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경북 포항 해군항공사령부 내 강당에서 엄수된 해군 해상초계기 917호기 추락 사고 순직자들에 대한 합동 영결식에서 해군 장병들이 헌화 후 묵념을 하고 있다. 해군
군 당국은 지난달 31일 해군안전단장을 위원장으로 합동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관제탑에 저장된 항적 자료와 사고기 음성녹음저장장치, 기체잔해 등이 분석 대상이다.
위원회에는 해군 안전단·수사단·해양과학수사센터와 공군 항공안전단·육군 항공사 등 군 당국, 해양경찰청 등이 참여했다. P-3 국내 도입 당시 기체 개조를 맡고 도입 이후 창정비를 실시해온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문가들도 위원회에 포함됐다. 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투명성·신뢰성·공정성을 담보하는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사고조사에 필요하면 민간 항공전문가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조사 초기인 만큼 사고 원인을 예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군 내부에선 조종사 과실보다 기체 결함에 무게를 두는 의견이 상당하다. 사고 다음날 공개된 영상을 보면 기체는 급격하게 흔들리는 움직임을 보인 뒤 불과 7~8초만에 뒤집혀 급강하하는데, 조종으로는 이 같은 비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현직 조종사들의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조종사는 “이는 전투기에서도 겨우 가능한 기동”이라며 “민항기와 유사한 기체 P-3에서 방향타, 보조익을 아무리 꺾어도 사고기처럼 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조종 통제력 상실의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달 29일 오후 1시 50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 한 야산에 해군 초계기가 추락한 가운데 군과 소방 당국 등 관계기관이 현장 수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안팎에선 유압 장치 등 조종 계통의 문제를 우선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직 공군 관계자는 “유압 장치가 작동되지 않았거나 유압 펌프의 케이블이 끊어져 방향타 등이 순간 먹통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선회를 한 기체가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상 상황에 대처할 틈도 없이 뒤집혀 추락한 것처럼 보인다”고 추정했다. 실제 관제탑과 마지막 교신에서 비상 상황과 관련한 내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만큼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였을 수 있다.
기체 노후화에 따라 정비 사각지대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록히드마틴이 1960년대 후반 P-3B로 제작한 해당 기체는 미 해군에서 약 20년간 운용되다 2010년 한국 해군에 도입됐다. 도입 전 KAI가 인수해 핵심 부품을 교체하고 최신 전자장비를 탑재하는 등 상당 부문 개조가 이뤄졌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도태 시기는 5년 이상 남아있고, 4.5년인 창정비 기간은 올해 연말 도래할 예정이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군에서 퇴역한 뒤 한국에 들어오기 전 미 본토 노지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10~20년간 머물던 기체였다”며 “노후 항공기일수록 복합적인 원인으로 사고가 나곤 해 창정비 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엔진 문제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사고기인 P-3CK의 경우 터보프롭(프로펠러·가스터빈) 4개 엔진 중 하나만 가동해도 최소한의 활공비행이 가능할 정도로 안정성이 뛰어나 급강하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난기류나 버드 스트라이크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당일 기상이 좋았던 데다 육안으로 새떼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이 1일 해군 해상초계기 917호기 추락 사고 순직자 합동 영결식이 거행된 경북 포항 해군항공사령부 내 강당에서 헌화와 분향을 마친 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