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S에서 선보이는 HBM3E 16단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지난 1월 6일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서 공개된 SK하이닉스의 HBM3E 16단 제품 실물. 연합뉴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5 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매출은 전년 대비 79.3% 급증했다. 전체 시장 규모로 보면 아직 로직 반도체(2158억 달러)가 메모리 반도체(1655억 달러)보다 약 1.3배 더 크지만, 같은 기간 로직 시장의 성장률은 20.8%였다.
메모리 성장세에 힘입어 한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1.1%로, 전년(13.8%)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1위 미국의 점유율은 50.2%에서 50.4%로 0.2%포인트(p) 소폭 상승에 그쳤다. 일본(9.0%→8.2%), 대만(7.0%→6.5%), 중국(7.2%→4.5%)은 모두 점유율이 하락했다.

차준홍 기자
반도체 시장은 크게 D램(DRAM), 낸드(NAND),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의 메모리 반도체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로직 칩을 포함하는 시스템 반도체로 나뉜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HBM과 그래픽더블데이터레이트(GDDR) 등 고성능 메모리의 기술과 공급망에서 뚜렷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차준홍 기자
당분간은 ‘장밋빛’… 내년 메모리 성장률 16.2%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11.2% 증가한 7008억7400만 달러(약 9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7607억달러로 올해보다 8.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메모리 부문은 올해 11.7%, 내년에는 16.2%에 달하는 두 자릿수 성장률이 전망된다. 로직(7.3%) 등 다른 반도체 제품보다 성장 전망 폭이 크다.
美·中·日, 한국 메모리 겨냥 추격 개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 서버 랙의 모습. 랙에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결합한 반도체 패키지인 AI 가속기가 수십개씩 탑재된다. 연합뉴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최근 중국 메모리 업체들은 판매량이 빠르게 늘자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정보를 공개했다. 올해 1분기 매출 기준으로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는 낸드 시장에서 6위(8.1%),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는 D램 시장에서 4위(4.1%)에 각각 올랐다. 점유율 자체는 아직 높지 않지만, 이들의 성장세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도쿄대는 인텔과 함께 최근 저전력 AI용 메모리 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할 회사 ‘사이메모리’를 설립했다. 한국이 주도권을 가진 HBM을 대체할 새로운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하기 위한 행보다. 미국 마이크론도 싱가포르에 대규모 HBM 전용 패키징 공장을 짓고 생산능력 확충에 나섰다. 지난 3월에는 마크 리우 전 TSMC 회장을 영입해, 파운드리 공정이 중요한 차세대 HBM에서 TSMC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범용 메모리 시장의 중심이 중국으로 이동함에 따라 이제 메모리 업계의 생존 전략은 AI와 맞춤형 하이브리드에 달려 있다”며 “글로벌 로직 업체들도 하이브리드 메모리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국내 메모리 기업들도 기술 개발과 함께 범용 메모리 중심의 생산 역량을 신속히 차세대 메모리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