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등 잇단 가격인하 출혈경쟁에 제동 건 中당국 왜

중국 완성차업체 비야디의 로고. 연합뉴스

중국 완성차업체 비야디의 로고. 연합뉴스

중국 자동차업계의 저가 출혈경쟁에 중국 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비야디(BYD)를 시작으로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연쇄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면서 수익성이 저하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의 지난달 31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 관계자는 “자동차기업의 무질서한 가격경쟁은 전형적인 내부 출혈경쟁으로,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를 어렵게 하고 제품의 품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하면 자동차 산업의 발전도 저해될 수밖에 없다. 가격전쟁에는 승자도,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공업정보화부는 ▶과도한 가격경쟁 감독 강화 ▶부당경쟁 적발 시 처벌 강화 등을 예고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도 지난달 30일 ‘공정 경쟁 질서 유지를 통한 산업 발전 촉진을 위한 제안’을 발표하며 업계에 과도한 할인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협회는 제안문에서 “내부출혈식 경쟁이 이익감소의 주요요인”이라며 “원가 이하로 상품을 덤핑하거나 허위광고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 업계·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3일 비야디(BYD)는 22개 순수전기차(B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에 대해 6월 말까지 최대 34% 할인한다고 발표했다. 테슬라 모델3의 경쟁 모델인 ‘씨라이언7’(PHEV 기준)은 15만5800 위안(약 2900만원)에서 10만2800 위안(약 1900만원)으로 5만3000 위안(34%) 인하된다.

그러자 리오토(5월 25일), 지리자동차(5월 26일), 체리자동차(5월 28일) 등이 연쇄적으로 8~47%의 가격인하책을 발표했다. 중국 전기차 업계의 지난해 평균 할인률이 8.3%였던 것을 고려하면 할인 폭이 최대 5배가량 확대된 것이다. 이같은 가격경쟁은 재고를 정리하고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대상에서 빠져나오려는 의도다.


2025 상하이모터쇼에서 리오토의 L7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2025 상하이모터쇼에서 리오토의 L7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중국 자동차업계의 이익률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 당국은 조치에 나섰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4.4%로 전체 산업 평균(6.1%)에 못 미쳤다. 특히 올해 1~4월 영업이익률은 4.1%로 더 낮아졌다. 수익 저하는 자율주행·배터리·안전 등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을 줄여 품질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웨이지엔쥔 창청자동차(GWM) 회장은 지난달 23일 “어떤 공산품이 가격을 10만 위안(약 1900만원) 떨어뜨리고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자동차판 헝다(에버그란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2021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는 440조원대 부채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파산했는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전기차 산업은 중앙·지방정부의 과도한 투자에 따라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과잉생산 체계가 됐다”며 “자동차 기업이 저가경쟁에 따른 출혈을 부채로 버티다가 헝다처럼 산업 전반에 큰 피해를 남기고 파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