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北 "유럽·중동 충돌, 미국 날강도적 주권 침해가 원인"
신문은 “현시기 유럽과 중동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무장 충돌이 벌어지고 세계가 불안정과 혼란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다른 나라들에 대한 미국과 서방 나라들의 날강도적인 주권 침해 행위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면서 “최근 연간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 지배권을 확보할 범죄적 기도 밑에 이스라엘을 부추겨 침략 전쟁을 끊임없이 확대하게 하는 한편 유엔 무대에서까지 독단과 전횡을 일삼으면서 하수인의 만행을 극구 비호 두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중동 정세를 거론하며 미국을 비판한 건 앞서 미국이 21일(현지시간) ‘미드나잇 해머(Midnight Hammer·새벽의 망치)' 공습 작전을 통해 지하시설 파괴용 GBU‑57 벙커버스터로 이란의 포르도 핵 시설을 제거한 것을 우회 비판한 취지로 읽힌다. 북한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도 이란에 대한 미국의 직접 타격 소식은 주민들에게 전하지 않았다.
이란 때린 트럼프, 북한엔 대화 손짓

이란의 핵 시설을 타격한 미국의 B-2 스텔스 폭격기.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누군가 이것을 잠재적 갈등이라고 얘기하는데 나는 우리가 해결할 거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친서 전달 여부에 대해선 확인하지 않은 채 김정은과의 대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미국이 이란엔 '망치'를, 북한엔 '당근'을 내미는 대화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셈인데, 북한은 이런 트럼프의 반응을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측이) 일단 접촉 시도를 부인하지 않고 있고 이미 수개월 전부터 대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볼 때, 북한의 수용 여부에 따라 현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로키 관망'하며 시기 고르는 듯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연합뉴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의 대응은 단기적으로 대화 거부와 자강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되, 중장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과 중동정세 등 지정학적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가 안팎에선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깜짝 정상회담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한 북한의 호응 여부는 향 북·미 대화 재개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는 2019년 6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정은에게 ‘트위터 회담 제안’을 했고, 그 직후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