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곳곳에 산더미 폐기물 보관…쓰레기차 주민반발에 막혔다

“주민이 길 막아 쓰레기 차량 길 막혀”

9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주민들이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진입로를 막아서자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고 대기 중인 제주도 청소차량. 최충일 기자

9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주민들이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진입로를 막아서자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고 대기 중인 제주도 청소차량. 최충일 기자

9일 오전 9시 30분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진입로. 한 쓰레기 수거 차량이 멈춰서 있다 결국 이곳을 빠져나왔다. 지역을 돌며 수거한 쓰레기를 버리지 못한 채였다. 환경미화원 김모(56)씨는 “센터 인근 주민들의 진입로를 봉쇄하면서 주말 동안 모인 쓰레기가 처리시설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일단 여기 상황을 지켜보다 인근 재활용품처리시설에 쓰레기를 모아두러 갈 계획”이라고 했다.

7일부터 사흘간 진입로 폐쇄한 주민들 

8일 제주시내에 주차 중인 쓰레기 수거 차량들. 최충일 기자

8일 제주시내에 주차 중인 쓰레기 수거 차량들. 최충일 기자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주민들이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폐기물처리시설) 진입로를 사흘째 막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 7일 오전 8시부터 센터 앞에 모여 천막을 치고 진입로를 막았다. 제주지역 쓰레기 대부분을 처리하는 이 센터의 진입로가 막히면서 제주시민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주도 “경제성 없고, 폐열 부족해 사업 불가”

9일 오전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진입로를 막아선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주민들이 걸어놓은 플래카드들. 최충일 기자

9일 오전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진입로를 막아선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주민들이 걸어놓은 플래카드들. 최충일 기자

동복리 주민들이 진입로를 봉쇄한 건 제주도가 약속한 지원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다. 농경지 폐열 지원은 센터 소각로에서 나오는 폐열을 비닐하우스 등 농경지에 지원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2019년 사업의 타당성을 전문기관에 조사했고, 2020년 12월 마을에 경제성 부족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결과를 설명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마을 측이 지난해 11월 폐열 활용 사업을 다시 요구하자 폐열이 주민지원시설로 공급돼, 폐열 부족으로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주민 “농경지 폐열 지원 약속 이행하라”  

9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주민들이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진입로를 막아서자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고 돌아가는 민간 수거차량. 최충일 기자

9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주민들이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진입로를 막아서자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고 돌아가는 민간 수거차량. 최충일 기자

김병수 동복리장은 “동복리는 지난 7년간 센터 들어서 정상 운영되도록 도우면서 제주도의 약속 이행을 기다렸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제주도가 센터 건립 당시 주민들에게 약속한 농경지 폐열 지원사업을 빨리 이행하던지, 경제성이 떨어진다면 그에 상응하는 사업을 진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폐기물 임시 야적장, 악취 나고 침출수 줄줄

9일 오후 2시30분 찾은 제주시내 한 적환장에는 20~50ℓ 들이 종량제 봉투가 3m 넘는 높이로 쌓여있었다. 최충일 기자

9일 오후 2시30분 찾은 제주시내 한 적환장에는 20~50ℓ 들이 종량제 봉투가 3m 넘는 높이로 쌓여있었다. 최충일 기자

갈등이 이어지자 제주도민들은 쓰레기 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제주지역 적환장(임시야적장) 곳곳에 폐기물을 쌓아두면서 악취가 풍겨 나오는 등 환경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9일 오후 2시 30분 찾은 제주시내 한 적환장에는 20~50ℓ 종량제 봉투가 3m 넘는 높이로 쌓여있었다. 인근에선 고약한 악취가 풍겨 나왔다. 일부 쓰레기봉투에선 침출수가 흘러나오고 있는 모습이었다.  


도내 해결 힘들자, 쓰레기 도외 반출까지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전경. 최충일 기자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전경. 최충일 기자

제주도는 제주도 내 재활용 업체와 적환장에 이런 가연성폐기물을 모아 둔 뒤, 민간업체를 통해 도 외로 반출하고 있다. 9일 오전 10시까지 469t의 일반쓰레기 중 207t을 도 외로 반출했다. 정근식 제주도 자원순환과장은 “현재까지 동복리에 법정·특별지원금 등 587억원을 지원했고, 앞으로도 마을 주도 사업을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최선을 다해 지원할 계획”이라며 “도민 불편 해소를 위해 조속한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는 2019년 완공됐다. 14만㎡ 면적에 242만㎥의 불연성 폐기물 매립시설과 하루 500t가량의 가연성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소각시설을 갖췄다. 하루 평균 매립 쓰레기 153t, 소각 쓰레기 376t을 처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