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시총 200조...마이크론 선전 속 SK하닉 고민은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SK하이닉스 시가 총액이 역대 최대인 213조원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투자 수요를 확인하며 엔비디아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탈환하자 훈풍에 올라타면서다. 그러나 ‘시총 200조 메모리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도 이날 시장 예측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며 “올해분 HBM 완판”을 선언, SK하이닉스와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200조 메모리 기업’ 나란히 상승

26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2.8% 올랐고, 장중 신고가도 경신했다. 시가총액은 213조원으로, 삼성전자에 이은 국내 시총 2위를 굳혔다. 

앞서 2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AI 반도체 대장’ 엔비디아 주가가 4.3% 올라 154.31달러로 최고가(종가 기준)를 경신했는데, ‘AI 메모리 대장’ 격인 SK하이닉스도 나란히 상승한 것.

이날 메모리 3위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은 3분기(2~5월) 매출 93억3000만 달러(약 12조6600억원)에 영업이익 24억9000만 달러(약 3조3700억원), 주당 순익 1.91달러를 올렸다고 밝혔다. 모두 증권가 예상치를 상회한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 증가했고, 특히 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이 직전 분기보다 50% 이상 늘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산자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 콜에서 “2025 회계연도(~8월말)에 HBM이 매진됐고, 2026년 회계연도(9월~)에 HBM 수요 증가율이 D램 수요 증가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 대만 밀착하나’ 주목

이날 메로트라 CEO는 “여러 고객사에 HBM4(6세대) 샘플을 제공해 내년 대량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며, “맞춤형 HBM은 2028년 도입될 것”이라고 했다.

맞춤형 HBM이란 특화된 AI 가속기에 맞게 만들어진 HBM을 가리킨다. HBM의 맨 아래층인‘베이스 다이’에는 메모리를 제어하는 ‘HBM 컨트롤러’가 들어가는데, 여기에 고객사마다 다른 기능을 요구한다는 것. HBM 제조사도 시스템 설계 및 공정 능력이 중요해진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지난 3월 HBM4 샘플을 고객사에 발송했는데, 베이스 다이 제작은 대만 TSMC와 협력했다. 

대만 남부 타이중의 마이크론 반도체 공장. 사진 마이크론

대만 남부 타이중의 마이크론 반도체 공장. 사진 마이크론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 대만에 세 번째 사옥을 여는 등 대만을 HBM 생산기지로 삼아 투자를 늘리고 있고, 지난 3월에는 마크 리우 전 TSMC 회장을 이사회에 영입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대만과 마이크론의 HBM 밀착’을 예의 주시하는 배경이다.

‘용량 싸움’에는 마이크론 약점도

업계에서는 현재 마이크론이 메모리 3위 업체인 가장 큰 이유를 ‘소극적 양산’으로 본다. 메모리 반도체는 생산 설비 구축이 중요한 ‘장치 산업’인데, 마이크론이 이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거다.

이날 메로트라 CEO는 HBM 수요 폭증을 강조하면서도, “올해 자본 지출은 HBM 시설 건설과 연구개발(R&D) 투자를 합해 140억 달러(약 19조원)로 유지한다”며 “신중하게 투자하겠다”고 했다. 마이크론은 지난 12일 “미국 내 메모리 제조 및 R&D에 총 2000억 달러(약 27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향후 20년간의 기존 계획에서 300억 달러(약 41조원) 정도 늘린 수준이다.  

국내 메모리 업계 임원은 “마이크론은 지배 구조상 과감한 설비 투자는 잘 하지 않는다”라고 평했다. 마이크론의 주요 주주는 뱅가드·블랙록·캐피탈리서치 같은 투자사라서,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 적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중간 지주사 SK스퀘어가 최대주주(20.7%)인 만큼, 전략적 판단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셈이다. 회사는 올해 1분기 설비 투자와 R&D에 총 7조4300억원을 지출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늘린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