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하다 495만원 날렸다"… '문고리 거래' 뒤통수 주의보

중고거래 사기 일러스트. 챗GPT 생성

중고거래 사기 일러스트. 챗GPT 생성

 
서울 강서구에 사는 전모씨는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에서 몇 달씩 찾던 유아용 의자를 발견하고 판매자에게 곧장 메시지를 보냈다.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구매 경쟁이 심한 제품이었다. 실제로 매물이 올라온 지 약 5분 만에 17명이 메시지를 보냈다고 표시됐지만, 판매자는 거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전씨의 아내는 큰 의심 없이 상대방이 알려준 계좌로 30만원을 입금했다.

판매자는 “문 앞에 둘 테니 가져가라”며 양천구의 한 아파트 주소를 알려줬다. 하지만 전씨가 물건을 찾으러 가던 도중 상대방과 나눈 채팅방 상단에 “○○님은 [사기] 입금받은 판매자 잠적 정책 위반으로 이용이 제한되었다”는 알림이 떴다. 판매자와 연락은 끊긴 채 찾아간 거래 장소에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전모씨와 그의 아내가 판매자와 주고받은 메시지. 전씨는 ″이 메시지를 끝으로 판매자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했다. 사진 전씨 제공

전모씨와 그의 아내가 판매자와 주고받은 메시지. 전씨는 ″이 메시지를 끝으로 판매자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했다. 사진 전씨 제공

 
최근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문고리 거래’를 제안하고 가짜 주소를 알려주는 수법의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고리 거래는 구매자가 대금을 치르면 판매자가 집 앞 문고리에 물건을 걸어두고 가져가게 하는 방식을 뜻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자주 이용되고 있지만, 이를 악용해 허위 정보를 알려주고 돈만 받아 챙기는 범죄도 늘고 있다.

지난 15일 인천 미추홀서에도 같은 방식으로 아이폰16 프로맥스 모델을 구매하기로 했다가 495만원 상당의 사기 피해를 봤다는 진정이 접수되기도 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신분증이나 물품 사진을 보내주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사기 피해 정보공유 웹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 피해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피해 사례 수 24만 5514건, 피해 금액 1862억 8089만여원에서 지난해엔 36만 4700건, 피해 금액 3565억 5332만여원으로 늘었다. 5년 사이 피해 건수와 액수가 각각 약 1.5배, 약 1.9배 증가한 셈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전문가들은 중고 거래 특성상 적극적으로 사기 피해를 공유하고, 구매 전에 충분히 고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소연 법률사무소 다반 변호사는 “중고 거래는 거래액이 소액인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이 굳이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는 범죄가 있다”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꼭 신고하고 플랫폼도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안전 결제가 가능한 플랫폼을 활용하고, 물건을 확인하기 전까지 돈을 보내지 않거나 계좌번호를 조회해보는 등 충분히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중고거래 사기는 일일이 가해자들을 걸러낼 수 없는 구조라 피해 방지가 쉽지 않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거래 시 시차를 두는 시스템이나, 확인해야 할 사항을 경고 문구로 띄우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