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4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앞둔 박찬대 원내대표, 정청래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여당 대표를 뽑는 8·2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4선)·박찬대(3선) 의원이 맞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정 의원이 지난 15일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박 의원이 이르면 22일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어서 대표 경선이 ‘친명 2파전’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박 의원의 핵심 측근은 20일 “박 의원은 전당대회에 나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당초 원내대표를 관둔 지 얼마 안 돼 좀 더 천천히 고민해 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금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엊그제 광주·전남 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대선 캠프 해단식을 했는데 그 자리에 박 의원이 왔다”며 “출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박찬대 의원 주변에선 “빠르면 22일에 출마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란 말이 나온다.
당초 당내에선 “정 의원과 박 의원이 교통정리를 해서 한 사람만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가까운 데다가 “정권 초부터 친명의 맞대결 구도는 피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두 사람의 대결 양상이 현실화하자 의원들은 이른바 ‘명심(明心·이 대통령의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두 사람이 워낙 가까워 대화 끝에 한 사람은 안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둘 다 출마를 하면서 ‘명심’ 후보가 누가 될지 오리무중이 됐다”고 말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당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인 이날 저녁 박 의원을 비롯한 전임 원내지도부와 만찬 일정을 조율했지만 ‘전당대회 개입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이를 취소했다고 한다. 박 의원의 한 측근은 “대통령이 다른 일정이 있어서 만찬을 못 하게 된 걸로 안다”며 “대통령이 아마 박 의원과 통화는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대표는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1년만 대표직을 수행한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선 “대표로서 내년 지방선거를 무난하게 치르면 내년 전당대회 때 또 다시 유력한 대표 후보가 된다”며 “그래서 다음 총선 공천까지 관장하는 사실상 3년짜리 임기의 대표를 뽑는 선거”란 말이 나온다.
이러한 이유로 전당대회가 한 달 넘게 남았지만 당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며 선거 과열 우려도 나온다. 양측을 지지하는 당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각 후보에 대한 비방글을 꾸준히 게시하는가 하면,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한 3선 의원은 “생각보다 당원들이 양쪽으로 확 갈렸다. 지역구에서도 나한테 문자를 많이 보내고 있다”며 “자칫하면 우리끼리 전력 낭비가 될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정 의원 측에선 “안 나올 줄 알았던 박 의원이 출마로 방향을 틀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다만 정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일부 당원들의 비난을 거론하며 “선거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갈등이라기보다는 선의의 경쟁”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미 대표 후보로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정 의원은 권리당원 숫자가 많은 호남 지역을 집중 공략 중이다. 정 의원은 전날 전남 목포를 찾은 데 이어 이날 전남 영암·무안에서 당원들을 만났다. 특히 정 의원은 이 대통령의 적극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행보를 하고 있다. 이날 오전엔 페이스북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후원금 모금을 마감했다는 게시글을 공유한 뒤 “제가 다 감사드린다”고 썼다. 최근 당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야권의 김 후보자에 대한 공격이 과도하다”며 ‘김민석 지키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미 뜨거워지고 있는 대표 경선과 달리 김 후보자의 총리 차출로 치러지는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잠잠한 분위기다. 지난해 전당대회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던 강선우·민형배 의원 등이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꼽히지만 이들 모두 통화에서 “출마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후보자의 잔여 임기 1년만 수행하는 최고위원인 만큼 “굳이 힘을 뺄 필요 있느냐”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아마 정청래·박찬대 선거 캠프에서 ‘러닝메이트’ 격으로 한 사람씩 최고위원에 출마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