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산후조리원의 모습. 뉴스1
하나금융연구소가 하나카드의 2019년에서 올해 신용·체크카드 결제 데이터(승인 금액 및 가맹점 수)를 분석한 결과 산후조리원의 가맹점 수는 지난 2022~2024년 연평균 4% 줄었다. 저출생 여파에 산후조리원에서 카드를 사용한 건수(전체 승인 건수)도 매년 16.8% 급감했다. 하지만 건당 승인 금액은 같은 기간 매년 23.6% 급증해 전체 승인 금액 총액은 오히려 연평균 2.9%씩 늘었다.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산후조리원은 물론 소아청소년과·아동복 판매점·입시 보습학원 같은 육아·학업 관련 업종에서 비슷한 방식의 가격 인상이 나타났다. 특히 필수재 성격이 강한 의료·교육에서 이런 방식의 단가 올리기 경향이 뚜렷했다. 결국 저출생→가격 인상→육아 부담 확대→저출생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반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면서 애완용품점의 매출액은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소에 따르면 2022~2024년 애완용품점 전체 시장 매출액은 연평균 1.4% 늘었다. 하지만 가맹점 수는 매년 4.2%씩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업체 1개당 매출액은 2.7%씩 감소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로 ‘돌봄’ 수요가 늘면서 약국·신경정신과·요양원 등 사업체가 증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세대별 돈 씀씀이도 달라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입시학원의 50대 매출 비중이 2019년 18.7%에서 지난해 26.9%까지 커졌다. 늦은 혼인과 출산으로 인해 자녀의 교육을 책임지는 50대가 증가해서다. 또 은퇴 이후 재취업 수요가 늘면서 같은 기간 기술·전문 훈련학원의 50대 매출 비중 역시 26.5→32.6%로 높아졌다.
스스로 가꾸고 여행을 다니는 ‘액티브 시니어’가 많아지면서, 이 기간 50대의 피부·체형관리소 매출 비중은 17.6→22%로 확대했고, 여행사 매출 비중도 21.8→25.5%로 증가했다.
유행에 민감한 20대의 소비 행태도 빠르게 변화했다. 과거 20대에게 인기를 끌었던 셀프사진관과 코인노래방의 매출이 지난해 최근 둔화하거나 감소하는 모습이다.
외식 산업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다. 저녁 모임 감소 등으로 외식을 찾는 사람이 줄면서, 차별성을 갖춘 업체(맛집이나 최고급식당 등)나 가격이 저렴한 업체(저가 뷔페)로 수요가 양분됐다는 게 연구소 분석이다. 또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부동산·음식점 등 여러 업종에서 모객이나 마케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으로 조사됐다.
김문태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디지털 전환, 수요 세대 전환, 세대별 소비 추세 변화에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적합한 맞춤형 상생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