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의 새 수호신으로 떠오른 외국인투수 알렉 감보아. 불같은 강속구와 겸손한 품성을 모두 갖춰 동료들과 팬들로부터 많은 애정을 받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달 찰리 반즈(30·미국)의 대체 자원으로 영입되자마자 연일 호투하고 있는 감보아를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났다. 불같은 강속구와 안정적인 제구로 4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59로 활약 중인 감보아는 “TV로만 봤던 KBO리그의 인기를 몸소 체감하고 있다. 안방인 사직구장은 물론 가는 곳마다 관중석이 꽉 차는 장면을 목격해 신기할 따름이다”면서 “롯데의 마지막 포스트시즌 진출(2017년)이 꽤 오래됐다고 들었다. 동료들과 팬들을 위해 내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겠다는 각오로 강속구를 힘껏 던지겠다”고 말했다.
감보아의 첫째 매력은 역시 구속이다. 지난 4경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직구 최고시속은 157㎞로 기록됐다. 놀라운 대목은 평균시속으로 무려 151.7㎞다. KBO리그 평균인 14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분당 회전수도 뛰어나 평균 2500rpm으로 전체 평균인 2200rpm을 상회한다. 까다로운 좌완, 그것도 선발투수가 이렇게 빠른 공을 오랫동안 던지니 이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애를 먹기 일쑤다. 영입 과정까지만 하더라도 제구가 흔들린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마저도 흠잡을 곳이 없다.
이처럼 뛰어난 공에도 감보아는 미국에서 자리를 쉽게 잡지 못했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까지는 올라갔지만,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올 시즌에도 트리플A에서 8경기만 뛴 감보아는 “미국에서 한계를 많이 느꼈는데 마침 롯데로부터 제안이 왔다. 내게 좋은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사실 감보아의 KBO리그 출발은 좋지 못했다.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4와 3분의 2이닝 동안 5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다. 특히 2회말 2사 만루에선 특유의 투구 루틴을 소화하다가 KBO리그 역대 9번째 삼중도루를 허용하기도 했다. 허리를 90도 가까이 숙인 뒤 공을 던지는 습관을 삼성 벤치에서 간파한 것이다. 호된 신고식을 치른 감보아는 곧바로 이 동작을 고쳤고, 빠르게 KBO리그 마운드 적응을 마치면서 개인 3연승을 달리고 있다.

롯데 투수들과 이야기하는 감보아 (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과 새 외국인 투수 감보아와 얘기하고 있다. 2025.5.18 sb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감보아의 선한 품성은 독특한 가정환경에서 비롯됐다. 감보아는 어릴 적 두 집안이 합쳐진 4형제 가정의 막내로 자랐다. 형들은 모두 레슬링을 취미 이상으로 삼을 만큼 스포츠 사랑이 각별했다. 감보아도 레슬링을 비롯해 여러 종목을 접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 야구를 택했다고 한다.

롯데의 새 외국인투수 알렉 감보아(가운데)가 지난 3일 사직 키움전에서 KBO리그 데뷔 마수걸이 승리를 거둔 뒤 형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실력과 인성 모두 일품인 감보아는 벌써 많은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삼중도루 허용으로 ‘땅보아’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지만, 이제는 ‘감바스’와 ‘감바오’와 같은 귀여운 애칭이 붙었다. 동료들로부터는 어릴 적 별명인 ‘갬보’라고 불리고 있다는 감보아는 “이제 KBO리그 적응을 마쳤다고 할 수 있겠다. 아직 남은 경기가 많은 만큼 컨디션을 잘 관리하면서 최대한 많은 승리를 올릴 수 있도록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부산=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