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혁신위 구성을 두고 동상이몽이다.

송언석 신임 원내대표는 17일 오전 처음으로 주재한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의 신속하고 파격적인 쇄신을 위해 혁신위 구성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며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개혁안을 포함해 당내 의견을 두루 수렴한 개혁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임기가 종료되는 6월 30일 전까지 최대한 빨리 혁신위를 구성하겠다는 게 송 원내대표의 입장이다.

하지만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구성에 대해 “제 거취가 결정되고 다음 지도부에서 하는 게 맞다”며 제동을 걸었다. 국민의힘 당헌 제25조에 따르면 혁신위 등 특별위원회 설치는 당 대표, 즉 현재 김 위원장의 권한이다.

김 위원장은 여전히 5대 개혁안을 전 당원 여론조사에 부치자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전날 원내대표 선출 전에는 “새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 의결을 통해서 5대 개혁안에 대해 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해준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날은 “새 원내지도부가 당원 여론조사를 받지 않는다면 ‘5+2’ 3차 개혁안을 발표하겠다”고 강수를 뒀다.

송 원내대표는 전날 “(여론조사가) 당원투표를 통해 진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열이나 갈등의 문제가 없는지 짚어보겠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당원 여론조사가 먼저”, 송 원내대표는 “혁신위 구성이 먼저”라며 충돌하는 모양새다. 두 사람 모두 서로가 원하는 당원 여론조사와 혁신위 구성에 대해 “아직 직접 소통을 못 했다”며 시간 탓을 하고 있지만, 이날도 두 사람은 각각 20분 시차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따로 접견한 뒤 만나지 못했다.

일각에선 송 원내대표가 혁신위 구성을 제안한 것 자체가 ‘김용태 비대위’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송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에 대한 임기 연장 의사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피하고 있다. 다만 전날 “정확하게 표현하면 김용태 위원장의 임기는 위원장 스스로 말했듯이 6월 30일”이라며 임기 종료 시점을 강조했다. 만약 김 위원장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고 임기가 끝나면 송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그러면 혁신위 구성 권한도 송 원내대표에게 넘어가게 된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초선, 재선 의원들은 오후 간담회를 갖고 김 위원장이 제안한 혁신안, 김 위원장의 거취, 혁신위 구성에 대한 총의를 모을 방침이다. 3선, 4선 이상 의원들도 다음날 오전 만난다. 재선 의원 절반가량인 15명은 지난 10일 김 위원장의 임기 연장에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