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트럼프 첫 통화…"관세 합의 노력" "방미 초청"

이재명 대통령이 6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취임 후 외국 정상과의 첫 통화다. 이날 통화는 오후 10시부터 약 20분간 이뤄졌다. 양 정상은 대선 승리를 축하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외교의 근간은 한ㆍ미 동맹”이라고 화답했다.

현안 관련 대화도 오갔다. 관세 협의와 관련해 양 정상은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하고, 실무협상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저녁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저녁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방미를 초청했다. 이 대통령은 “한ㆍ미는 특별한 동맹으로, 자주 만나 협의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양 정상은 한ㆍ미 동맹의 발전과 심도 있는 협의를 위해 다자회의 또는 양자 방문 등을 계기로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만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이 이달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이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대면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간이 촉박해 여의치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할 수도 있다.

이날 두 사람은 서로의 공통점에 대한 대화도 주고받았다. 대선 운동 기간 트럼프 대통령은 총탄에 암살당할 뻔했고, 이 대통령은 지난해 1월 흉기에 찔렸다. 두 정상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강력한 리더십이 나온다”는 데 뜻을 모았다. 두 사람은 골프를 주제로도 대화했는데, 같이 골프를 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모자를 선물 받은 일화를 소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심을 보이며 “높은 명성을 가진 이 대통령을 곧 뵙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저녁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저녁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양 정상의 이날 통화는 이 대통령 취임 사흘 만에 이뤄졌다. 그간 한국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 정상과 하루 이틀 만에 통화하는 게 관례였다. 문재인·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 확정 당일 통화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확정 이튿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지난 5일 “여러분이 예상할 수 있는 여러 특이성이 있는 상황에서, 시차와 여러 일정 문제를 고려해 조율 중”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으로 통화가 늦춰졌다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 당선 확정일인 지난 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75분간 통화했고, 그다음 날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0분간 통화했다. 이미 이 대통령 당선 직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발표한 공식 성명을 통해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상황에서, 상호 양해하에 축하 통화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이날 한·미 정상이 첫 통화를 마치면서 향후 이 대통령의 정상 외교도 물꼬가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대통령의 전례를 보면,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뒤 일본·중국 정상과 차례로 통화해 왔다. 이 대통령 취임 당일인 지난 4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 대통령과 일·한, 일·한·미 협력을 활발히 하고 싶다”고 밝혔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한 관계 발전을 매우 중시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이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달 열리는 다자정상회의에 이 대통령이 참석할지도 주목된다. 15~17일(현지시간)에는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24~25일에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국내 상황이 어지럽고 복잡하다. 꼭 그래야(참석해야) 할지 아닐지 고민”이라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