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안전관리 부서가 기피 부서? 마인드 통째 바꿔라"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수해(장마) 대비 현장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수해(장마) 대비 현장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세월호도 그렇고,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참사)도 보면 조금 신경 썼으면 다 피할 수 있는 재난 사고들”이라며 “최소한 이재명 정부에서는 그런 일은 절대로 벌어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 후 두 번째 현장 행보로 서울 서초구 한강 홍수 통제소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80분간 여름철 수해 대비 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하며 안전을 강조했다.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은 이 대통령과 부처 안전 담당자들 사이에선 뾰족한 질문과 진땀 섞인 답변이 오갔다.      

▶이 대통령=“우수관 관리를 잘하면 침수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나.”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본부장=“하고 있다. 제가 지금 많이 괴롭히고 있는 편이다.”
▶이 대통령=“진짜인가? 실제로 경험해보면 우수관을 거의 들여다보지 않더라.”  
▶이 본부장=“전적으로 공감하다. 실제 현장 가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대통령=“앞으로는 우수관 관리 잘 안 하는 건 징계하기로 하겠다.” 

이 대통령은 “예측 가능한 사고들이 무관심이나 방치 때문에 벌어질 경우에는 사후적 책임을 아주 엄격하게 물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해야 될 것”이라며 “이렇게 억압적 수단만으로는 안 되고 보상체계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안전에 관한 생각, 안전 부서에 대한 마인드를 통째로 바꿨으면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관리 부서는 사고 나면 문책, 심지어는 구속당할 수도 있어서 다 도망가려 하고, 대개는 미움받는 공무원을 보낸다는 말이 있다”고 말하자 좌중엔 웃음이 터졌다. 이 대통령은 “그때 우리 본부장님이 (부처 요직으로 꼽히는) 인사 담당 부서가 안전관리를 겸하게 하는 게 어떻냐 이런 말씀 주셨는데, 그거 진짜 좋은 생각”이라며 이 본부장을 치켜세운 뒤, 곧장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대통령실 차원에서 이를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현장 방문 관련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안전관리 직책의 권한 강화와 지위 제고, 보상안을 포함한 인사 개편안을 고안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회의를 마친 이 대통령은 예고 없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아 헌화하고 묵념했다. 현장 방문은 이 대통령이 직접 결정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이 “관리비도 못 낼 정도로 힘들다”고 호소하자 이 대통령은 “이 골목의 영업은 요즘 어떻게 돼요”, “권리금을 보면 상황을 알 수 있다던데 권리금은 어떻게 되나”를 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연일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5일 안전치안점검회의를 열어 “예측되는 사고·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앞으로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수락 연설에선 “지난 시기 국민은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 의심하고 대규모 참사가 수없이 많은 사람을 떠나게 했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 제1의 책임을 완벽하게 이행하겠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판교 환풍기 사고를 겪은 이후부터 ‘유사 재난은 절대 반복돼선 안 된다’는 철학이 명확하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