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약혼녀 로런 산체스. AFP=연합뉴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초호화 결혼식을 앞두고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반대 시위에 가세했다.
23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그린피스 이탈리아와 영국 저항단체 '모두가 일론 머스크를 싫어해(Everyone Hates Elon)'는 이날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대형 현수막을 펼쳤다.
현수막에는 베이조스의 얼굴과 함께 '결혼식을 위해 베네치아를 빌릴 수 있다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문구가 영어로 크게 적혀 있었고, 경찰은 곧바로 현수막을 수거했다.
시위 주최 측은 "베이조스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경제·사회 시스템 붕괴의 상징"이라며 "사회적 불평등과 기후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쪽에는 지구를 파괴하는 억만장자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그 피해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일반 시민이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조스가 창업한 아마존은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수많은 포장재와 배송용 차량, 물류 인프라로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받아왔다.
아울러 베이조스가 초호화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도시 전체를 전세 내듯 빌린 것을 두고 현지 주민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관광도시 베네치아는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관광객 급증으로 인해 소음과 사생활 침해, 치솟는 집값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펼쳐진 '베이조스의 결혼식 비판' 대형 현수막. 로이터=연합뉴스
지난주부턴 또 다른 현지 시민단체들이 베네치아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리알토 다리에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No Space for Bezos)"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내걸고 베이조스의 결혼식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가 잇따르자 베네치아 석호 생태계를 연구하는 학술기관 '코릴라'는 베이조스가 설립한 '베이조스 지구 펀드'가 자사의 연구 활동을 후원하고 있다고 두둔했다. 코릴라 측은 기부액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베이조스 측의 기부는 시위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4월부터 이뤄졌다고 밝혔다.
베이조스와 약혼녀 로런 산체스의 결혼식은 오는 26일부터 사흘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베네치아에서 열린다. 이번 결혼식에는 스타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킴 카다시안, 가수 믹 제거와 케이티 페리, 배우 에바 롱고리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와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 등 약 200명의 유명 인사가 하객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베이조스는 하객들을 위해 베네치아의 수상택시 대부분을 예약했다고 한다. 또 그리티 팰리스, 다니엘리, 벨몬드 호텔 치프리아니 등 베네치아의 최고급 호텔 최소 4곳도 예약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