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킹 범죄. 김지윤 기자.
11일 대구 성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10일) 오전 3시 30분쯤 50대 여성 A씨가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 관련 경찰이 40대 남성 B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쫓고 있다. B씨는 현재 대구를 벗어나 세종의 한 야산까지 도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세종북부경찰서와 공조해 수색견·드론·기동대 등을 투입해 수색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야산을 벗어났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인근 폐쇄회로TV(CCTV)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의자로 지목된 B씨는 한 달여 전에도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알고 지내던 A씨와 B씨가 다투다 경찰이 출동했고, 경찰은 B씨를 특수 협박 혐의(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등)로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도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대구지법은 “B씨가 수사에 제대로 응하고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피해자안전(신변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A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집 앞에 안면인식용 인공지능(AI) CCTV를 설치했다. 안면인식용 AI CCTV는 가해자 등 미등록자가 집 주변을 배회하거나 경계구역을 침범할 경우 CCTV가 얼굴을 인식해 신변보호대상자에게 실시간으로 비상알림을 전송하고 112 긴급신고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112 상황실에서도 CCTV로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주변 순찰차에 긴급 출동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B씨가 이날 복면을 쓰고 6층까지 가스 배관을 타고 침입하면서 별다른 경보가 울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워치 또한 A씨가 최근 스스로 경찰에 반납한 상태였다. 결국 A씨는 흉기에 찔린 채 심정지 상태로 가족에 발견됐으며 병원에 이송돼 치료받다 1시간여 만에 사망 판정을 받았다. 수사 당국은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지금은 용의자를 검거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찰청 전경.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6/11/d1d6e45e-2e80-482e-9fc7-de3cfa1d91f3.jpg)
대구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경기도 동탄에서도 30대 남성이 전 연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 발생이 발생했다. 동탄 납치살인 피의자인 30대 남성은 지난달 12일 전 연인인 30대 여성을 화성 동탄신도시의 오피스텔에서 자신이 사는 아파트단지로 납치해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피해 여성은 앞서 전 연인에 의한 폭행 등의 피해를 호소하며 구속 수사를 경찰에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화성동탄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과했다.
최근 잇따라 스토킹 범죄가 불구속 수사 중 살인이라는 참극으로 이어지면서 대구여성단체가 스토킹 범죄자에 대한 구속수사를 즉각 시행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대구여성의전화는 11일 논평을 내고 “피해자는 이미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었다”며 “그럼에도 법원은 특수 협박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 스스로 여성폭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스토킹 피해자들이 원하는 첫 번째 사법 조치가 가해자들의 구속이다”며 “이제는 피해자가 피하거나 숨는 방식이 아닌 가해자의 삶을 제재하는 방식으로 피해자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 스토킹 범죄로 조사를 받는 가해자를 구속수사 하는 것이 피해자들의 생명과 맞바꿀 만큼 어려운 일인지 되묻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