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를 물처럼…'주스·탄산 섭취↑' 아동·청소년, 건강도 흔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탄산음료가 진열되어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탄산음료가 진열되어 있다. 뉴스1

10살 A양은 오렌지·포도 주스 등을 매일 한두개씩 마신다. 밥을 먹을 때도 옆에 둘 정도다. 어릴 때부터 이어진 습관이다. 그러다 보니 냉장고엔 늘 주스 제품이 채워져 있다. A양 아버지는 "간식이라지만 당 섭취가 걱정돼 줄이려 하지만, 워낙 딸이 좋아하니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음료를 물처럼 마시는 경우가 흔해지면서 국민의 하루 평균 음료 섭취량이 5년간 23% 증가했다. 특히 아동·청소년은 당이 많이 들어간 과일채소음료(주스)나 탄산음료를 섭취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비만 등 건강 문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9일 이러한 내용의 국민 음료 섭취 현황을 발표했다. 매년 약 1만명이 참여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식품섭취조사 자료를 분석한 내용이다. 음료는 수분 섭취 등을 위한 액상 형태 식품으로 무가당·가당 음료로 나눠진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2023년 기준 하루 음료 섭취량은 274.6g으로 2019년(223.5g) 대비 22.9% 늘었다. 음료를 제일 많이 마시는 연령대는 30대였다. 415.3g으로 하루 평균 2잔 이상(200mL 기준)을 섭취하는 셈이다.

국민이 가장 많이 마신 음료 종류는 아메리카노를 비롯한 무가당 커피였다. 2019년보다 28.2g 늘어난 112.1g으로 집계됐다. 특히 5년 새 무가당 커피·저칼로리 탄산음료 섭취가 늘어난 반면, 탄산음료는 줄었다. 평소 아메리카노나 '제로 콜라' 등을 택하는 손길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오렌지주스. 사진 pixabay

오렌지주스. 사진 pixabay

하지만 아동·청소년은 설탕 등이 들어간 가당 음료 선호가 뚜렷했다. 가당 음료는 손쉽게 에너지와 당을 섭취하도록 해 비만·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위험 요인이다. 과채음료는 연령별로 보면 10~18세, 1~9세 순으로 섭취량이 많았다. 특히 1~9세는 5년간 35.3g에서 38.9g으로 되레 늘었다. 탄산음료도 10~18세(84g)가 19~29세(78.9g)를 제치고 가장 많이 마시는 연령대가 됐다. 이에 따라 음료로 인한 당 섭취량도 전 연령대를 통틀어 10대가 가장 높았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주스·탄산음료 등을 많이 마시는 것도 문제지만, 혈당을 빨리 높이는 치킨·햄버거 등 패스트푸드와 같이 먹는 식습관이 더 문제"라면서 "어릴 때부터 이런 문제가 쌓여도 그냥 놔두면 당뇨·비만 등을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실제로 평소 음료를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당을 과잉 섭취할 가능성이 높았다. 가당 음료를 애용하는 1~9세, 10~18세 음료 섭취자의 당 과잉 섭취(총 에너지 섭취량의 20% 초과) 비율은 각 32.7%, 26.5%였다. 해당 연령대의 음료 미섭취자(14.5%, 6.9%)와 비교하면 2~3배 이상 높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아동·청소년의 경우 정부와 학교, 가정에서 가당 음료 섭취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성인도 수분 섭취를 위해 음료 대신 물을 충분히 마실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오상우 교수는 "집에서 과일을 착즙해 먹는 것보다 건강에 좋은 제철 과일을 생으로 섭취하는 게 좋다.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 등을 같이 먹는 고리도 끊어야 한다"면서 "학교에서 과일을 간식으로 제공하거나 매점에서 싸게 팔도록 지원하는 등 정책적 변화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