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최전방 22사단 관할 지역 보존 GP(감시초소)의 모습. 연합뉴스
26일 육군·합동참모본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군은 올해 5월 14 일부로 GP 11개소에 대한 복구를 마쳤다. 육군은 “9·19 군사합의 이행 후 파괴된 우리 군의 GP 11개소에 대한 복구공사를 완료했다”고 답변했다. 군이 ‘복구 완료’를 공식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합동참모본부도 “현재 GP에서 정상적인 작전을 수행 중”이라며 물리적 복원뿐 아니라 작전적으로도 기능을 회복했다고 확인했다. 현재 복원된 GP에선 장병 수십 명이 경계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북측 조치에 대한 비례 대응으로 K-6 중기관총·K-3 경기관총 등 각종 중화기도 구비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에 따르면 GP 복원 공사는 지난해 2월 28일 시작했다. 총 복구 예산은 약 195억 6000만원 들어갔다.

북한군이 2023년 11월 24일 동부전선 최전방 소초(GP)에서 감시소를 복원하는 모습. 북한군이 GP 내에 무반동총과 고사총 등 중화기를 반입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이에 따라 군 당국도 지난해 초 GP 복원을 시작했는데, 이 작업이 약 1년 3개월 만에 마무리된 셈이다. 군에 따르면 아군의 GP 복원은 1~3단계로 진행했다. 1단계로 모래 주머니 등으로 임시 방벽을 쌓은 뒤 2단계로 콘크리트 방벽을 쌓아 상황실, 장병 생활관 등을 마련했다고 한다. ‘9·19 합의 이전 수준’은 이런 1·2단계 복원을 의미한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향후 2030년대 초반까지 GP에 무인화 경계 시스템 등 첨단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는 3단계 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남방한계선 이남에 있는 일반전초(GOP)와 달리 GP는 비무장지대(DMZ) 안 MDL 부근에 위치한다. 이 때문에 GP 복원을 위한 중장비 반입도 유엔사의 협조하에 이뤄졌다.
앞서 남북은 2018년 9·19 합의에 따라 MDL 1㎞ 이내의 GP 11곳을 불능화 하기로 합의했다. 10곳은 물리적으로 파괴하고, 1곳에선 인력과 감시 장비 등을 철수하되 원형은 보존했다.

북한군이 2023년 11월 24일 동부전선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감시초소(GOP)에서 야간 근무를 서는 모습.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군이 복구를 완료한 시점은 대선 3주 전이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9·19 합의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는데, 군은 “정치적 고려 없이 작전 측면에서 복구 작업을 계속한 것”이란 입장이다. 북한은 GP에 중화기를 반입했을 뿐 아니라 MDL을 따라 지뢰를 매설했다. 또 주요 도로의 축선을 따라 대전차 방벽을 조성하는 등 언제든지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9·19 합의가 다시 유효해질 경우 이재명 정부가 이미 복원한 GP를 재차 불능화할지도 주목된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선제적으로 중지하는 등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다만 9·19 합의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재협상이 이뤄질 경우 이미 복구한 GP를 즉각 철수나 파괴하기보다는 이를 협상력 제고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