사 측은 2022년 공장 용도변경 등 이전 방안을 광주시에 제출한 뒤 2024년에는 함평 빛그린산단 50만㎡를 1161억원에 매입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공장 이전의 최대 관건은 막대한 이전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문제다. 회사 측은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이전비용을 광주공장 부지를 팔아 충당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부지 용도가 ‘공장용지’라는 점에서 이전비용을 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금호타이어 측은 공장용지를 ‘상업용지’로 변경해달라고 광주시에 요청한 상태다. 현 광주공장 부지가 상업용지로 바뀔 경우 매각가치는 1조4000억원대로 추산된다.  

광주시, “특혜 안돼”…‘먹튀’ 우려도

지난 17일 오후 광주 광산구 송정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소방헬기가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오후 광주 광산구 송정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소방헬기가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광주시는 “공장이 가동 중인 금호타이어 부지는 용도변경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현행법상 용도변경이 가능한 부지는 ‘유휴 토지나 대규모 시설의 이전 부지’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가 중국 자본인 더블스타로 넘어간 상황에서 “개발 이익만 챙긴 후 공장 이전 등이 아닌, 먹튀할 수 있다”라는 지역사회 우려도 광주시의 고민을 깊게 하는 부분이다.

금호타이어 측은 “당장 피해 복구와 화재 원인 규명 등 수습이 우선인 만큼 공장 이전 문제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반면, 공장 인근 주민들과 광주 지역 산업계 등은 “부지 용도변경 문제 등을 떠나 낙후된 시설을 복구하기보단 이전·신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들 “용도변경 떠나 이전해야” 

지난 2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현장에서 건물 해체 작업 중 먼지 날림을 최소화하기 위한 분무가 이뤄지고 있다. 뉴스1

지난 2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현장에서 건물 해체 작업 중 먼지 날림을 최소화하기 위한 분무가 이뤄지고 있다. 뉴스1

‘금호타이어 퇴직자모임’도 공장 화재 후 직원들의 고용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광주공장 이전을 사측에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공장 이전 계획이 수년 전부터 있었고, 지역사회 현안으로 대두돼 있는 만큼 함평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일반직 351명, 기능직 1853명 등 22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번 화재 후 생산 중단에 따른 매출 감소액은 3375억8500만원으로 추정됐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1974년부터 가동됐으며, 1일 3만3000개의 타이어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