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50발로 하마스 수장 사살해도…‘트럼프 휴전안’은 표류

지난 2023년 12월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지도자인 무함마드 신와르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23년 12월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지도자인 무함마드 신와르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군 차원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지도자 무함마드 신와르 사살을 재차 확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신와르 제거 사실을 밝힌 지 사흘만으로, 이번엔 공격 정황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이스라엘군과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지난달 13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유럽병원을 공습해 신와르 등 주요 지도부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IDF와 신베트는 “이들은 병원과 그 주변에 있는 민간인들을 고의로 위험에 노출한 채 병원 아래 지하의 지휘통제 센터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도중 제거됐다”고 밝혔다.

신와르는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기획한 하마스 최고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동생이다. 지난해 10월 형이 이스라엘군에 사살되자 지도자 자리를 넘겨받았다. 앞서 지난달 28일 네타냐후 총리가 신와르 제거 사실을 의회에서 보고했는데, 군과 정보기관이 이날 해당 사실을 공식적으로 다시 확인한 것이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공습이 이뤄진 칸유니스 유럽병원 현장의 모습. 이스라엘군은 당시 공습으로 하마스 수장 무함마드 신와르 등이 사살됐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공습이 이뤄진 칸유니스 유럽병원 현장의 모습. 이스라엘군은 당시 공습으로 하마스 수장 무함마드 신와르 등이 사살됐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신와르 사살 정황도 공개했다. 공습은 지난달 초 하마스 고위 인사들이 휴전 및 인질 협상을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일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계기로 준비됐다. 보통 신와르는 공습을 피하려 인질들을 자신의 가까이에 두고 움직여왔다. 하지만 공격 당일엔 신와르와 하마스 인사들 주위에 인질이 없었다. 이러한 첩보를 확보한 이스라엘군은 전투기를 동원해 30초 만에 50발이 넘는 미사일을 이들의 근거지에 퍼부었다.

이스라엘군은 “공격에 사용된 정밀 미사일이 병원 건물은 무너뜨리지 않은 채 하마스 지휘통제 시설과 지하 터널을 정확히 타격해 하마스 고위 간부들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당국은 신와르의 측근이자 하마스 북부 여단 사령관인 이즈 앗딘 하다드가 하마스를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신와르 사망이 향후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 과정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신와르 사망으로 하마스의 강경한 협상 태도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지난 1년 반 동안 이스라엘이 하마스 최고 지도자들을 여러 명 사살했음에도 하마스의 전투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이스마일 하니예, 지난해 10월 야히야 신와르 등 수뇌부가 제거돼도 하마스의 태도가 변하지 않았듯, 신와르 사망도 하마스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30일 가자지구 칸유니스에서 주민들이 자선단체가 제공하는 식량 배급을 받기 위해 모여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30일 가자지구 칸유니스에서 주민들이 자선단체가 제공하는 식량 배급을 받기 위해 모여 있다. EPA=연합뉴스

실제로 하마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안한 60일 휴전안 수용 조건으로 또다시 전쟁 완전 종식을 요구했다. 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과 교환하는 조건으로 살아있는 이스라엘 인질 10명을 석방하고 사망한 인질 18구의 주검을 넘겨줄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수정안을 모색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구적 휴전,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 가자지구 내 우리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보장 등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9일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는 이스라엘에 구금된 팔레스타인 수감자 약 1200명을 석방하고,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10명을 석방하는 것을 조건으로 가자지구에서 60일 휴전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하마스는 미국의 제안에 대해 ‘전쟁 종식 구상이 포함돼야 한다’고 사실상 반대한 것이다. 이에 위트코프 특사는 “미국의 제안에 대한 하마스의 답변은 전적으로 수용할 수 없으며 우리(휴전 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스라엘, 가자 배급소 군중에 발포…최소 30명 사망

지난달 27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이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의 배급 개시 첫날 GHF가 제공한 구호 물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7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이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의 배급 개시 첫날 GHF가 제공한 구호 물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휴전 협상이 진척되지 않으면서 가자지구 기아 위기는 더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원조 봉쇄를 11주만인 지난달 18일 해제했지만, 굶주린 가자 주민들과 이스라엘 군과의 충돌로 배급 현장에서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1일 새벽 이스라엘과 미국이 주도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의 구호품 배급 현장에서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최소 30명이 사망하고 100명 넘게 다쳤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가자지구 라파 현지의 한 언론인은 BBC에 가자 주민 수천 명이 배급소 인근에 모여들자 이스라엘 탱크가 나타나 발포했다고 말했다. 

GHF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유엔과 산하기구가 담당 해온 가지지구 구호물자 배포를 대신 담당하겠다며 만든 단체다. 하마스가 가자지구 구호물자를 빼돌리거나 탈취하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유엔과 국제사회는 이런 계획이 원조를 무기화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하지만 배급 첫날인 지난달 27일부터 혼란이 이어졌다. 기아에 시달린 주민들이 몰려들면서 곳곳에서 혼란이 벌어졌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달 31일 가자 중부와 남부를 통과하는 약 80대의 구호 트럭이 주민들에게 약탈당했다고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200만명이 넘는 가자 인구 전체가 사실상 기아 위기에 직면해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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