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GTC 파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양자컴퓨팅이 ‘젠슨 황 효과’로 다시 들썩이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양자컴퓨팅이 상용화되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며 관련 주가 폭락을 초래했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번에는 180도 다른 발언을 내놓으면서다.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을 장악하다시피한 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까지 미리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0도 달라진 젠슨 황, 왜

IBM의 상용 퀀텀 컴퓨팅(양자컴퓨터) 시스템인 'IBM Q 시스템 원'. 뉴스1
양자컴퓨터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으로 구성된 기존 컴퓨터 모델과 달리 ‘큐비트’(0과 1이 중첩 가능한 기본 연산 단위)를 활용해 압도적으로 빠르게 연산할 수 있어, 기존 산업 지형을 뒤흔들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미래형 컴퓨터다. 업계에선 양자컴퓨터와 구분하기 위해 현재의 컴퓨터 모델을 ‘고전컴퓨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황 CEO는 지난 1월 “쓸만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며 보수적인 태도였다. 그의 발언으로 아이온큐와 리게티컴퓨팅 등 양자컴퓨팅 관련 기업 주가는 40%가량 급락하기도 했다. 당시 전문 투자자들 사이에선 “GPU 지배력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뒷수습’ 넘어 미래 보는 엔비디아 구상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3월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GTC 2025)에서 양자 컴퓨팅 기업 임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젠슨 황의 이 같은 행보는 과거 발언에 대한 ‘뒷수습’ 차원을 넘어 엔비디아의 사업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11일 파리 GTC에서는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 컴퓨팅 솔루션 ‘쿠다-Q’(CUDA-Q)를 소개하면서 “양자와 고전의 만남”이라고 했다. 쿠다-Q는 양자컴퓨터의 QPU가 기존(고전) 컴퓨터의 CPU, GPU와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양자컴퓨팅 개발 소프트웨어다.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의 양자컴퓨터 개발을 견제하고 먼저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엔비디아의 ‘개방 전략’, 속내는 시장지배력
민동문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지금도 계산화학 등 특정 학문 분야에선 양자컴퓨터가 물리량을 계산하고 고전컴퓨터가 정확도를 높이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며 “대부분의 머신러닝 작업에 GPU가 활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양자 머신러닝’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부상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엔비디아가 이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