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6억 자금 자료 제출하라” 요구하자 김민석 “제2의 논두렁 시계”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재산 형성 경위에 대한 야당의 의혹 제기를 “‘제2의 논두렁 시계’라 표현할 수 있는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자신의 상황을 2009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명품시계를 받아 놓고 논두렁에 버렸다는 의혹에 휩싸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처지에 빗댄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2차 인사청문회에서 전날에 이어 수입 대비 초과한 지출 6억원의 출처를 집중 추궁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6억원’의 행방과 관련해 “후보자는 (공직자) 재산 등록 이전에 다 써버렸다는데, 재산 등록은 중간에 변동사항도 비고란에 적을 수 있다. (현금이라는) 돈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석연치 않음을 주장했다. 청문회 시작부터 국민의힘은 “2004년 대출 및 상환, 2005년 대출 및 상환에 대한 자료를 포함해 어떤 것도 받지 못했다”(배준영) “현금이라는 특성상 (출처를) 알 수 없고 자료도 없다”(곽규택)며 자료 제출을 거세게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지난 5년간 수입이 5억원임에도 13억을 지출했다며 8억원의 자금 출처를 따지다 김 후보자가 2억원을 전 배우자가 충당한 자녀 유학 자금이라고 밝히자 나머지 6억원에 대한 소명을 요구해왔다. 김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전날 빙부상 부의금 1억 6000만원, 출판기념회 수익금 2억 5000만원, 장모로부터 받은 생활비 지원 2억여원 등이라고 구두로 설명했다.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김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도 출판기념회를 했고, 그걸 재산 신고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는 상황에서 제가 다 공개하는 게 적당하냐는 원칙의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저는 내야 할 것은 다 내고, 털릴 만큼 털렸다”고 맞섰다. 사적 채무에 대해선 “지인들에게 투명하게 빌려 다 갚았고, 국내에서 드물 정도로 추징금도 다 완납했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그러면서 “누구 눈에나 보이는 명백한 돈을 장롱에 쌓아 놓은 것처럼, ‘제2의 논두렁 시계’라고 표현할 수 있는 프레임으로 (국민의힘이) 지적하고 있다”고 역공했다. 김 후보자는 주진우 의원이 몇 해간 분산된 금액을 한 해에 묶여 보이도록 호도했다며 “통상 조작하는 나쁜 검사들이 하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미 없는 금액을 전부 모아서 사실인 양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나치의 선동과 다를 바 없다”고 거들었다.


주 의원이 “후보자님, 이게 제 인사청문회입니까. 너무 심하다. 허위사실이라고 생각하면 직접 고발하라”고 반발하자, 김 후보자는 “고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허위사실이라고 이미 주 의원님이 설명하지 않았느냐. 고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이후 자료제출을 두고 여야가 실랑이를 벌이면서 회의는 한참 동안 파행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자료 총리, 무대책 총리, 무자격 총리”라며 “김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청문회를 보이콧하려는 생각을 갖기 때문에 이대로는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배준영 간사와 (정회 중) 제출한 자료를 보여드리고 어떻게 할 건 지를 의논하던 와중 ‘6억 돈다발 검증이 아닌 수사 대상’이라는 현수막이 전국에 게첩(揭帖·내어 걸어 붙임)됐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날 청문회에서는 정책 질의도 오갔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4.5일제 근무’와 관련해 김 후보자는 “근로하는 날 수를 줄이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지만, 실행 계획의 문제는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년 연장 논의에 대해서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의 차이도 있고, 우리 사회에서의 수용성 등을 다양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여서 총리가 되면 산하에 국책연구원 등에 연구를 의뢰해 (고려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개혁과 대법관 증원 문제에 대해서도 “더 많은 지혜가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 후보자는 “정책은 생선 굽듯이 굉장히 조심스럽게 해야 하고, 여러 가지 미치는 영향을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에서 오세훈 시장이 토지허가제 문제를 잘못 다루면서 생겨난 부동산에 대한 긴장이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저희가 유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을 끝으로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는 종료된다. 민주당은 6월 임시회가 끝나는 7월 4일 안에 총리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총리 임명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해, 민주당 의석수인 167석 만으로도 통과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