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알리자 "사표 써"…직장인 열 중 넷 "육아휴직 눈치본다"

서울시내 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등원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내 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등원하고 있다. 뉴스1

#1. 직장인 A씨는 임신 사실을 회사에 알리자 “권고사직 처리를 해 줄 테니 사직서를 쓰라”는 말을 들었다. 회사는 “그냥 버텨도 어차피 해고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A씨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이에게 해가 될까 두려워 회사가 만든 사직서에 서명했다.

#2. 임기제 공무원 B씨는 육아 휴직 후 복직하자 2년 재계약을 맺은 동료들과 달리 1년짜리 계약을 하게 됐다. B씨의 팀장은 육아휴직 중 B씨가 받은 급여를 부풀려 “돈 더 많이 받으며 육아휴직을 한다”고 험담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이 같은 출산, 육아 갑질 상담 사례를 1일 공개했다. 단체는 최근 1년 동안 ‘출산·육아 갑질’ 관련 이메일 상담, 제보로 58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직장인 10명 중 4명이 출산 휴가나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이 단체가 지난 2월 10일부터 17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36.6%가 출산휴가를, 42.4%는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정규직의 경우 ‘출산휴가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46.5%, ‘육아휴직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52.3%로 모두 정규직보다 15%포인트 이상 높았다.


민간기업은 기업 규모에 따라 차이가 컸다.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중 28.8%가 ‘육아휴직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고 응답했지만,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중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은 57%에 달했다.

성별에 따른 응답 격차도 눈에 띄었다. 여성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47.7%로 남성(27.7%)보다 20%포인트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