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군대에서 이들이 쉽게 겪었던 일상을 소재로 그려낸 '푸른거탑'은 남성 시청자들을 통해 알음알음 인기를 얻어가더니, 여름이 지나면서 인터넷에는 '푸른거탑'을 이야기하는 네티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최종회'가 방송된 연말에 가서는 특집프로그램까지 편성될 정도로 '푸른거탑' 신드롬을 일으켰고, 그 기세를 몰아 2013년 1월 드디어 독립한 '단독 드라마'로 단독편성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드라마 인기의1등 공신은 실감 나는 군 생활을 진지하지만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 그 자체에 있다. 초코파이를 더 많이 얻어먹기 위해 종교를 매주 바꾸고, 축구 경기 도중높으신 분들에게 알아서 길을 비켜주며, 사단장 방문을 맞아비포장 도로를 아스팔트로 보이기 위해 구두약을 칠하는 등 '상상이 현실로 일어나는 군생활'을 묘사한 것은 많은 남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코미디 같은 실제가 진짜 존재한다는 걸 확인하게 된 여성 시청자들의 열광은 덤이다.
여기서 '푸른거탑'의 인기 요소를 하나 더 덧붙이자면 바로 말년병장 최종훈이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말년이라 각종 작업과 훈련을 피하기 위해 "고통이 대뇌의 전두엽까지 몰려온다"라고 핑계를 대지만, 결국에는 "이런 젠장! 말년에 XX이라니"라는 절규와 함께 눈밭에서 뒹굴고, 화생방 훈련을 받고, 막타워에서 점프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굵은 목소리에 너무 진지해서 더 웃기는그의 연기는 '말년병장' 캐릭터와 환상적인 궁합을 만들어내며 폭발했고, MBC '무한도전'을 통해 '최코디'라는 애칭으로 유명했던 배우 최종훈은 이제 '최말년', '최병장'이라는 새로운 애칭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연기자 생활에 안착했다.

- < 프로필 >
이 름 : 최종훈
데 뷔 : 2002년 KBS 2TV '폭소클럽'
- 드라마
2006년 : 거침없이 하이킥
2012년 : 롤러코스터-푸른거탑
2013년 : 푸른거탑 시즌2
- 영 화
2004년 : 나두야 간다
2005년 : 무영검, 가문의 위기
2006년 : 가문의 부활
2007년 :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
2010년 : 우리 이웃의 범죄, 김종욱 찾기
- 뮤지컬
- 2008년~2009년 : 라디오스타
-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안녕하세요.
- 디시 잘 아시겠죠?
네. 잘 알지요.
- 무한도전 때문에?
네. 감독님께서 촬영하는 부대 장병들에게 강연을 부탁했어요. 부대 측에서 의뢰를 했는데 감독님께서 저를 추천해주셨어요. 또래보다는 인생 경험이 여러가지가 있으니 앞으로 그들의진로에 대해서 한 시간 정도 이야기 좀 해달라고요. 어제 했는데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대대 사병들에게 이야기하고 나서 감독님 뵙고인터뷰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우리 어떻게 갤러리 같은 거 안 되나요?" 하시더라고요.하하하. 그래서 "에이 감독님, 저희는 더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랬죠.

- 남자 분들은 자신이좋아하시는 프로그램에 대해자기가 활동하는갤러리에서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여자분들이 좋아하시는 프로그램보다는 갤러리 요청이 조금 적어요.
아! 요청이 쇄도해야 되는 거군요. (웃음)
- 방송될 때 계속 갤러리에 '말년에~', '대뇌의 전두엽'이 말이 나오더라고요. 두 개의 유행어! 우와~
유행어도 그렇고 정말 생각도 못했던 거예요. 그런데 유행어까지는 아닌 것 같고요, 반복적인 대사? '이런 젠장! 말년에 XX라니!', '고통이 대뇌의 전두엽까지 전해지는군' 이게 대본에 나온 거예요. 저는 '될 수 있으면 잘 살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했는데 작가님이 보시기에 그게 재밌었나 봐요. 그러더니 계속. (웃음) 제가 회식자리에서 작가님께 '자꾸 나오는 대뇌의 전두엽은 어디인가요?' 물어봤더니그랬더니 '몰라 나도' 그러시더라고요. 하하하.
- 제가 안 그래도 검색했어요. 이마 쪽이더라고요.
작가님도 검색해봤대요. 도대체 자기가 써 놓고도 모르겠다고. (웃음) 그걸 왜 썼냐, 말은 군디컬 드라마라고 하는데 메디컬에 대한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꾀병에 대한 핑계를 전문용어 써가며 하면 웃길 것 같다서 하셨대요. 저는 그게 정말 웃긴 거예요. 얼마 전에는 식중독 가지고 '이것은 부패한 음식으로 인한 식중독이 확실합니다. 비XX 식중독 균에 의한…' 그런 대사가 많았어요. 편집된 부분도 있었어요. '만성 위염으로 인한 위 점막의 통증이 식도를 거쳐 대뇌의 전두엽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렵잖아요. 하하하.
- 어떻게 외우셨어요? (웃음)
외워야죠.
- 안 그래도 '최병장이 의대나 보건 쪽 전공이 아니냐' 그런 말도 있었어요.
저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어요. 군디컬이라고 해서 '이게 군대 의학이구나'. 하하하. 그런데 전혀 없어요. 하하하.
- 혹시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창에 '말년에' 치면 아래나오는 리스트 보셨어요?
네. 보고 소름 돋았어요. 이게 뭐지? 하하하.

- 본인이 한 대사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말년에 XX라니'를 꼽아주신다면?
'말년에 오줌을 먹다니'. 꾀병 부리다가 한꺼번에 고통이 온 거죠. 소대장한테 '제가 방금 오줌을 먹었습니다'. 말하고. 하하하. '으아아아~ 뭐야. 이젠 하다 하다 오줌을 먹은 거야?' 거기서 김재우가 애드립을 쳤어요. 신병이 수통에 소변을 봤으니, '반합에 똥 쏴놓았느냐'라고. 애드립을 확 치는데 너무 웃긴 거예요. 이게방송에서 살았어요. 김재우 씨가 그런 애드립을 잘 쳐요.
어느날 김재우 씨가 작가님께 '애드립 안치겠습니다' 했어요. 그래서 '왜요? 재밌는데' 하니까 '자꾸 애드립치니까 작가님이 대사를 안 주시는 것 같아요'그러더라고요.재우는 대사가 없어요. 리액션밖에 없는데 거기서 뭐 하나 하려고 하죠. 으하하하. 김재우 씨 정말 재밌어요.

<푸른거탑 시즌1 16회 '유격의 추억 1부'>
- 애드립도 호흡이 맞아야 나오잖아요.
그럼요. 절묘하게 정말 잘 하더라고요. '역시 능력자구나' 했죠. 제 주위에파리 날리는 거 김재우 씨 아이디어에요.
- 그게 '똥병장'이라는 표현 때문에 나온거 아닌가요?
그렇죠. 부대에서 말년병장을 칭할 때 '진짜 똥병장이다' 그래요. 병장도 아닌 유령같은 존재, 더럽고, 안 씻고, 칙칙하고, 만날 파리꼬여있는 것 같고, 누워서 자고 있으면 여름 같은 때 파리 앉아 있는데도 모르는 그런 캐릭터의 병장들. 완전 다 포기한 거죠. 깨끗하면 뭐 할 거야. 김재우 씨가 그런 디테일한 부분을 캐치한 거죠. 다른 친구들도 김재우 씨가 많이 만들어줬죠.
- 다른 것도 만든 거있나요?
요즘 버럭을 밀고 있어요. '꺼져! 꺼지라고!!' 샤우팅을 해요. 하하하. 그건 김재우만이 할 수 있는 샤우팅이죠.
- 저는 발렌타인데이때 김재우 씨가 용주에게 버럭 하며 '죄송하다면 다야!' 할 때 감정의 절실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요즘 샤우팅에 맛 들렸어요. (웃음) 또 재우가 하면 어울려요. 그 역할도 잘하고요. 샤우팅 괜찮은데? 그래서 '버럭'.
- 최병장이 이렇게 인기 많을 줄 예상했어요?
아뇨. 저는 또 원래 말년병장이 아니었어요.
- 4회까지는 병장에 신병도 하고 그러셨더라고요.
처음에는 멀티였죠.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고정 게스트가 아니었어요. 연기자를 본격적으로 하는 거라'감독님께서 뭘 시켜도 열심히 하겠다' 그런 상황이었어요. 역할이 딱히 주어지지 않아도, 돈을 많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기회를 주시면 어떤 역할이든 열심히 하겠습니다'였죠.그걸 감독님께서 알아주셔서 기회를 자꾸 주신 거죠.

- 첫 말년병장이었던 박성호 씨는 4회까지만 하고 빠지기로 돼 있었나요?
그런 이야기도 처음에는 저는 못 들었어요. 그냥 박성호 선배님이 하는 걸로만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상상도 못했죠. 제가 말년을 할거라는 것을요.
- 왜 피디님께서 박성호 씨가 하던 말년을 최종훈 씨에게 주셨을까요?
프로그램이기획되고 첫 촬영을 앞둔 2주 전 감독님께서 대본 리딩을 하자며 배우들을 모으시더라고요. 저까지 부르시더라고요. 저 첫회에대사 한 줄 있었어요. '못생겨가지고' 이거요. '왜 나까지 부르지?' 생각했어요. 그때는 15분짜리 코너 하면서 대본 리딩 한다는 것도 솔직히 웃겼어요. '뭐야? 이거' 이런 생각을 했지요.'매니저였기 때문에 연기를 할줄 알까 확인하고 싶은 것도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제가 누구인지는 알지만, 연기를 하는지, 못 하는지는 그들도 궁금했을 것 같아요. 일단은 배우들 모아서 코너를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식으로 연기해야 하나 결정하기 위해 대본 리딩을 한 번 해보는 걸로 했죠. 그런데 첫 리딩에 박성호 선배님이 못 오셨어요. 워낙 바쁘시니까요.
제가 감독님께 감사한 건 저는 처음에 캐스팅될 줄도 몰랐어요. 그냥 인사드리려고 감독님께 전화했었죠. 정 실장님이 감독님을 제게 소개해줬거든요.
- 은인이시네요.
지금도 농담 삼아 '너 나 때문에 이거 한 거야' 이야기하시는데 정말 고맙죠. '롤러코스터'에 제가 캐스팅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요. '제가 연기자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니 형이 소개만 해주면 제가 직접 가서 뵙고 인사하고 스스로 움직여 보겠어요' 이런 상황이었어요. 그러니까 흔쾌히 '어 그래' 하시고 다음날 '롤러코스터에 민진기라는 PD가 있어. 군대 코너 기획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역할이 있을 것 같아. 만나봐' 하시며 연락처를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PD전화를 했어요. 갑자기 이메일 주소를 달라고 하더니 대본을 보내주시더라고요. 짧은 거였는데 정말 고마웠어요. 만나지도 않았는데.
- 믿었을 수도 있겠죠.
네. 아무튼, (웃음) 리딩 가기 전 대본을 받았고 군과 관련된 영화를 여섯 편 정도 본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이걸 해야 재밌을까?' 고민했어요. 작가님이 비고란에 '모든 연기자는 오버스러울 정도의 정극 연기를 요함. 진지함 속에서 그런 게 중요함' 이렇게 써놓으셨어요. 그걸 보면서 어떤 느낌인지 알겠더라고요. 그런데 감이 안 잡히는 거예요. 예를 들어 라면을 가지고 왔어요. '박 병장님 라면 가지고 왔습니다', '야! 너 스프 먼저 밑에 깔고 뜨거운 물 부은 거지? 안 그러면 맛없어' 이런 이야기를 비장하게 하라는 거예요. '이걸 어떻게 해야 비장할까?' 해서 영화를 정말 많이 봤어요. '태극기 휘날리며', '고지전'…. 그런데 그건 6.25때잖아요? 그래서 '알포인트', '대한민국 1%' 등 군인들 나온 영화, 심지어 미국영화까지 봤어요. 블랙호크다운. 하하하.
그러다가 실미도를 봤어요. 설경구 씨가 비장하잖아요? '저렇게 해야겠다, 쓸데없는 데서도 저렇게 하면 재밌겠다' 하고 보는데 임원희 씨가 보이는 거예요. '저거다' 했죠. 임원희 씨가 연기하는 게 재밌는 거예요. '저렇게 하면 되겠다, 재밌겠다' 했어요. 그런데 제 역할도 아니고. 그러면서집에서 대본을 한 번 읽어봤어요. '뽀글이 가져왔습니다' 그게 첫 대사였어요. 대사 첫 장 첫줄. '스프를 먼저 밑에 깔고 뜨거운 물을 부었겠지?' 그러면 '걱정 마십시요. 뽀그리 셔틀의 종결자입니다'. 그걸 전쟁 난 것처럼 대사하니까 재밌더라고요. '이렇게 하면 재밌을 것 같아' 생각하고 리딩을 갔는데 성호 형이 못 오셨어요. 나보고 읽으래요. 말년을.

그 톤으로 읽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그 톤으로 읽었어요. 감독님이 훅 웃으시더니 저렇게 비장하게 하라고, 나쁘지 않다고 하셨어요.그때 인상 깊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촬영 직전에 두 번째 리딩을 했어요. 그때는 작가님도 오셨는데 '우리가 구상하는 극의 내용은 절대적으로 진지해야 합니다. 내용이 찌질하기 때문에'라고 하셨어요. '알겠습니다' 하고 그렇게 잡혔죠. 그러고 나서 얼마 안 지나서 박성호 선배님이 못하시게 된 거예요. 갑자기 감독님께서 제게 덜컥 '말년을 형님께서 하시는 게…' 하셨죠. '네? 제가요? 제가 왜요?' 그랬어요.
- 왜 그러셨어요?
자신이 없었어요. 저는 제 연기가 많이 모자란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배워가면서 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그때만 해도 너무 큰 역할이 주어지는 게 아닌가 했어요.PD님께서 '리액션 하실 때도 열심히 잘하시니까 하실 수 있으실 것 같다. 아니면 제가 잡아드리겠다. 용기 내라'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 그럼 5회 첫 병장 할 때 NG 많이 내셨겠어요.
NG는 많이 없었어요. 오히려 PD님께서 '어? 나쁘지 않은데?' 자신감을 주셨죠. 저도 실수를 줄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런데 가면 갈수록 NG가 많았죠. 대사 막 버벅거리고. 대사가 점점 많아지는 거예요. 하하하. 호흡도 딸리고 그러니까. 초반에는 그렇게 NG를 많이 안 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감독님이 'NG도 많이 없고, 잘하시네요. 하시는 대로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용기를 많이 주셨어요. 주변 동료들도 '와~ 잘하십니다' 용기 주고 가르쳐주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고요. 백봉기 씨도 그렇고 김호창 씨는 공채 탤런트이고 연기자 생활을 많이 했잖아요. 테크닉 같은 거물어보기도 하고 지금도 그러고 있어요.
- 박성호 씨에게는 그 이후에 고맙다고 따로 말씀하신 적 있으세요?
뵌 적이 없어요. 그분을 개인적으로 제가 몰라서…. 촬영장에서 뵈어도 조금 데면데면했어요. 그분도 (말년병장) 누가 할줄 모르시고 못 하시는 것으로 정리되었어요.
- 촬영이 실제 군부대에서 진행되는 거라고 들었어요.
네. 작년에 '롤러코스터' 코너로 할 때는 방송 분량이 15~17분 정도라서 실제 부대에서 하루에 촬영을 다 했어요. 정말 치열하게 했지요. 저는 이게 15분짜리 코너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건 나에게만큼은 미니시리즈고, 영화이고, 한편의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 작가님께서 모니터를 하시고는 회식 때 '잘하더라' 하셨어요. '너는 모니터를 하면 죽기 살기로 하는 게 보인다. 그만큼 네가 절박하니까 그런가 보다. 열심히 해라. 왜 진작 하지 않았느냐' 용기를 주셨죠. 그 말이 정말 고마웠어요. 저는 이 작품을 완전히 치열하게 생각해요.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더라고요.
-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나머지 분들도 뭔가 계기가 될 작품이 필요했던 분들이죠.
네. 맞아요. 사실. 저야 뭐 말할 것도 없고요.
- 본격적인 연기를 하고 이게 첫 작품인 거죠?
그렇죠. 매니저를 하면서는 뮤지컬도 조금씩 했는데, 매니저가 아니고 본격적으로 연기한 건 이게 처음이죠.
- 시작은 조금 미흡했는데 끝은 창대하네요.
아직 창대하지 않습니다. 갈 길이 멀어요.
- 요즘 사람들이 '최코디'가 아닌'최병장'이라고 많이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제가 저희 '푸른거탑'을 사람들이 많이 보고 재밌어하신다고 느껴지는 게 이제는 저를 보는 분들이 최코디, 누구 매니저가 아니라지금은 '어? 말년이다. 아, 말년병장이다' 그러세요. 어떤 분은 '이런 젠장이다' 그런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아, 많이들 보시는구나' 하죠.그럴 때 실감 나고 뿌듯하기도 했죠.
- 이 작품이 원래 이렇게 오래 예정돼 있었나요?
아뇨. 제가 알기에는 원래 기획단계에서는 4~5회였어요. 반응 봐서 내리는 거로요. 그런데 이게 우리 것만 27회가 됐죠. 촬영은 25회 했어요. 심지어 하이라이트로 '말년거탑'이…. 진짜 그때…, 본방 나오는 것보다 더 떨리는 거예요. '다 말년이야기인데 시청률이 안 나오면 어쩌나…' 감독님이 '하이라이트 보셨어요?' 하셔서'네 봤어요' 하니'형 우리 본방 시청률보다 더 잘 나왔어요' 그러시더라고요. 하하하. 그래서 끝날 때 되게 아쉬웠어요. 시즌이 바뀌면서 '롤러코스터'에서는 이 코너를 하지 않는다고 했었어요.
- 독립이 아니라 그냥 끝난다고 들으신 거예요?
네. 그때는 이야기가 없었어요. 그러고 나서 몇주 있다가 급격히 그런 이야기가 오갔고, 우여곡절 끝에 결정이 됐어요. '너희를 한 시간 짜리로 만들겠다'라고.

- 내부에서 반대가 있었나요?
그건 모르겠어요. 갈등이 없지는 않았겠지요. '롤러코스터'의한 코너였는데 갑자기 독립하는 것도 웃기고. 또, (방송국 내부) 파트가 다르잖아요. 분쟁이라고 할 건 아니고 안 맞는 부분들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그런 것 때문에 우여곡절이 많으셨더라고요. 저희는 한다 안한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이었지만 기대는 하고 있었죠. 작년에 촬영하면서 되게 꿈꿔왔던 거예요. '우리에게 시간만 조금 더 준다면 더 재밌을 것 같은데 아쉽다', '현장 분위기 정말 좋고, 우리가 하면서도 재밌고, 모니터해도 재밌고, 다들 열심히 하고, 감독님, 작가님, 조연출들 나머지 스태프들 연기자들까지 누구 하나 열심히 안 하는 사람 없고, 이렇게 열정적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는데 이 좋은 팀들이…' 아쉬운 거죠. 오래가지 않는다는 거 자체가. 되게 아쉬웠어요.
- 사람들이 독립편성 된다고 했을 때 '이미 시즌1에서 웬만한 재밌는 이야기가 다 나왔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하셨죠.
저희 작가님께서 시즌 긴 거 준비하는데 누군가가 '소재 떨어지는 거 아니냐' 그러셨대요.그말 듣고 엄청 기분이 나빴대요. 소재가 아직도 어마어마하게 많은데,벌써 소재 떨어졌다는 말 나온다고, 자기를뭐로 보냐고…. 저희가 그 말 듣고 갑자기 작가님의 신뢰도가 올라갔죠.'역시 우리 작가님이야. 우린 끝이 없어' 이렇게 되니까 자신감도 생겼어요.
- 시즌2로 넘어갈 때 캐릭터 탈락위기에 있었던 분도 계셨다고 들었어요.
저희에게는 그런 이야기 안 하셨어요. 탈락이 아니라 스케줄 때문에, 다른 작품 때문에 안 되시는 분들이겠죠. 개그맨도 있지만, 연기자도 있잖아요. 똑같이 다 한다는 건 어려움이 있지요. 다른 일도 있는데 갑자기 그걸 돌려 세울 수 없잖아요. '그런 부분들 때문에 같이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저와 김재우 씨는 '우리는 다 같이 해야 의미가 있다,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면 '푸른거탑'이 아니다'라는 의견이었어요.
김재우 씨 같은 경우는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저희가 출연료를 적게 받을 테니까 여섯 명 다 같이하면 안 되겠습니까?' 했죠. 김재우 씨와 제가 새벽에 한 시간을 통화했어요. '우리 중에 누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느냐' 그러니까 김재우 씨가 자기는 안 하겠대요. 나도 안 한다고 했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출연료 덜 받는다고 하고 하자', '너는 가정이 있지 않느냐. 내가 하겠다'…. 그때 재우와 제가 '애들 어떡하느냐. 누가 못 한다고 하면 그 친구는 어떡할 거냐', '여기서 누가 빠지냐 상상이 안 된다' 계속 이야기했고, 그래서 감독님께서 어렵게 어렵게 여섯 명을 꾸려 주셨죠. 정말 감사한 거죠. 그만큼 저희는 똘똘 뭉쳐 있어요. 저희는 진짜 친형제 같아요.
- 저도 그걸 느꼈던 게이병 정진욱 씨 결혼식 때 다 군복을 입고 오셨더라고요.
저는 양복도 아니고 그냥 군복에 목토시까지 하고 갔어요. 깔깔이 입고. 깔깔이 입고 식당가서 밥 먹었어요.
- 그때 댓글 보셨어요? '말년에 신병 결혼식이라니!' (웃음)
소감을 이야기했죠. '말년에 축의금이라니. 없는 돈에 XX만원이라니!' 거기에 터질 줄은 몰랐어요. 또 정진욱 씨가 간곡히 부탁도 했고요. 저희는 부탁도 부탁이지만 뭔가 해줄 게 없나 생각했어요. 또 대대장님이신 이장호 선배님, 행보관님이신 송영재 선생님까지 본인들도 해주겠다고 흔쾌히 하셨고요. 그런데 백봉기 씨가 그때 다른 결혼식이 있었어요. 너무 미안해 하면서 못 왔어요.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하니까요.
- 작품을 보면서 놀랐던 건 연기력 좋으신 분들이 카메오로 많이 출연하시더라고요. 그분들이 시트콤에 출연하기는 많이 어려우셨을 텐데요. 되게 의외였어요.
처음에 정찬 씨 나오고… 오시는 분들마다 되게 재밌게 출연을 원하셨어요. 김동현 씨 같은 경우는 저희 코너 고정을 정말하고 싶어하셨어요. 정말 재밌게 본다고요.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인데 정말 좋다고, 현장 분위기도 좋은 것도 좋았다고 했어요. 그때 동현이 형이 '너희 정말 잘하고 있다. 동훈아 너 이길 진작 하지' 그런 칭찬 들었을 때 진짜 기쁘더라고요.

- 잘될 수밖에 없네요. (웃음)
시즌 바뀌면서 '동현이 형도 내심 '푸른거탑' 같이 하고 싶어 하시는데…'생각했어요.
- 말년으로 되게 많은 걸 하셨는데, 한 것 중 정말 힘들었던 거 있나요?
뱀이요. 저 솔직히 뱀 쳐다도 못 봐요.
- 진짜 가슴에 올려놨나요?
네. 손으로도 잡고요. 제가 원래 시골에 살아서 어렸을 때는 뱀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릴 때 논에서 일하다가 한 번 물렸어요. 독은 없었는데, 물려서아픈 것보다도 물고 있는 모습이 너무 무서웠어요. 아우~ 못 보겠는 거예요. 제가 뱀을 잡아서 딱 떼었는데 피 뚝뚝 떨어지고, 뱀이 이빨 벌리고 있는 게 너무 싫은 거예요. 그 이후로 이상하게 뱀이 싫더라고요. TV에 뱀 나와도 다른데 틀었어요.

<푸른거탑 시즌2 1화 '혹한기 비긴즈'>
- 그럼 어떻게 그걸 찍으셨어요?
그냥 했죠. 티 안 났나요?
- 네.
감독님은 티 났다고 했어요.'형 조금 그랬었어요~' 그래서 '사실 제가 뱀을 못 쳐다봐요' 그랬죠. 그런데 배에 올리고, 끼고. 이야~
- 전 꾀병 편이 좀 힘들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날은 폭염이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여름이 조금 더 견딜 만 했어요. 추위는….
- 사람들이 혹한기 편 보더니 이건 진짜 드라마가 아닌 실전이라고 했어요.
그날 영하 30도에 가까웠어요. 어휴~. 날씨가 어찌나…. 첫 촬영 날이었어요. 1월 3일. 파주 적성리인가? 장소를 듣고 '날씨가 어떤지 볼까?' 하고 뉴스를 틀었는데 '해외소식입니다. 12월 한달 동안 러시아에서는 50여 명이 동사했습니다. 영하 50도를 육박하는…', '우리나라에 27년 만에 가장 추운 한파가 닥쳤습니다' 그런 뉴스가 나오고, 밖에 나가기가 싫은 거예요.
- 그것도 밤인데. (웃음)
온종일 찍었어요. 밤도 찍고. 저희가 지금 이틀 동안 찍거든요. 목요일은 외부. 부대는 금요일.
- 혹시 나왔던 소재 중 본인의 경험담을 잘 녹아낸 에피소드가 있나요?
저는 사실 육군생활을 안 했어요. 그래서아직은 안 나왔지만 조금 있으면 나올 것 같아요. 신병 놀이 중 제가 했던 짓이 대본에 나왔더라고요. 제가 이병 옷 입고 와서 '너와 동기야'라며 신병 놀리고,'상병 진짜 이상하게 생겼어' 하고. 그리고는 옷 갈아입고 와 상병한테 가 '쟤가 너 이상하게 생겼대' 그러고. 그러면 신병은 어이없어하고. 그걸 늘 이야기했어요. 군대있을 때 그게 제일 재밌었거든요. 그게 제일 공감될 것 같아요. 내무생활과 같은 건공감하는 부분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 부분이 있는 거지요. 실제로 겪은 것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 본인의 말년은 어땠나요? (디시이용자 '루이 코스타')
비슷해요. 빈둥거리고 할 일 없고.
- 보통 말년이 다 그래요?
네. 뭐 하라고 시키지도 않아요. 그냥 무사히 제대나 해라. 고생할 만큼 했는데 괜히 말년에 다쳐서 갑자기 의병제대를 한다거나 영창 가서 늘어나면…. 아,에피소드 중에 영창 가는 게 있어요.
- 하하하. 말년에 영창이라니.
내일 방송에 나와요. 군기교육대 갔다가 거기서 또 사고 쳐서 저 혼자 영창 끌려가서 군생활 보름 늘어나죠.
- 혹시 '푸른거탑' 출연진들 성격이 드라마 속 성격과 비슷해요? 특히 김상병 정말 사이코예요? (디시이용자 '양인비식')
아니요. 걔가 얼마나 여린 앤데요. 착해요. 온순하고요.
- 그럼 제일 안 비슷해요?
네. 저는 정말 안 비슷한 것 같아요. (김상병은) 약간 사이코패스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전혀 아니거든요. 팀에서도 막내고. 착해요.
- 막내인데 상병이잖아요. 밑에 분들 갈구는 연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잘하더라고요. 엄청 잘해요. 연기는 연기일 뿐. 그런데 또 중요한 건 밑의 신병이나 일병 애들이 잘 받아줘요. 그래서 편하게 연기하는 것 같아요.
- 실제 복무는 어디서 하셨어요? (디시이용자 '루이 코스타', 'U43')
저는 의무경찰 지원해서 인천에서 근무했어요.
- 그럼 별로 춥지는 않으셨겠네요.
춥다기 보다는…. 사실 눈밭에서 구르는 그런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의무경찰이 힘들어요. 직접적으로 민간인들과 부딪쳐야 하는 부분도 있고, 순찰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하고, 군기도 세고. 고생은 똑같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밖에 나가면 '군대 어디 갔다 왔어요?', '의경 나왔어요', '아~' 이런 게 있어서…. 흙먼지 뒤집어쓰고 땅 기면서 훈련하는 병영 추억을 생각했는데 막상 그건 아니고, 훈련도 화염병을 피하는 훈련, 날아오는 돌멩이 피하는 법, 진압술에 대한 훈련을 하니 마음도 아프고, 내가 생각했던 군의 추억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육군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지금은 군대 다시 온 것 같아요.

- 군대 두 번 가셨네요. (웃음)
부대를 딱 들어가니까 괜히 기분이 좋은 거예요.
- 보통 군대 두 번 가는 거 싫어하는데. (웃음)
누가 물어보더라고요. 군대 다시 가게 된다면 갈 거냐고. 저는 간다고 했어요. 기왕이면 특수부대 가겠다고요.
- 힘들 텐데요.
힘들어도 나자신은 어디까지인가 생각하고, 강인해질 수 있다는 생각도 있고, 나와서 떳떳하고. 그런 걸 동경하다 보니까 복무기간도 상관없어요. 특전하사관을 가든, UDT를 가든, 해병대를 가든요. 저 사실 해병대 지원하려고 했다가 아버님께서 반대해 못 갔어요.
- 사람들이 걱정하는 게 최병장의 제대예요.
그 걱정은 작년부터 하시더라고요. '왜 제대 안 해요?'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리고 날짜가 하루하루 늦게 지나가는 거니까. 에피소드가 20이라고 해봤자 내부에서는 한 달 정도 간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뭐 제대를 안 시키셔도…. 작가님이 그런 생각도 하셨대요. 말년이 말뚝 박아서 부사관으로 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부사관으로 와서 애들 만날 괴롭히고. 하하하.
- 극 중에서 최병장은 91년생이시더라고요.
아오. 진짜 웃겼어요. 심지어 저희 행보관님은 1978년생으로 나와요. 은지원, 토니안과 동갑이라고. 하하하. 비보이 댄스도 추고. 그것도 정말 웃겼는데 단증보고 '1991년생' 쓰여있어서 제가 빵 터졌어요. 이건 너무하지 않냐고 했죠.

- 나름 젊게 보이려고 노력하나요?
그래야된다고 감독님이 지적하셨어요. '형은 머리가 길면 군인 같아 보이는 게 아니라 아저씨 같아 보여'라고요. (웃음) 안 그래도 말년인데. 제가 작년에는 가발을 안 썼어요. 초반에는 썼다가 한번 밀었어요. 신병이 초코파이 꺼내 먹을 때 제 머리가 뜨는데 그게 삭발이어서 웃겼던 거예요. 상병 김호창이 자기가 이발병 해봤다고 그냥 밀어줬어요. 촬영장에서. 그걸 찍어놨어야 하는데. 하하하. 감독님이 '역시 형님은 프로십니다' 그러는데, 전진짜 군대가는 기분이었어요. (웃음) 그래도 여름이라 땀 나서 가발 쓰기 너무 힘들더라고요. 아이들이 부러워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일명 기왓장컷이라고 해서 자른 가발을 썼거든요.
- 김호창 씨 캐릭터가 이발병인데, 실제 이발병이어서 그 콘셉트가 들어간 건가요?
아뇨. 그 스토리가 신병이 실수하는 건데 그걸 가르쳐줄만한 캐릭터가 일병보다는 상병이 낫다고 생각해서요. 실제로 군대에서 시켜서 이발병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는 김호창 씨 포병이에요. 곡사포.
- 그게 뭐예요?
자주포라고도 하는데 빵 나가는 게 아니라 각도를 재서 멀리서 쏘는 거예요. 궤도 다 재고 거리 계산해서…. 그런 포병 출신이죠.
- 한 분만 면제라고 들었어요. (디시이용자 'ㅇㅇ')
신병이요. 기가 막힌 캐스팅이죠. 심장이 선천적으로 안 좋아서(심근비대증) 어쩔 수가 없어요. 위험하거든요.
- 그럼 촬영하다가 위험한 장면 나오면요?
조심하죠. 막타워 장면도 걱정했는데 잘 떨어져서…. (웃음)
- 그분은 진짜 군 생활 하는 기분이시겠어요.
그렇죠. 처음 촬영할 때 대사에 군대 용어 나오면 뭐냐고 물어서 서로 가르쳐주기도 하고, 병장 재우 씨는 강원도 쪽에서 열심히 군 생활하고 나왔어요. 태권조교, 훈련조교도 하고.
- 실제와 비슷하네요.
네. 정진욱 씨는 해군 홍보병. 백일병도 육군 나왔고요. 용주는 진짜 신병이잖아요. 어리버리한 게 캐릭터에 잘 맞아떨어졌어요. 감독님의 '신의 한 수였다, 절묘한 캐스팅이다' 이랬어요. 서로서로 어울러가면서 '너흰 이렇게 했니? 우리는 이렇게 했는데' 의견을 공유했지요.
- 이용주 씨가 한 인터뷰에서 '우리 꿈은 '푸른거탑'이영화화되는 거다' 라고 이야기하신 적 있어요. 최종훈 씨는요?
저는 첫번째 꿈이 지금 실현돼 너무 기쁜 나머지 다른 꿈은 안 꿨어요. '이게 한 시간짜리가 됐으면 좋겠다'였거든요. 단독편성이라는 꿈만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됐기에 지금 더 꿈을 꿔보지는 않았어요. 영화화는… 진짜… 정말… 기적이에요. 어떻게 보면.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지요.

- 이런 별명이 있더라고요. 신 스틸러(Scene Stealer)라고. 원래 주인공은 이용주 신병이잖아요.
원래 나레이션도 신병이 하고, 신병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이끌어나가요. 용주가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렇게.신병이 이끌어가기에 주인공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말년 이야기가 웃기고, 이야기나 에피소드가 말년 쪽으로 집중되는 게 많이 생기면서 한편으로는 미안했어요. 용주가 원래 주인공이고 저는 처음부터 말년도 아니었잖아요. 신 스틸러 이런 이야기 들으면서 미안한 적이 있어요.
- 혹시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적은 있나요?
아니요. 오히려 재밌다고 격려도 많이 해줬어요.
- 이 작품이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은데 그 매력이 뭘까요?
여자분들이 일단 공감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고요, 저희가 촬영할 때 정말 디테일한 점을 감독님이 놓치지 않아요. 그걸 다 잡아가면서 촬영을 하세요. 그런 부분들을 치열하게 연기해요. 실제에 가깝게 해야만, 눈에서 기라고 하면 기고 진흙에서 구르라면 굴러야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거지요. 제일 중요한 게 공감인데, 여자분들이 좋아하는 건 본인이 인생을 살면서 동생, 오빠, 애인, 남편, 직장상사, 동료 등남자분들에게 꼭 한 번쯤은 들어봤던 이야기라는 거지요.그걸 정말 화면으로 보니 '어? 저 얘기 어디서 들었는데', '재밌네. 정말 그런가 보다', '어떡해' 그러면서 보시는 거지요.
- 사실 여자들은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를 잘 못 믿어요. 사단장님이 오셔서 아스팔트에 구두약 바르는 건 정말 상상도 못해요. 그런데 실제 그런 일이 있다면서요?
있어요. 그리고 에피소드 전체적으로 보면 없는 걸 만들어내지는 않아요. 저희 감독님과 작가님이 '가짜는 안 된다. 연기를 해도 가짜연기는 안 된다, 현실감을 줘야 하고 실감 나게 해야 한다, 그래야 공감할 수 있다'라고 하세요. 그렇기에 남자분들은 '맞아 맞아' 하시는 거죠. 또,사람들이 고생하고 그러면 재밌어하잖아요. 여자분들도 내가 들었던 이야기, 기억 나는 이야기, 듣기 싫었던 이야기들이 눈으로 보이니까 '정말 저러는구나' 그래서 한 번 더 2차 공감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궁금했던 게 눈앞에 보이고, 상상도 안 되는 일들이 이루어지니까 재밌지 않나 싶어요.
- 본인이 제일 재밌었던 에피소드를 꼽아준다면요?
일단 저는 유격의 추억. 꾀병 부리는 거요. 그게 저는 개인적으로 재밌었어요. 힘든 걸 떠나서 대본 자체가 정말 재밌었어요. 옥상에서 떨어지고, 아이스크림 먹고. 연기할 때마다 스태프들 빵빵 터지고, 욕조에서 아이스크림 먹고 있는데 감독님 앞에서 웃고. 그걸 또 아침 첫신으로 찍는 거예요.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막 떨고 있는데 '얼음을 물어 버려!!' 그러고. (웃음) 감독님께서 모니터를 보시는데, 웃음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스태프들 킥킥거리며 웃고. 하하하. 그리고 두 번째는,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반신반의로 제게 김하사와의 멜로를 주셨죠. 그거 할 때는 진짜 웃겼는데 사실 걱정을 많이 했어요. '내가 이 연기를 어떻게 하지? 오그라들어서 못할 것 같은데' 그래서요.그런데 집중해서 하니까 우와~ 내가 '사랑하니까요!!!' 하면서 울고 연기하는데 스태프들은 혀깨물어가면서 '흐흐흐' 웃지도 못하고. 하하하.

- 그런데 그게 오히려 현실적이었대요. 공감 많이 하셨더라고요.
정말 추상적인 결말 아니겠습니까. 실제 밖으로 나간 건 아닌데 여성분 지나가면서 슬로우로… 부대 안에서 본 김하사와부대 밖에 나가서 다른 여자들과 함께김하사 보는데 다르다는 거예요. 원래는 오나미 씨나 박지선 씨 섭외하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됐어요.
- 평범하신 분이시던데요.
걱정했어요. 안 못생겨서. (웃음)
- 그분 조금 상처받았을 것 같아요.
그 배우분이 연극 하시는 분인데 성격 되게 좋으시더라고요. '제가 너무 예쁜가요?' 이러셨어요. 하하하. 정말 기억에 남아요. 원래 김하사로 나오신 하나 씨는 일본에서 가수활동 하셨던 분이세요. 연기를 오랫동안 안 하다가 한국 와서 처음하시는 건데, 된통 저에게 걸려서…. 그것도 나같은 애와 멜로를 해야 한다니. 이런 젠장이죠. 하하하. 그런데 그때 걱정도 많이 됐어요. 군대에서 멜로라는 걸 생각도 못했어요. 저는 제가 아닐 줄 알았어요. 작가님이 한 번 선전포고했었거든요. 멜로가 있을 거라고. '나는 아니겠지, 이 캐릭터에 무슨 멜로야' 그랬는데 '네가 해야 웃겨' 하셨죠. 대본 나오고 '감독님,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하니 이건 말년이 해야 한다고, 말년 아니면 할 사람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하.
- 한 시간으로 단독 편성되면서 루즈해졌다는 반응이 있어요. (디시이용자 'swagger')
그렇죠. 저희들은 아쉬웠지만 '푸른거탑'에 재미를 느끼시는 분들은 15분짜리에 익숙한 거죠. 두 개의 이야기가 나가니까 지루하실 수도 있어요. 그것도 저희가 감안을 해서 감독님과 작가님이 두 가지 에피소드를 할 때안배를 하시더라고요. 하나는 스토리텔링, 하나는 상황으로.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중간에 보너스 코너로 '군기어'라는 코너를 만들어보기도 하고요.
- 요즘 군기어는 왜 안해요?
그건 오래하려고 한 게 아니에요. 계속 바뀔 것 같아요. 음식으로 할 때도 있고…. 계속 기획하시더라고요. 조만간 그거 비슷한 코너 생길 듯해요.
- 이 작품 외 다른 작품 준비하시는 건없으세요?
저는 이 '푸른거탑'을 최선을 다해서, 저를 이 캐릭터에 완전히 넣으려고 해요.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해요. 감독님께 지적도 많이 받아가면서, 작가님께 많이 여쭤가면서, 동료들과 그런 연기적인 고민을 많이 해가면서, 많이 배우면서 하고 있어요. 저에게는 고마운 코너죠. 그런데 시청자분들이 재밌게 봐주시기까지 하니 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프로그램이에요. 일단 이 프로그램에 최선을 다해서 완성도 있는 연기를하고 나서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괜히 다른 거 욕심내는 것 같고…. '하나라도 잘 하자' 이런 생각이 아직 앞서 있어서 계획하고 있는 건 없어요.

그런데 그런 건 하고 싶어요. 아까도 말씀드렸듯 다른 작품을 하면서도 신 스틸러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는게 제 궁극적인 목표거든요. 앞으로 그런 배우가 되고 싶고요. 어떤 캐릭터를 줘도 거기에 나를 잘 녹여내서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아 정말 이 사람 느낌 있다', '연기가 정말 잘 살린다' 이런 느낌 있잖아요? 그런 칭찬을 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 잘됐다', '성공했다' 이런 소리들으려고 연기자를 꿈꾼 건 아니에요.
- 이 작품이 조금만 일찍 나왔으면 하는 생각은 안 했나요?
사람은 누구나 때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지요. 오히려 지금이라도 이렇게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해요. '푸른거탑'을 하는 것 자체가 행복합니다. 지칠 때도 있지만, 몸이 지치는 거지 마음만큼은 절대 아니에요.
- 첫 작품을 시트콤 말고 다른 장르로 시작할 수 있다면 어떤 장르를 선택하겠나요?
영화요. 영화는 캐릭터적인 부분도 현실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매력도 있고, 다양한 작품도 있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기회가 좀더 주어지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어요. 그리고 예전에 유재석 선배님이 '너 같은 애는 정말 영화를 해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저도 관심이 많았고요. 하지만 '저 같은 놈이 어떻게 영화를 합니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동경만 했었어요. 저 시트콤 정말 좋아해요. 코미디요. 짐 캐리와 톰 행크스 같은 경우도 시상대에 서면 자신을 코미디언이라고 소개해요. 코미디라는 장르가 쉽게 말하면 희극이죠. 되게 어려운 장르거든요. 그래서 코미디언들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끼고, 그런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영화를 하더라도 저는 사람들에게 임팩트 있는 단 한컷이라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 계속 연기자를 꿈꿔오셨던 건가요? 예전 무한도전에서 개그맨 시험을 보셨잖아요.
개그맨도 코미디 연기자잖아요. 그걸 아셨죠. 정준하 선배도 원래 소속사 선배로 만났고, 저도 어릴 때부터 연기자를 목표로, 코미디언을 목표로 했어요. 코미디언이라고 해서 개그맨은 아니고요, 코미디 연기를 하는 희극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 그럼 롤모델이 있었나요?
예전 어렸을 때 박중훈 씨가 우상이었어요. 그분이 코미디 연기를 정말 잘하시는 거예요. 어렸을 때 '저 사람 천재인 것 같아' 그랬어요. '투캅스' 이런 작품 재밌잖아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캐릭터를 연기하시는 분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서 송강호 씨, 주인공은 아니지만 '초록 물고기'나 '넘버3' 이런 작품을 보면 자기 색깔이 뚜렷하잖아요. 거기에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그래서 '저런 배우가 되어야겠다', '내 색깔을 가지고 어떤 캐릭터도 소화해낼 수 있는 다양한 능력을 갖춘 배우가 되어야겠다' 생각했어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도전해보겠다' 마음먹고, 그 목표를 가지고 계속해왔죠.

<무한도전 99회 '네 꿈을 펼쳐라'>
무한도전 같은 경우는 정 실장님도 방송 욕심이 많이 있으시고, '둘이서 도전해 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요?'라는 김태호 PD님의 제안도 있었어요. '프로그램을 생각한다면 떨어져야 재밌겠죠?'라고 했죠. 하하하. 그때 사실 시험 같이 보시는 분들에게 되게 미안했어요. 그분들은 저희를 경쟁자라고 생각할 수 있었고, 그분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었겠고, 이 사람들에게 자기들은 노력을 이만큼 했는데 우리는노력을 안 한 것 같은그런 시선으로 생각될까봐요. 그분들이 이 시험을 보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셨겠어요. 저희는 단기간에, 시간을 쪼개서, 프로그램을 위해 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그러다보니까 더 진지하게 임하게 되고, '떨어지더라도 최선을 다하자' 그랬죠. 사실 개그맨이 되려는 생각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KBS 개그맨 시험 떨어진 적이 있지만요.
- 언제 보셨어요?
2001년인가 2002년인가, KBS에 김석윤 피디님이라고 계셨어요. 지금은 JTBC 가셨는데 '올드미스 다이어리' 만드셨던 분이세요. 그 분이 제 사수세요. 이훈희 PD님도요.
- 그럼 KBS에 붙으신 거예요?
아니요. 제가 2001년 제대하자마자 FD 생활을 했어요. 이훈희 PD님 밑에 있었죠. 그분이 토요일 프로그램을 하셨는데 개편되면서 '해피투게더'를 만드셨어요. 김석윤 PD님은 안 하고 계시다가 일요일 프로그램을 맡으셨는데 그게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였어요. 이훈희 PD님이 '넌 해피투게더를 하는 거야' 그러면 김석윤 PD님이 '안 돼. 쟤 우리 팀 해야 해.우리 일 많아' 그러셨죠. 이명한 PD님도 그때 같은 팀이었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MC 대격돌'이라는 코너의 속 코너로 '공포의 쿵쿵따게임'이 있었어요. 제가 담당 FD여서 벌칙도 주고, 그런 과정에서 김석윤 PD님이 제 목표가 연기자라는 걸 알기 때문에 개그맨 시험을 보라고 추천을 해주셨어요. '개그맨도 연기자의 맥락이다, 코미디언이 꿈이라면 해라. 공채 타이틀이 있다는 거는 다르다'라고요. 그래서 응시를 했는데 1, 2, 3차는 얼떨결에 붙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4차까지 갔어요.
- 그럼 최종 아닌가요?
네. 20명 올라갔어요.
- 그때 누구누구 있었어요?
합격을 누가 했느냐면 김병만 씨.
- 아, 17기 때군요.
김병만 씨와 무림남녀 같이 하시던 분들. 6번인가 7번 만에 붙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정형돈 씨, 권진영 씨, 김다래 씨, 우격다짐하시던 이정수 씨, 그리고 이경우 씨라고 계세요. 딱 일곱 명 붙었어요. 저는 떨어졌지요. 서세원 씨와 김웅래 위원님 등이심사위원으로 계셨어요. '그래 역시 개그맨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느꼈지요.
- 무한도전의 정형돈 씨를 보면서 '내가 저 자리에 있었을 수도 있었는데' 생각은 안 하셨나요?
아니오. 그런 생각 안 했어요. '형돈이형 잘 됐구나, 저렇게도 잘 될 수 있구나' 했죠.
- 그 분은 같이 시험봤던 거 기억하세요?
아니요. 기억 못 하시던데요. 하하하.
- 필모그라피를 보니까 따로 연기를 배우신 적은 없더라고요.
제가 고1 때부터 연극영화과를 가겠다고 결심했는데 처음에는 부모님이 반대하셨어요. 농사짓는 집에서, 이런 형편에 어떻게 하겠느냐고요. 그래서 몰래 연기서적 구해서 봐입시를 치렀죠. 학교 강당 같은 데서 연영과 다니는 선배님, 선배님 친구분들께 시험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고. 그런 것밖에는 없어요.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겠다' 해서 FD 생활도 하고 매니저도 했어요. 제가 KBS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소속사에 들어갔어요. 들어갔는데 유재석, 송은이, 김한석, 조혜련, 홍록기, 정준하… 우리나라 MC들은 다 있더라고요. 영화배우도 이원종, 이문식, 이재용… 정말 많았어요. 오정태 씨도 거기 있었어요. '이게 뭔가?' 했죠. 그런데 저를 개그맨으로 받으셨더라고요. 거의 1년 동안 방치돼 있다가 MBC 개그맨 김완기 씨와 제가 KBS '폭소클럽'을 같이 하게 됐죠. 지금 tvN '코미디 빅리그' 하시는 최영주 작가님이 ''폭소클럽'이라는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는데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 제의하셨어요. '뭐로요?' 하니 '강원도 사투리가 재밌을 것 같다' 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따로따로 했어요. 김완기는 신상훈 작가님이 하셨고, 나는 최영주 작가님이 해서 둘이 경쟁하는 구도였어요. 그런데 강원도 애들 두 명 나와서 스탠딩 하는 걸로 하자고 해서 같이 10주 정도 했지요. '우리 강원도는요~' 이렇게요.

이후에 회사에 '연기해 보겠습니다' 했더니 '네가 무슨 연기야?' 하시더라고요. 나오기 전 준하 선배님이 '넌 영화를 해야 한다' 하시더라고요. 그래서혼자 오디션 보러 가 '나도야 간다'라는 영화를 했어요. 그때 느낀 게 엄청나게 많아요. '아, 영화라는 데가 이런 데구나' 했죠. 처음 했으니까요. 방송은 해봤는데. 거기서 단역으로 같이 출연하시는 분들이 격려도 많이 해주셨어요. 그러다가 우연치 않게 정준하 선배님 일을 하게 됐지요. 그분이 '노브레인 서바이벌'로 갑자기 바빠지시면서 이듬해에 도움을 청하셨어요. 그렇게도와드리다가 결국은 정준하 선배님이 '나도 매니저를 했다. 너도 누구의 도움 없이는 아직 힘드니 나와 같이 잘 해보자' 하셨죠.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렇게 매니저가 시작된 거죠. 처음부터 매니저를 한 건 아니에요.
어쨌든 배우는 어렸을 때부터 목표였기에 매니저는 한 과정이었어요. 그것도 어떻게 보면 정준하 선배님이 도와주시려고 하려는 거라 제가 꿈을 포기하지 않게 하려고 많이 노력해주셨어요. 가장 중요한 건 정준하 선배님이 2008년에 뮤지컬 '라디오 스타'를 했는데 제가 같이하게 됐어요. 그때 정말 많이 배웠어요.
- 뮤지컬이 연습량이 많죠?
저는 연습을 많이 못 했지만, 연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가 무대에서 하나하나 느끼다 보니까 스펀지처럼 흡수되더라고요. 한 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되게 열심히 했고, 옆의 배우들이 '잘한다', '매니저가 어떻게 저렇게 잘해?' 그런 이야기 할 때마다 더 열심히 하고, 뭐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하겠다 했어요. 장장 10개월을 하면서 지방을 열 몇 개 도시를 돌고, 서울 충무아트홀과 용극장에서 공연했어요. 거기는 대극장이거든요. 저는 늦게 합류했어요. 사투리 쓰는 영월 방송국 기사. 준하 형이 추천해 주신 거죠. 그런 기회를 주셔서 많이 배웠죠. 제가 연기를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보면 배운 건 없지만 스스로 느끼고 많이 학습됐던 때가 뮤지컬 할 때가 아닌가 해요.
- 본인 나름대로 연기를 배워오시면서 가장 큰 깨달음은 뭔가요?
무대에서 뮤지컬을 할 때 깨달았던 게 뭐냐면 '내가 열의를 가지고 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였어요. '아, 열정이 없으면 정말 힘이 빠지는구나. 그러면 사람들 앞에 서면 안 되는구나', '대충대충 하면 안 되는구나'. 그걸 배우를 봐서 느낀 것도 있지만, 저스스로 힘이 빠질 때가 있어요. 그걸 딱 느꼈던 게 무대 뒤에서 배우 따라다니는 조명을 하시는 분이 계셨어요. 여자 스태프였는데 회식자리에서 저한테 오시더니 '대단한 배우다. 좋은 배우가 될 것이다. 대사가 없고 리액션만 하는데도 너처럼 땀 뻘뻘 흘리면서 리액션하는 배우가 없다. 나는 널 보고 있기 때문에 안다. 하지만 관객도 알 것이다'라고 하셨어요.
저는 그걸 몰랐어요. '아, 이 많은 관객 중 누군가는 주인공이 대사할지라도 나를 보는구나' 내지는 '보지 않더라도 그 호흡을 계속 가져가야 하는구나' 그걸 그때 크게 깨달았죠. '단 한 순간도 연기할 때는 소홀하면 안 되겠구나' 뭔가 머리를 한 대 크게 치는 기분이었어요. 뮤지컬을 했던 그 기간, 다시 그런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정말 많이 배웠고, 느꼈어요.

- 아직 도전 안 해본 장르가 연극이네요.
네. 연극에 대한 동경도 있어요. 정말 좋아요. 연극도 좋아하고요. 축구선수가 축구경기 보면 막 뛰고 싶잖아요? 그런 느낌이에요. 연극을 보면 피가 끓는 것 같고, 재밌고, 관객과 바로 앞에서 침 튀겨 가면서 호흡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나중에 꼭 한번 하고 싶어요.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며 진정성 있는 연기를요. 지금도 연기는 진정성을 가지고 연기를 해야 한다, 우리가 진정성을 보여야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걸 감독님이 늘 강조하시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그런 부분 때문에 여성분들이 오히려 공감하고 그들이 관심을 받지 않나 해요. 그건 정말 저희 감독님께 잘 배운 거죠. 제게 주입을 잘 시키셨죠.
- 사람들은 최종훈 씨가 연기에 재능이 있다고 해요. '이 재능 그냥 썩였으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그런 글도 있더라고요. 본인 스스로 자신이 연기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과연 내가 어느 정도일까'가 궁금했던 적은 있어요. 그리고 연기는 잘하고 못 하고가 없는 것 같아요. 척도를 재는 게 아니라 연기 자체는 얼마나 열정과 애너지를 쏟아서 진정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지, 누가 잘하고 못하고는 잣대가 굳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그렇게 임하는 것이 잘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제가 매니저할 때 차태현 선배와 준하형이 나눈 대화를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해요.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태현이형이 웃으면서 '아유~ 연기에 정답이 어딨어요? 정답이 없어요' 하셨는데, 그걸 제가 은연중에 들었어요. 해외 촬영 다 끝나고 파라솔 같은데 앉아서 한 얘기인데, 그게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어요.
지금도 그래요. '정말 정답이 없는 건가', '스스로 어떻게 임하느냐가 정답인 건가' 그런 생각으로 연기했는데 감독님께서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거라고 하셨어요.'어깨너머로 들었지만, 그런 것들이 스스로 연기를 고민하게 만들었구나 했죠.
- 정답이 없으면 힘이 빠지지 않나요?
처음에는 '저게 무슨 말이야?' 했어요.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계속 생각하게 되잖아요? 정답이 없다는 말은 '어떤 연기를 이렇게 해야 해' 그게 없다는 거예요. 광범위하다는 거죠. 그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몇 년이 걸렸어요. 뮤지컬 할 때 연기자들에게 물어봤어요. '연기에 정답이 없다는 건 무슨 말이에요?'라고. '그만큼 광범위하다'라고 한 분이 함축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쉽게. 지금은 조금 이해가 되죠. 아직 멀었지만요. 자꾸 저도 그런 것에 대해서 고민하고 조언도 듣고 해요. 저는 물어보고 이러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 다른 연기자분께 많은 질문을 하셨을 텐데 아직도 잊히지 않는 답을 주신 배우분이 있다면요?
공연 초창기에 제가 잘 몰라서 서현철 선배님께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는 겁니까?' 물어봤어요. 내가 했는데도 이상한 것 같고 그러잖아요. 그랬더니 '그런 질문이 어딨어?' 하시는 거예요. '넌 좋은 배우야' 하시는데 '무슨 말이야? 이게 잘했다는 거야 못했다는 거야?' 생각했죠.아직도 모르겠어요. 그냥 '넌 좋은 배우야. 참 좋은 배우야' 하셨어요.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이 좋은 말인 것 같은데 어떤 면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열심히 해서 그런가? 하하하.
그리고 김도현 씨라고 뮤지컬 배우신데 제가 정체성에 혼란이 와서 '형님, 저는 제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매니저도 아니고, 연기자도 아니고. 정체성 때문에 요즘 미쳐버릴 것 같아요'라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그런 말이 어딨느냐. 전 세계에서 매니저를 하면서 무대에서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 같아? 그런 사람 본 적 있어? 유명한 배우들 있어?' 하시는데갑자기 할 말이 없더라고요. '거 봐라. 우리는 오히려 네가 부럽다. 배우 외에도 매니저라는 일을 또 하고 있지 않느냐.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하시더라고요.

저는 배우와 매니저는 말 그대로 빛과 그림자라고 생각했어요.그래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빛이 없으면 그림자도 없으니까. 하지만 오히려 대단하게 생각하시는 거예요. 매니저를 하면서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할까, 대단하다 이렇게요. 스스로 고민이 해결된 부분이 있었어요. 그 답은 정말 잊을 수 없어요.
-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배우는 뭔 것 같아요?
최선을 다 해야죠. 무조건. 능력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만큼 에너지를 얼마만큼 쏟아내느냐, 본인이 그것에 얼마나 노력하느냐 그런 배우가 좋은 배우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본인이 연기에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그러기 위해서 노력하지요.
- 지금까지 100% 다 쏟아부었다고 생각하세요?
아니요. 절대요. 저는 연기에 대해서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얼마만큼을 쏟아붓는다? 그런 것도 없어요. 저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무조건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이걸 다 쏟았다고 생각하겠어요. 능력도 안된 놈이 얼마만큼 쏟아냈겠어요. 물론 저는 촬영에 임할 때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다 쏟았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죠. 하지만 전 아직 많이 미흡하고, 모자라고, 많이 배워야 해요. 갈 길이 멀죠. 파바로티도 개인교습을 받아가면서 연습을 충분히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프로는 계속 학습하는 습관을 지녀서스스로를 자꾸 개발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나 스스로그런 생각을 해야지요. 명언처럼 적어놓고 만날 보면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하면서 느껴지게, 계속 반복해서 해야 한다고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완성도 있는 게 나오고. 그런게 열정 아닐까요?
- 요즘 최대 고민은 뭔가요?
아무래도 연기적인 부분이죠. 내가 '푸른거탑'의 캐릭터를 열심히 소화해 내면서 '캐릭터가 굳혀지지 않을까? 다양한 걸 해보고 싶은데' 그런 고민? 지금 '푸른거탑'을 하고 있는 게 행복하긴 하지만 어떡하면 잘…. 그런 고민이 가장 커요. 다른 것보다요. 집이 고민된다? 그런 게 아니라 '푸른거탑'을 어떻게 해서 더 재밌게 잘 살려서 내 캐릭터를 조금만 더….그런 고민들이 계속 반복돼요. 대본을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고 하죠.
-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동영상 인사말 남겨주세요.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타인에 의해 자신에게씌워진 '이미지'는 그 굴레를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다. 선입견, 선입관,첫인상, 색안경, 고정관념 등 이를 지칭하는 단어들이 많은 것은 그 노력의 강도가 굉장히 세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물며 매 작품마다 변화된 이미지를 선보여야 하는 배우들에게 고정된 이미지란 평생의 고민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최코디' 최종훈이 본격적으로 연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과연 최코디라는 대중의 선입관을 어떻게 벗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뮤지컬을 해도, 영화에 출연해도 그는 '무한도전' 멤버 정준하의 매니저이자 코디였고, 그가 무한도전을 통해 웃음을 주는 것도 바로 '최코디'라는 캐릭터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본인의 생각은 기우였다. 본격적으로 연기를시작하고 첫 작품인 '푸른거탑'에서 그는 '최코디였던 시절이 있었나?' 의문이 들 정도로 완벽한 배우 최종훈이 되어 있었고, 이를 넘어서 말년병장 '최종훈'이 되어 있었다. 이제 인터넷에는 그를 최코디가 아닌 '말년 최종훈'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수가 더 많아졌다.
최종훈은 자신의 이미지가 이 캐릭터로 굳어지지 않을까 고민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최선을 다해서 나를 캐릭터에 넣으려 한다'라는 그의 의지가 실현된 것이 '말년병장 최종훈'이고, 첫 작품부터 성공적으로 자신의 뜻을 이뤄냈으니 다음 작품에서도 그는 최병장의 이미지를 벗어내고 자신이 맡은 새로운 캐릭터로 불리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그가 자신의 연기 인생동안 얻게 될 수많은 별명이 벌써 기대된다.
사진 = 김기 기자(dc.kikim@gmail.com)