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중지 요청에도 또 날려…통일부 "할 수 있는 조치 다 할 것"

납북자가족모임이 올해 4월 27일 0시20분쯤 경기 파주 문산읍 임진각 평화랜드 펜스 뒤편에서 대북전단 8개를 북측을 향해 날려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납북자가족모임

납북자가족모임이 올해 4월 27일 0시20분쯤 경기 파주 문산읍 임진각 평화랜드 펜스 뒤편에서 대북전단 8개를 북측을 향해 날려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납북자가족모임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 중지를 요청한 지 닷새 만에 민간단체가 또다시 접경지역에서 대북 전단을 날려 보내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엄중 조치”를 거론하며 재발 방지책 마련을 지시했는데, 통일부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가용한 조치를 최대한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5일 “전날 강화도에서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 사실을 확인했으며 필요 시 내용물, 북측에 넘어간 정황 등은 관계 기관에서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는 16일 범정부 회의에서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된 예방조치와 사후 처벌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통일부 관계자는 “추가 살포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는 가능한 모두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오는 16일 인권인도실 주관으로 범부처 ‘전단 대책 회의’를 준비 중인데, 이날 회의에서 구체적인 법적 대응 방안도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회의에는 대통령실·총리실·국정원·행안부·국토부·경찰 등 실무급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9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대북 단체들을 향해 “한반도 상황에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전단 살포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다”는 입장을 냈다. 그럼에도 한 대북 단체는 14일 오전 인천 강화군 접경 지역에서 북측으로 대북 전단을 살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유관 부처에 “예방과 사후 처벌 대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단체들과 유선, 면담 등을 통해 대북 전단을 날리지 않게끔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체들은 통상 새벽 시간대 등에 ‘기습 부양’에 나서는 만큼 현재는 건별로 사후 대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대북 단체들은 대부분 통일부 소관 등록 법인으로 비영리 민간단체·사단·재단법인 등 형태는 다양하다. 통일부는 이들 단체의 활동을 지원하거나 관리하고, 필요 시 사무 검사나 단체 허가 취소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납북자가족모임이 올해 4월 27일 0시20분쯤 경기 파주 문산읍 임진각 평화랜드 펜스 뒤편에서 대북전단 8개를 북측을 향해 날려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납북자가족모임

납북자가족모임이 올해 4월 27일 0시20분쯤 경기 파주 문산읍 임진각 평화랜드 펜스 뒤편에서 대북전단 8개를 북측을 향해 날려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납북자가족모임

이와 관련, 앞서 문재인 정부 때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가 등록 취소 처분을 받았으나, 해당 단체는 소송을 통해 처분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2023년 4월 “대북 전단 살포가 일방적으로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단체의 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곧이어 헌법재판소도 같은 해 9월 대북전단 살포 금지 조항을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조항을 위헌 취지로 판단하며 “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단 살포 행위 자체는 정부 차원의 금지 대상이 아니란 취지의 법원 판단이 잇따른 가운데 현 상황에선 접경 지역 주민들의 안전이나 환경 문제 등을 들어 우회 규제하는 방안이 유력시 된다. 이런 가운데 과거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언급한 법규들을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2020년 6월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판하며 이를 금지할 수 있는 근거로 재난안전관리법 등 7가지 법률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론한 적이 있다.

이 대통령은 “막무가내로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는 것은 위험 천만한 위기 조장행위이자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회 재난 유발 행위”라면서 이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근거로 재난안전관리법을 들었다. “접경 지역 일부를 ‘위험 구역’으로 지정하고, 대북전단 살포자 출입 자체를 금지해 불법 행위를 원천 봉쇄할 것”이라며 현장에 특별사법경찰관을 투입, 살포자를 현행범 체포하는 등 행정·공권력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이어 풍선에 실려 보내는 전단지나 바다에 띄워 보내는 페트병은 엄연한 환경 오염원이라면서 폐기물관리법·경찰직무직행법·해양환경관리법·공유수면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경찰 접경지역인 인천 강화와 경기 김포에서 민간단체가 살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북 풍선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은 14일 오전 강화와 김포 일대에서 3개의 대북 풍선이 발견됐다며 "발견된 대북 풍선은 모두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로 수사 예정이며, 여타 관련 법령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엄중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언론에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