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적들이 미국민을 위협하면 우리 육군이 가서 완전히 몰락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 연설에서 미국의 힘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열병식엔 약 20만 인파가 운집했다. 러시아·북한 등 주로 권위주의 국가에서 열리는 대규모 열병식이 미국에서 열린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날 규모의 열병식은 1991년 이라크를 상대로 한 걸프전쟁 승전 퍼레이드 이후 34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은 트럼프의 79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CNN은 “트럼프가 무대에 오르자 일부 관객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고 전했다. 가수 리 그린우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노래 '갓 블레스 더 유에스에이’를 부르며 생일을 축하했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도 열병식을 원했지만, 당시엔 참모들의 반대로 개최하지 못했다. 2기 때는 취임 직후부터 ‘태스크포스 250’이란 조직을 발족해 준비, 최대 4500만 달러(약 615억원)가 투입됐다.


열병식은 오후 6시쯤 워싱턴DC의 상징인 링컨기념관에서 워싱턴모뉴먼트까지 콘스티투션 애비뉴를 따라 진행됐다. 열병식엔 군인 약 6700명, 차량 150대, 항공기 50대, 말 34마리, 노새 2마리, 개 한 마리가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백악관 인근에 설치된 대형 무대에서 장병들의 퍼레이드를 내려봤다. 그는 종종 일어서서 군인들의 경례에 거수경례로 답했다.

군인들은 시대별로 사용한 군복과 무기를 착용하고, 육군의 250년 변천사를 보여줬다. 

 
영국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운 독립전쟁으로부터 시작해, 미국 북부와 남부가 노예제 문제 등을 두고 충돌한 남북전쟁, 서부 개척 시대, 1·2차 세계 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테러와의 전쟁을 거쳐 현재 육군이 사용하는 군사 장비까지 이어졌다.  

2차 대전 당시 셔먼 탱크에 이어 지금의 주력 전차인 에이브럼스 탱크, 스트라이커 장갑차,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량, 팔라딘 자주포 등 최신 장비가 지나갔다. 하늘에는 블랙호크(UH-60), 아파치(AH-64), 치누크(CH-47) 등 헬리콥터가 비행했다. 불꽃놀이가 대미를 장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퍼레이드가 끝난 뒤 새로 입대하는 장병들의 선서식을 주관했다.

그는 연단에서 “미 육군은 이 지구를 누빈 가장 위대하고 맹렬하며 용감한 전력”이라면서 장병들을 치하했다. 이어 “미국의 적들은 미국민을 위협하면 우리 군이 갈 것이고, 그들은 완전히 철저하게 몰락할 것이란 교훈을 얻었다”며 “육군은 자유와 힘의 상징이고, 적들이 위협하면 완전한 몰락을 맛보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프가니스탄 등 미군이 과거에 싸운 주요 전장들을 열거했다.

한편 퍼레이드가 열린 이날 미국 전역 2000여곳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압적인 반이민정책 등에 항의하는 ‘노 킹스’ 시위가 열렸다. 또 백악관 북쪽 라파예트 광장을 비롯해 워싱턴DC 곳곳에서도 트럼프의 정책과 열병식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