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피하지 말라" 발언 길어진 李대통령…공직 기강잡기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세 번째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수요자 중심 행정’을 강조하며 공직사회의 기강을 잡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모두 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똑같은 정책을 결정하더라도 정책 수요자의 입장을 물어보고 결정하는 것과 그냥 정해서 통보하는 게 수용성에 있어서 완전히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일 하는 방식을 바꾸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정책 수요자한테 제재나 불이익을 주는 내용인 경우에도 미리 의견을 듣고 하는 것과 일방적으로 통보해서 시행하는 건 큰 차이가 있다”며 “요즘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들을 매우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가난했던 시절에는 밥 많이 주면 좋아하는데, 이제는 어떤 정도의 여유가 갖춰지니까 ‘어떤 방식으로 주느냐’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게 어쩌면 민주주의에 대한 수요일 수도 있다”며 “내 의견이 존중받았느냐 아니면 무시당했느냐, 이것이 결과보다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른바 ‘민원’에 대한 적극 행정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민원이라고 하는 걸 귀찮은 일, 없으면 좋을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래서 경시한다. 그러면 피한다”며 “그러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민이 원하는 것이 부당하지 않다면 다 들어줘야 한다. 그게 부당하다면 부당함을 알려서 설득해야 한다”며 “민원에 대해 신속하게 반응하고, 설득도 충분히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일화도 소개했다. 취임 첫해 각 동(洞)을 돌며 민원을 모았을 땐 분량이 많았는데, 적극 행정을 통해 민원의 숫자가 줄었다는 설명이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민도(民度)가 매우 높아서 안 되는 것을 생떼 쓰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며 “신뢰할 수 있는 사람, 권위 있는 사람이 정말 진지하게 설명해 주면 거의 다 수긍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지하게 민원을 대해 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14분 간 모두 발언을 했다. 지난 두 차례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3~4분 만에 끝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1박 3일 일정을 마치고 새벽 1시 16분에 전용기에서 내렸는데, 12시간여 만인 오후 2시에 국무회의를 개시해 2시간 30분 동안 진행했다. 대통령실 참모들 사이에선 “이 대통령 자신이 먼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공직 사회에 ‘이렇게 하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날 정부 업무보고를 받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다시 보고하라”“반성이 필요하다”“새 정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등 각 부처 실·국장을 꾸짖는 기획위원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감사원 보고에선 윤석열 정부 당시 이뤄진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등 감사 전반을 놓고 편향성을 지적하는 비판이 두 시간 내내 쏟아졌다.

한편, 대통령실은 장·차관 인선 시점에 대해 ‘일부러 늦추진 않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내각 개편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이 완성된 다음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검증이 끝나 발표할 수 있는 시점이 되면 그때그때 발표한다는 방침”이라며 “(총리 인준 전 장관 임명) 제청권은 현재 이주호 총리 직무대행에게 부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