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직원이 배터리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LG 제공
LG엔솔은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의 대규모 양산에 돌입했다고 1일 밝혔다. 중국 CATL·BYD는 물론 일본 파나소닉과 국내 3사(LG엔솔·삼성SDI·SK온)를 비롯한 주요 배터리 업체 중 미국에서 ESS용 LFP 배터리 대규모 양산 체제를 가동한 곳은 LG엔솔이 유일하다. 이미 델타·테라젠 같은 현지 주요 에너지 업체에 제품 공급을 확정했다.
LG엔솔 관계자는 “ESS용 LFP 배터리를 현지에서 양산하면 관세 영향을 받지 않아 경쟁사 대비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불확실한 정책 상황에서 북미 ESS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친환경 에너지 등 산업에서 급증하는 ESS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을 설명하는 핵심 열쇳말은 ESS와 LFP 모두다. 전기차 시장이 정체한 상황에서 북미 ESS 시장은 국내 배터리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다. 기존 재생에너지 전력 관리에 더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185기가와트시(GWh)에서 2035년 약 1232GWh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글로벌 ESS 배터리 시장은 CATL·BYD 등 중국 업체가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대중 관세 정책으로 북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전망이다. 이미 미국 내 군 시설에서 중국산 배터리 도입을 금지하는 등 향후 중국 업체의 시장 진입을 추가로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LG엔솔이 ESS 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LG엔솔은 이번 공장 증설로 미국 ESS용 LFP 배터리 전체 수요의 25%를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그동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집중해왔다. NCM이 LFP 배터리보다 20~30% 정도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에너지 밀도를 개선한 중국산 저가 LFP 배터리가 시장을 치고 들어오며 상황이 달라졌다. 더욱이 고정된 위치에서 안정적 출력을 내는 게 중요한 ESS용으로는 LFP 배터리가 더 적합하다는 점에서 국내 업계가 LFP를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LG엔솔은 당초 미국 애리조나주에 ESS용 LFP 배터리 신규 공장을 건설해 2026년부터 양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을 변경해 신규 공장 건설까지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그간 전기차 배터리를 만든 미시간 홀랜드 공장부터 일부 공간을 ESS 생산라인으로 신속하게 바꾼 것이다.
현재 국내 업계는 ESS뿐 아니라 전기차용 LFP 배터리 개발에도 한창이다. LG엔솔은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생산한다. 삼성SDI·SK온은 이르면 내년부터 LFP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