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첫 관문 통과한 트럼프 감세안…머스크 "완전 미친짓"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감세, 불법 이민 단속 강화 등 주요 국정 의제를 반영한 패키지 법안이 28일(현지시간) 연방 상원 통과에 앞서 진행된 절차 표결을 통과했다. 절차 표결은 발의된 법안을 토론, 표결 등 다음 절차로 상정할지를 결정하는 단계로 법안 처리 과정에서 사실상 첫 번째 관문이다.

총 100석 중 공화당이 53석으로 다수당인 상원은 이날 밤 워싱턴DC 의사당에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 절차 관련 표결을 진행한 결과 찬성 51표, 반대 49표로 가결했다. 이날 표결에서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 47명이 전원 반대한 가운데, 토머스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랜드 폴(켄터키) 등 공화당 의원 2명이 반대표에 가세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JD 밴스 부통령이 걷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JD 밴스 부통령이 걷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JD 밴스 부통령이 ‘타이 브레이커’(찬반 동수 상황에서 균형을 깨는 한 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에 대비해 의사당에서 대기했으나 결국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이견을 가진 의원들을 설득하면서 찬성으로 다수 처리됐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공화당 의원들 내부 표 단속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이날 표결은 3시간 이상 걸렸다. 연방 정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를 막기 위한 예산안 처리와 같은 긴급한 사유가 아닌 상황에서 토요일 밤 의회 표결이 이뤄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외신은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표결 직후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오늘 밤 우리는 상원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모든 공화당 의원들은 진정으로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며 “미국 대통령으로서 이분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 이분들과 함께 경제 성장, 정부 지출낭비 감소, 국경 안보 보호 등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미국 우선주의, 제조업 부활, 관세 인상, 화석연료 에너지 부활 등을 경제 부문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미국 우선주의, 제조업 부활, 관세 인상, 화석연료 에너지 부활 등을 경제 부문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AFP=연합뉴스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 핵심 공약인 세금 감면 등을 실행하기 위한 포괄적 법안이다. 팁 소득과 초과근무수당 면세, 신생아를 위한 천 달러 예금 계좌 제공 등이 포함돼 있고, 청정에너지 세액 공제 폐지, 전기차 구매 시 세액 공제 종료, 국경 통제와 불법 이민 단속 예산 확대 등도 담겼다.

법안은 지난달 연방 하원을 이미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일부 조문이 수정됐고, 앞으로 토론 과정에서 추가로 수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상원을 최종 통과하더라도 다시 하원을 통과해야 한다.

민주당 반대·공화당 일부 우려…압박 나선 트럼프

이 법안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기한인 내달 4일까지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미국 독립 기념일인 내달 4일까지 법안을 처리해 자신이 서명할 수 있도록 하라고 공화당 의원들을 압박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트루스소셜에서 “상원의원들은 꼭 필요하다면 의원실에 틀어박힌 채, 집에 가지 말고 이번 주에 일을 마무리하라”며 조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이날 표결에 앞서선 “부패하고 무능한 민주당과 싸우는 중”이라며 “공화당이 옳은 일을 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표결 이후엔 반대표를 던진 랜드 폴 공화당 의원을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현재 민주당에선 이 법안이 초부자 감세 정책이라며 전면 반대하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정부 비용 절감을 위해 기타 정책의 예산을 무차별 삭감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머스크 또 비판…“정치적 자살행위”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도 이날 표결에 앞서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미국에서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파괴하고 우리나라에 막대한 전략적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완전히 미친 짓이고 파괴적이다. 정치적 자살행위”라고 재차 비판했다.  

머스크는 이달 초 정부효율부 수장직에서 내려온 뒤 이 법안에 불만을 드러내며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당시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주장에 동조까지 했다. 다만 지난 11일 머스크가 먼저 “대통령에 대한 내 게시물들 일부를 후회한다”는 글을 올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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