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팬들은 경기 내내 “김기동 나가”를 외치며, 구단 레전드 기성용을 포항으로 떠나보낸 김기동 서울 감독과 구단을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6/29/38bef582-008f-41b3-9905-d85be3b8b6af.jpg)
FC서울 팬들은 경기 내내 “김기동 나가”를 외치며, 구단 레전드 기성용을 포항으로 떠나보낸 김기동 서울 감독과 구단을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FC서울이 ‘기성용 더비’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꺾었다.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21라운드 홈 경기에서 포항에 4-1 대승을 거뒀다. 그런데도 서울 팬들은 경기 내내 “김기동 나가”를 외치며, ‘구단 레전드’ 기성용(36)을 포항으로 떠나보낸 김기동 서울 감독과 구단을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원래 두 팀 대결은 김기동 서울 감독이 포항 사령탑 출신이라 ‘김기동 더비’라 불렸다. 그러나 주중에 ‘FC서울 레전드’ 기성용의 포항행 확정되면서, 이젠 ‘기성용 더비’가 됐다.
기성용은 다음달 3일 포항에 공식 합류 예정이고, 박태하 포항 감독도 당장 서울전에 기성용을 출전 시키는 게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기성용은 이날 4층 본부석 위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기성용 없는 ‘기성용 더비’였지만, 관심이 뜨거웠다. 서울 관계자는 “취재진이 A매치(축구대표팀) 경기급으로 몰렸다. (수원 삼성과) 수퍼매치 때보다 더 많다”고 전했다.

프로축구 FC서울 팬들이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트럭시위를 했다. 전광판에는 기성용을 내보낸 김기동 감독을 향한 항의 메시지가 쓰여 있었다. 박린 기자
서울 팬들은 10년간 서울에서 뛴 기성용을 전력 구상에서 배제해 내쫓은 김기동 감독과 구단에 분노했다. 경기장에서 트럭시위를 했는데, 대형화면에는 ‘기성용도 못 지킨 구단. 기성용을 내쫓은 감독’ 등 김 감독과 구단, 여은주 대표이사 등을 향한 비판 메시지가 쓰여있었다.
![FC서울 팬들이 29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앞에서 '무능 불통 구단 FC서울 장례식' 기자회견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6/29/18f8db0f-59ec-4dd3-9358-e25ae3666d9f.jpg)
FC서울 팬들이 29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앞에서 '무능 불통 구단 FC서울 장례식' 기자회견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또 서울 팬들은 북측 광장에서 ‘레전드를 버린 구단. 무능, 불통, 토사구팽 구단. FC서울 장례식’이라고 쓰여진 현수막을 들었다. 상 위에 향을 피우고 흑백으로 처리한 서울 엠블럼이 그려진 액자, 소주, 방어회 등을 올려놓고 ‘장례식 퍼포먼스’를 했다.

서울 팬들이 상 위에 향을 피우고 흑백으로 처리한 서울 엠블럼이 그려진 액자, 소주, 방어회 등을 올려놓고 장례식 퍼포먼스를 했다. 박린 기자
포항 원클럽맨 출신 박태하 포항 감독은 경기 전 “성용이를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나도 비슷하게 은퇴했기에, 감독이 아닌 선배로서 ‘서울과 사랑이 아깝지 않느냐. 마지막까지 생각해보라’고 조언해줬다”고 했다. 김기동 감독은 사전 인터뷰에서 질문을 받지 않고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만 남겼다. 김 감독은 “지금 상황이 전부 옳을 수는 없지만, 확실하건 서울에 대한 진심과 믿음이 굳건하다. 무엇보다도 경기 결과로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과 간담회가 이뤄지기 전까지 응원 보이콧을 선언한 수호신은 경기 내내 “김기동 나가”를 외쳤다. 대신 기성용 응원가 “서울에 돌아온 기성용, 역사를 써내려 가 기성용, 끝까지 함께하자 기성용. FC서울 기성용”를 불렀다. 또 ‘GS(모기업)나 GD(기동)나 기둥 뽑는 건 팀컬러’, ‘굴러온 돌이 없앤 우리의 기(KI)댈곳’이라고 쓰여진 현수막도 펼쳤다.
![프로축구 FC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 프로축구연맹]](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6/29/4eda643a-250e-404e-b731-4a463a6d1858.jpg)
프로축구 FC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 프로축구연맹]
김 감독은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황도윤과 류재문을 기용했다. 서울 선수들은 평소보다 더 절실하게 뛰면서 전반에만 3골을 터트렸다.
전반 15분 서울 루카스가 돌파 과정에서 박승욱에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2분 뒤 키커로 나선 린가드가 성공했다. 전반 28분 포항 오베르단이 팔꿈치로 상대 얼굴을 가격해 비디오판독(VAR) 끝에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 당하면서, 서울이 수적 우세를 점했다.
전반 33분 황도윤의 백힐 패스를 받은 서울 루카스가 골망을 흔들었는데, 포항 박현서의 위치상 오프사이드가 아니라 득점이 그대로 인정됐다. 전반 추가시간에 린가드 패스를 받은 둑스가 추가골을 뽑아낸 뒤 전광판에 김 감독이 잡히자 팬들은 야유를 쏟아냈다. 이날 경기장에는 2만여명의 팬이 찾았다.
![포항을 상대로 선제골을 터트린 서울 린가드(가운데). [사진 프로축구연맹]](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6/29/4d69b0a1-5d66-4006-828d-c643e99836ee.jpg)
포항을 상대로 선제골을 터트린 서울 린가드(가운데). [사진 프로축구연맹]
후반 29분 포항 이동희가 헤딩골을 내준 서울은 후반 39분 클리말라가 한 골을 더 보탰다. 서울은 이날 승리로 7승9무5패(승점30)를 기록, 8위에서 6위로 올라섰다. 홈 승리가 지난 3월말이 마지막이었던 서울은 7경기 만에 홈에서 이겼다. 포항은 4위(9승5무7패·승점32)에 그쳤다.
경기 후 김기동 감독은 서울팬들의 야유에 대해 “팬들이 충분히 현 상황에서 그럴 수 있기에 받아들여야 된다”고 말했다. 포항 레전드 출신으로 ‘FC서울에서 오래 뛴 선수들이 막판에 초라하게 떠나 구단에 레전드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묻자 김기동 감독은 “저도 은퇴할 시점에 1년을 더 할 수 있었지만 고민을 많이 했다. 제 생각과 코치, 감독, 구단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결정과 선택은 본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FC서울 공격수 제시 린가드는 “기성용 선수는 명실상부 우리 구단의 레전드다. 프로로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서울에 처음왔을 때 잘 적응하도록 굉장히 도와줘 감사하다. 기성용 선수가 어딜 가든 FC서울 레전드로 남아있을 거라고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태하 감독은 “기성용은 몸 상태를 보고 충분히 경기에 나갈 상황이 되면 언제든 주전으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성용은 경기 후 그라운드에 내려와 서울 팬들 앞에 서서 “지난 10년 동안 너무 행복했고, 지난 5년간 죄송한 마음이 컸다. 서울에 돌아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 고참으로서 항상 미안했다. 언젠가 해야 할 이별이 좀 더 빨리 왔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서울이 나로 인해 더 이상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