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고검에서 열린 내란 특검팀의 첫 피의자 소환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15시간 중 약 5시간만 조사…오후 조사 거부로 중단되기도
윤 전 대통령은 28일 오전 9시 55분쯤 차를 타고 특검팀이 있는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했다. 애초 윤 전 대통령 측은 지하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출입을 계속해서 요구했지만, 특검팀은 “사실상 출석 거부”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을 지나 서울고검 현관을 거쳐 특검팀에 출석했다. 붉은 넥타이에 검은 양복 차림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조 특검을 8년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만났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인 검찰 ‘강력·특수통’ 출신 김홍일(69‧15기) 변호사와 송진호‧채명성 변호사가 함께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신문은 서울고검 6층 조사실에서 진행됐다. 일반 검사실과 같은 구조다. 조사 전 윤 전 대통령과 조은석 특검과의 별도 면담은 없었다. 대신 박억수·장우성 특검보가 조사실 옆 공간에서 10여분 동안 조사 관련 의견 및 일정 등을 얘기했다.
본격적인 조사는 오전 10시 14분부터 시작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조사는 지난 1월 3일 자신에 대한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방해했단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위주로 이뤄졌다. 특검 측은 오후 12시 44분쯤 “오전 조사가 잘 진행됐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점심을 먹고 오후 1시 30분부터 조사를 재개하려 했으나 돌연 윤 전 대통령은 조사실 옆 대기 공간에 머무르면서 조사를 거부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 박창환 총경이 조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가해자가 피해자를 조사하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 집행이 불법이라며 박 총경 등 경찰 관계자와 공수처 검사 등을 고발했다. 이에 특검팀은 박 총경이 체포영장 집행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변호인단을 향해 수사 개시 검토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양측은 3시간 넘게 대치했다.
오후 ‘외환’ 등 조사…尹, 7월 3일 이후 소환해달라
결국 특검팀이 조사 효율성 등을 고려해 오후 4시 45분쯤 조사 내용을 바꾸는 방식으로 수습했다. 김정국‧조재철 부장검사를 투입해 외환, 비상계엄 전후 국무회의 의결 과정, 국회 계엄 해제 의결 방해 등 다른 혐의를 조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진술거부권을 쓰지 않고 적극적으로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특검팀은 이날 조사가 중단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와 비화폰 정보 삭제지시 혐의에 대해 앞으로도 경찰을 조사자로 투입한다는 입장이라 충돌이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오후 7시 25분 저녁 식사를 한 뒤 오후 8시 25분부터 조사를 이어받았다. 윤 측이 심야 조사에 동의한 만큼 조사는 오후 9시 50분까지 이뤄졌다. 이후 3시간 정도 조서를 열람한 윤 전 대통령은 29일 오전 0시 59분 귀가했다. 고검 청사를 나와서도 취재진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호칭은 ‘대통령님’이지만, 조서에는 ‘피의자’로 적힌다.
윤 전 대통령이 수사 거부 등 버티기로 실제 조사 시간이 5시간에 불과하자 특검팀은 윤 대통령 귀가 직후 30일 재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29일 “사실상 하루 만에 다시 소환하는 것은 피의자의 건강 및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의 방어권 보장을 고려할 때 매우 촉박하다”며 다음 달 3일 이후 소환 일정을 조율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팀이 통지한 일정대로 윤 전 대통령의 2차 소환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