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선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조치를 가장 센 처방으로 꼽았다. 이미 금융권에선 예비 대출자의 소득에서 빚을 갚을 능력(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물론, 금리 변동 위험까지 따져 대출 한도(스트레스 DSR)를 정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빚을 낼 수 있는 최대한도까지 설정하는 삼중 압박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 때는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넘는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금지 등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 대상으로 대출을 제한했다. 이번엔 사실상 ‘수도권 전반으로’ 대출 수요를 억누르기 때문이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조치는 처음”이라며 “1분기 대출 정보 등을 봤을 때 (6억원 이상 대출받은 사람은) 10%도 안 되는 소수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서울 입성이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빚 갚을 능력이 있는 고소득자가 직격탄을 받는다. 그동안 연소득 2억원 상당의 고소득자는 DSR 40% 규제를 받더라도 주담대로 약 14억원을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규제가 강화되면 서울·수도권서 주담대 한도는 이전보다 57% 깎인다. 이는 영끌 대출이 강남 3구와 마·용·성 지역의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13억4543만원)를 고려하면 앞으로는 적어도 7억원 이상의 현금을 쥐고 있어야 서울에 아파트를 살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정책대출은 기존처럼 자체 한도를 적용하고, 분양 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은 한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중도금 대출도 잔금 대출로 전환하면 똑같이 6억원 한도가 설정된다.
한도 제한뿐 아니다. 주담대를 받아 수도권과 규제지역에 집을 샀다면 6개월 이내 전입 의무도 부과된다. 지방에 살면서 서울 부동산을 대출로 매수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의도다. 일부 은행이 자율적으로 시행하던, ‘비가격’ 조치도 수도권과 규제지역에 한정해 모든 금융권으로 확대한다. 우선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추가로 집을 매수할 때 주담대를 받을 수 없다. 또 1주택자는 6개월 이내에 기존 집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주담대가 가능하다.
주담대 최장 만기도 30년으로 일괄 축소 조정된다. ‘갭투자’에 악용된다고 지적받았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역시 수도권과 규제지역이라면 받을 수 없다. 기존 주택을 담보로 받았던 생활안정자금은 한도가 전부 1억원으로 조정되고, 2주택 이상부터는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를 받을 수 없다.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꼽혔던 정책대출도 지역과 상관없이 한도가 일부 제한된다.
2억 연봉자 주담대 한도 57% 깎여…영끌로 서울 입성 더는 어려울 듯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고가아파트 밀집 지역은 수요 감소로 숨 고르기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만으로는 중·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화하긴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는 점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6억원에서 8억원대에 살 수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엔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 공급·세제·주택금융 등 전반적인 정책 개편이 병행돼야 주택시장이 안정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금융위의 대책이 나오자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 대책은) 대통령실 대책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한 시간 반 만에 대통령실은 “부처의 현안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워낙 민감하다 보니 부동산 대책에 대해선 대통령실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기조가 있었다”며 “대통령실이 나서면 시장에 잘못된 신호 줄 수 있어 말을 아끼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