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진공 안병길 사장 “무역로 차단 땐 경제 마비…공급망 지원 확대”

한국 수출입 물동량의 99.7%는 바다를 통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와 같은 공급망의 단절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해운기업의 선박 도입과 항만·물류센터 투자 등에 대한 금융 지원을 주관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 안병길 사장은 “한국 기업의 안정적인 해상 공급망 확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이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해진공 서울사무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한국해양진흥공사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이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해진공 서울사무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한국해양진흥공사

안 사장은 이달 12일 서울 영등포구 해진공 서울사무소에서 진행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특정 무역로가 차단되면 국가는 물론 세계 경제가 마비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2018년 7월 출범한 해진공은 해운기업의 선박 관련 금융에서 시작해 지난해부터는 해외 항만물류 인프라 등 공급망 투자 등으로 금융 지원을 넓히며 7년간 해운산업 정상화를 뒷받침해 왔다.

해진공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와 세계 공급망 재편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한국 기업의 해외 거점 물류시설 확보에 대한 지원을 더 늘릴 계획이다. 해진공은 현재까지 미국·베트남·헝가리 등 5개국 9개 시설에 총 4840억원 규모로 금융 지원을 했다.

안 사장은 “코로나19 위기 때 봤듯이 항만 등 공급망에 대한 통제권을 갖지 못하면 수출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다”며 “단일 기업의 자금으로는 할 수 없지만, 해진공 등 국책금융과 협력하면 물류 공급망의 ‘엔드 투 엔드(end to end·끝에서 끝까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해진공은 해양 바이오·에너지·자원개발·레저관광 등 신(新) 해양산업 투자까지 지원하는 ‘종합 해양 지원기관’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 사장은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하는 해상풍력 사업을 해진공이 지원하려면 현재는 작업선 등에 대한 선박금융만 할 수 있는데, 공사법이 개정된다면 해상풍력 인프라 자체에 대한 금융지원도 가능할 것”이라며 “해진공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하는 ‘동남권 산업투자공사’와의 역할 중복 우려에 대해 안 사장은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답했다. 안 사장은 “작게는 수백억, 많게는 조 단위까지 넘어가는 프로젝트를 해진공이나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이 개별적으로 지원하기는 부담스러운 때가 많다”며 “지금도 각 국책금융이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남권 투자공사가 부산에 추진되는 만큼 해양 분야에서 해진공과 협업이 가능한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북극항로 개척 계획과 관련해서도 안 사장은 “쇄빙선에 대한 투자는 물론, 항로 개척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원개발 수요에는 필수적으로 금융 지원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북극항로의 시발점으로서 부산에 대한 투자도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진공은 한국의 ‘해양강국 4위권’ 진입을 위해 ‘해양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러시아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의 2024년 해양강국 순위에서 한국은 중국·미국·러시아·일본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안 사장은 “한국은 해양 법률, 인공지능(AI) 전환 등의 분야에서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해진공은 해양기업의 AI 솔루션 프로토타입 개발부터 현장 검증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는 ‘AI 도입 패키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해진공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 이후 해운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안 사장은 “미국의 관세 조치는 해상 운송 수요 변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시황 정보 제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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