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가계대출…부동산 ‘영끌’ 대출에 주식 ‘빚투’까지 활활

가계대출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에,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 중이다.

은행 자체 주담대 증가세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12일 기준 750조792억원이다. 지난달 말(748조812억원)보다 1조9980억원 늘었다. 이달 초 대통령 선거와 현충일 등 공휴일이 겹쳤는데도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 폭은 약 열흘 만에 지난달 대출 증가 폭(4조9964억원)의 40%에 육박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1~12일 1조4799억원 증가했다. 특히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신규취급액(3조114억원) 중 정책대출을 제외한 은행 자체 주담대(2조1709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72%에 달했다. 지난해 12월(44%)보다 26%포인트 높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정책대출을 중심으로 주담대가 늘어나는 구조였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책대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이 늘었다는 풀이가 나온다.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 전 대출을 받고자 하는 수요가 몰렸다. 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도 대출 증가세를 부추겼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26% 오르면서 지난해 8월 넷째 주(0.26%)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국장’ 상승하자 ‘빚투’도 늘어

신용대출도 증가세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103조3145억원에서 지난 12일 103조9147억원으로 6002억원 늘었다. 월간 신용대출 증가액이 이미 지난달(8214억원) 수준에 육박한다. 일평균 증가액으로 따지면 이달 1~12일 500억원으로, 지난달(265억원)의 1.9배에 달한다.  


주식시장 부양을 예고한 이 대통령의 당선과 원화 강세로 인한 주식시장 외국인 유입까지 겹치면서 ‘빚투’에 불이 붙은 탓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 투자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2일 62조9445억원으로, 2022년 4월27일(64조8560억원)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대다.

13일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뉴스1

13일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뉴스1

 
대출 신청이 계속 늘고 있는 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춰가고 있는 만큼 은행권에선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다른 은행 대비 조금만 낮아져도 대출 문의와 신청이 폭주하는 분위기”라며 “특히 이달 들어 서울 지역 주택 구매를 위한 주담대 신청이 늘고 있어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에 추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