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머스크와 '브로맨스 끝'…머스크 측근 NASA국장 잘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측근인 재러드 아이작먼에 대한 항공우주국(NASA) 국장 후보 지명을 돌연 철회했다.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직에서 물러난 지 하루 만에 '머스크 그림자 지우기'에 나선 모양새다.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머스크 고별식 겸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와 머스크는 덕담을 주고 받았으나 사실상 두 사람의 130일간의 브로맨스는 막을 내렸다는 평가다.    

일론 머스크(왼쪽)가 지난 30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황금 열쇠를 선물로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왼쪽)가 지난 30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황금 열쇠를 선물로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전의 연관성들을 철저히 검토한 결과 아이작먼의 NASA 국장 지명을 철회한다"며 "곧 이 임무에 부합하고 미 우주 분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새로운 지명자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미 상원 인준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이뤄진 이례적인 결정이다.  

이에 앞서 리즈 휴스턴 백악관 대변인도 "차기 NASA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 우선주의 정책에 완벽하게 부합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곧 후임자를 직접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철회 배경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아이작먼이 과거 민주당 의원들에게 기부했던 사실을 트럼프가 뒤늦게 보고받고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NASA 국장 지명 철회된 재러드 아이작먼. AFP=연합뉴스

NASA 국장 지명 철회된 재러드 아이작먼. AFP=연합뉴스

 
아이작먼은 결제 플랫폼 기업 '시프트4'를 설립한 억만장자로,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투자자이자 민간인 우주 비행을 한 고객이다. 머스크의 추천으로 NASA 국장직에 지명됐다고 전해진다.  

현지 언론은 이번 일을 트럼프와 머스크의 '정치적 결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머스크도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머스크는 이번 소식과 관련 X(옛 트위터)에 "(아이작먼처럼) 이렇게 유능하고 선량한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가 아이작먼에 대한 지명 철회에 실망했다"고 전했다.  

전날 백악관에서 트럼프는 머스크에게 '황금 열쇠'를 선물로 건네며 그간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했다. 머스크도 "친구이자 조언자로 남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두 사람의 관계는 급격히 냉각됐다. 지난달 트럼프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건의를 받아들여 머스크가 추천한 국세청장 직무대행을 임명 사흘 만에 교체했다. 머스크는 지난 27일 트럼프의 감세 법안을 두고 "재정적자를 더 늘릴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 대선 기간 트럼프를 전폭적으로 지원한 머스크는 트럼프의 '퍼스트 버디(1호 친구)'로 불렸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지난 1월 20일부터 정부효율부 수장이 된 그는 특별 공무원 신분으로 정해진 130일간 행정부에서 일했다.  

머스크는 연방정부의 구조조정을 맡아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았으며, 스페이스X가 국방부의 군사용 위성 발사 계약을 수주하는 등 사업에도 이득을 얻었다. 반면 급진적인 일 처리 방식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각료들과 끊임없이 충돌했고, 여러 국가들에서 테슬라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머스크가 지난 30일(현지시간) 한쪽 눈에 멍이 든 채로 백악관 집무실에 나타난 모습. AFP=연합뉴스

머스크가 지난 30일(현지시간) 한쪽 눈에 멍이 든 채로 백악관 집무실에 나타난 모습. AFP=연합뉴스

 
한편, 고별식에서 머스크는 한쪽 눈가에 멍이 든 모습으로 등장했는데, 그는 "아들 '엑스'와 장난을 치다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정부효율부 수장직을 내려놓은 머스크가 당초 공언했던 '1조 달러(약 1383조원) 지출 삭감'에 근접하지도 못했다"며 "그의 사업과 대중적 이미지가 타격을 입었는데 얼굴까지 그렇게 됐다"고 짚었다.  

또 NYT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가 지난해 대선 선거 운동 당시 케타민과 엑스터시 등 마약을 포함해 다량의 약물을 복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해당 보도와 관련 X를 통해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 이어 그는 "몇 년 전 케타민을 처방받아 복용해봤고, 그 사실은 예전에도 공개했었다"며 "즉, 이건 뉴스도 아니다. 심리적인 어둠에서 빠져나오는 데 케타민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 이후에는 복용을 중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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