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의 힘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삼양식품 제품. 연합뉴스
주가는 최근 들어 특히 더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달 16일 종가 기준 처음 100만원을 넘어 ‘황제주’ 반열에 올랐고 한 달여 만에 추가로 30% 이상 상승했다. 불닭볶음면이 출시된 2012년 4월 주가(2만7000원대)와 비교하면 49배 뛴 셈이다.
삼양식품이 이처럼 큰 관심을 받게 된 배경에는 탄탄한 실적과 성장세가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글로벌 스테디셀러로 앞세워 분기마다 실적을 경신해왔다. 내수 침체와 고환율에 따른 원가 부담 등으로 국내 식품업체 상당수가 고전한 1분기에도 삼양식품은 연결기준 매출 5290억원(전년 대비 37%↑), 영업이익 1340억원(전년 대비 67%↑) 등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25.3%)도 최고치를 찍었다. 식품기업의 영업이익률은 보통 한자릿수다.
일등 공신은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해외 매출’이다.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삼양식품의 해외매출은 지난해 2분기 처음 3000억원을 돌파했는데, 올 1분기 4240억원으로 더 늘었다. 이같은 성장 모델은 수익 개선에도 유리하다. 주요 수출 지역인 미국·유럽 내 판매 가격이 국내보다 높은 데다 고환율에 따른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불닭볶음면의 경우, 국내에서는 1000원 초반에 팔리지만 미국 대형마트에선 2000원대(1.6달러 수준)에 판매된다.
향후 실적 전망도 대체로 밝은 편이다. 최근 증권가에선 삼양식품 목표 주가를 160만원(DS투자증권), 170만원(한화투자증권)까지 높여 잡은 곳도 나왔다. 장지혜 DS 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4~5월 삼양식품으로 추정되는 라면 수출 금액은 1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2% 올랐고, 1~2월 합산보다 20% 개선됐다”라며 “해외 실적 확대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지난 11일 경남 삼양식품 밀양캠퍼스에서 열린 밀양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삼양식품 관계자는 “최근 수출 전초 기지 역할을 할 밀양 2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라며 “해외 매출 비중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2027년에는 중국에서 첫 해외 공장도 가동될 예정이라 해외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미국 관세가 변수가 될 수 있지만, 다른 수출 품목에 비해 저렴한 라면의 품목 특성이나 불닭의 팬덤을 고려하면 관세가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다만 삼양식품의 고속 성장이 전적으로 불닭 시리즈에 따른 것인 만큼 불닭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삼양식품의 과제로도 지적된다. 단일 품목에 의존한 매출 흐름은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 꺾일 수 있어서다. 삼양식품이 국물 라면 브랜드 ‘맵’과 건면 브랜드 ‘탱글’ 등을 선보이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지난 10일 간담회에서 “신제품 출시에 더해 기존 삼양라면 브랜드의 리프레시(재정비)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이 같은 변화는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