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불린다. 외부에서 유입돼 어느 정도 자리 잡힌 그들만의 균형을 파괴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시즌 K리그1(1부) 12위로 부진해 강등된 인천은 올 시즌 K리그2(2부)에서는 압도적인 선두(12승2무1패·승점 38)다. 지난 8일에는 부천FC를 1-0으로 꺾고 12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2위 수원 삼성과의 승점 차가 7이다.

올 시즌 달라진 인천 축구는 수치로 확인된다. 각종 패스 관련 지표가 모두 1위다. 지난달 안산 그리너스전에서는 원터치 패스 9번으로 골을 만들었다. 달라진 인천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윤정환(52) 감독이다. 그는 지난해 강원FC를 K리그1 2위에 올려놓고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뒤 인천으로 옮겼다. 윤 감독이 떠난 강원은 올 시즌 9위다.

최근 인천 유나이티드FC 축구센터에서 윤 감독을 만났다. 변화 비결부터 물었다. 그는 “인천은 롱볼(긴 패스 위주 운영)이 많았다. 그래서 빌드업이 가능하게 명확한 게임 모델을 만들었다”고 답했다. 작전판을 들더니 자석 말을 옮기며 설명을 이어갔다. 요컨대 기본적으로는 4-4-2이지만, 선수 특성과 상황에 따라 미리 준비한 다양한 포메이션(3-3-4) 옵션을 바꿔가며 적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윤 감독은 선수 시절 테크니션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상대를 제치면 두 발로 ‘통태클’이 들어오던 시절에 그걸 피하려고 원터치 패스를 시도했다. 나 같은 선수가 살아남기 쉽지 않은 시절이었는데, 운 좋게도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82·러시아)을 만났다”고 말했다. 1994년부터 5년간 부천 SK(제주SK 전신)를 이끈 니폼니시 감독은 플레이메이커 윤정환 중심의 패스 축구를 구사했다.


윤 감독은 강원에서처럼 인천에서도 고양이 톰을 골탕 먹이는 생쥐 제리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일명 ‘제리볼’을 추구한다. 그는 “팬들은 맹목적인 킥보다는 킬패스의 짜릿함을 좋아한다”고 제리볼의 또 다른 배경을 설명했다. 1위라는 성적이 제리볼의 효과를 설명한다. 또 인천은 15경기 중 10경기나 무실점이다. 자신들은 접은 롱볼을 상대 팀이 하도록 수비를 펼쳐서 얻어낸 결과다.

 
1, 2부 팀을 모두 경험한 윤 감독은 둘의 가장 큰 차이로 ‘간절함’을 꼽았다. 예컨대 인천의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무고사는 지난 7일 체코 원정에 참가했다가 8일 한국에 돌아왔고, 그날 저녁 부천전에 교체 출전했다. 본인 의지였다. 무고사는K리그2 득점 선두(13골)다.

사실 그에게도 간절함이 있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멤버지만, 대회 내내 벤치만 시켰다. “그땐 아주 섭섭했는데 지도자가 되면서 거스 히딩크 감독 마음을 이해했다”는 그는 “언젠가 국가대표팀 감독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2011년 윤 감독은 만년 일본 J리그2(2부) 팀이던 사간도스를 J리그1(1부)로 승격시켰다. 2018년에는 세레소 오사카를 시즌 2관왕(일왕배·리그컵)에 올려놨다. 그의 체력 훈련은 힘들기로 악명 높았고, 선수들은 그를 “오니(괴물)”라고 불렀다. 그는 “패스 축구는 강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개막 전 20승이던 목표를 25승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귀띔했다. K리그1에 직행하는 1위를 향한 집념을 그는 그렇게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